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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72시간 침묵에 담긴 의미는 - 윤석열 대통령은 변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4-16 00: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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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분 윤석열은 어디로 갔을까


윤석열의 이준석 숙청 작업에 앞장섰던 박수영이 22대 총선은 국민의힘의 사실상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나선 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 기조 수정은 물론이고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변화마저 결국에는 거부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미지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 징계 소동 긴급 속보를 보도한 SBS 뉴스 화면

22대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현행 헌법 아래에서 현직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공직 선거에 직접 후보로 출마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를 ‘윤석열 대통령의 참패’로 서슴없이 규정하였다. 선거는 윤석열 얼굴로 치러야 한다는 건 다름 아닌 윤 대통령 본인의 일관된 주장이고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바람대로 올해 총선은 윤석열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난 선거였다.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총선 개입은 친위세력을 총동원해 이준석을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무리하게 끌어내리는 일로 막이 올랐다. 집권여당 공천권을 철저히 장악하겠다는 개인적 욕심의 발로였다. 윤석열은 공천권을 수중에 넣는 대가로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선거동맹을 자기 손으로 해체하는 희대의 자충수를 두었다.

 

결자해지의 심정이었을까? 선거일을 채 열흘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 애절한 만류조차 뿌리치고 느닷없이 강행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장장 1년 10개월에 걸쳐 펼쳐진 윤석열의 지루하고 장황하며 감동 없는 1인극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윤석열 각본, 윤석열 연출, 윤석열 주연의 엽기적인 부조리극의 발단과 결말 사이에 굴곡과 요동이 있었다면 도입부에서 텔리그램 메신저 프로그램의 앙증맞은 체리따봉 이미지로 등장했던 주인공이 마지막 대단원 부분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우울한 표정과 무뚝뚝한 육성을 관객들을 향해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윤 대통령이 나중에 정식으로 회고록을 출간하기 전까지는 총선 직후에 품었을 그의 정확한 의중을 알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회고록이 나온다 한들 스스로를 미화하려는 목적으로 적당히 윤색된 내용일 터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시각에서 평가한 총선의 의미는 투표일 이튿날인 4월 11일 목요일 오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 대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략 유추해볼 수 있을 성싶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중앙일보는 해당 성명의 글자 개수가 통틀어 56자에 불과하다며 윤 대통령의 현실감각이 여전히 안이하고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내로라하는 보수언론마저 벌컥 화를 내는 게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윤 대통령이 공사석을 막론하고 56단어도 아닌 달랑 56자만 발언했다는 얘기는 좀체 들리지 않는 탓이다. 회의가 1시간이 진행되면 그중 59분 동안 홀로 마이크를 독점하던 그 말 말고 수다스러운 다변가 윤석열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72시간의 법칙에 비춰본 윤석열의 향후 행보는

 

필자가 나름 정해놓은 법칙이 있다. 한 인간이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72시간, 곧 사흘 안에 보여주는 반응과 태도가 그의 장기적 성패를 결정한다는 ‘72시간의 법칙’이다. 이를테면 제2공화국의 장면 전 국무총리는 박정희 소장을 위시한 일군의 정치군인들이 5ㆍ16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흘간 행방이 묘연했다. 이 72시간의 부재가 그를 역사의 영원한 패배자로 만들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가 치러지고 난 다음의 72시간 동안 더욱 공고해진 여소야대 구도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나갈지에 관한 뚜렷한 대책과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가 비서실장을 시켜 내놓은 56자짜리 성명서에서는 ‘반성’이나 ‘성찰’ 등의 단어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를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설에 상투적으로 사용된 표현인 ‘서정쇄신’을 연상시키는 ‘국정쇄신’이란 기계적이고 행정적 용어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목표와 방향성은 올바른데 방법론적으로 조금 미숙하고 유연하지 못했다는 게 성명서의 실질적 골자였다.

 

윤석열의 이와 같은 상황 파악과 사태 인식은 22대 총선이 윤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 터임을 명확히 예고하고 있다. 세찬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듯, 당장은 낮은 포복 자세를 취하겠지만 눌린 용수철이 다시 튀어 오르는 것처럼 그가 결국에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본래의 윤석열로 되돌아갈 것임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변화와 혁신을 아는 몸이 되기에는 정치적으로 너무 단시간에 너무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윤석열표 국정쇄신이 일시적인 작전상 후퇴에 그치고 말 까닭이다.

 

작년 10월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났던 박수영 의원은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요번 총선이 국민의힘의 사실상의 승리였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했다. 박수영은 선거 막판 부산경남 지역에 광풍같이 휘몰아친 보수결집 흐름 덕분에 운 좋게 여의로도 생환할 수 있었다.

 

박수영의 낯간지러운 궤변은 궁지에 몰려 있는 윤 대통령에게는 짙은 어둠을 환히 밝혀주는 한 줄기 복음처럼 다가올지 모른다. 박수영은 윤석열이 이준석 축출에 나설 때 처음으로 동을 뜬 인물이었다. 경기도 동탄에서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새롭게 합류한 대한민국 야당 진영에 윤석열 정권과의 운명적 대결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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