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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윤석열과 인연 끊고 배수진 쳐야 - 타워팰리스 사는 정치인은 민심에 어둡기 마련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3-23 11: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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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 사건의 참담한 기억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총선 후에 출국할 결심까지 고려해야 하는 궁지로 내몰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요한 수직적 당정관계를 과감히 끊지 못한 탓이다. 이미지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정치권 등판 소식을 다룬 KBS 뉴스 화면

2008년 2월,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 즉 남대문이 통째로 불타 무너져 내린 사건은 1997년 늦가을과 초겨울에 걸쳐 발발한 외환위기 사태와 함께 현대 한국인의 뇌리에 가장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오점으로 자리해 있다.

 

어느 노인이 토지보상비에 불만을 품고 남대문에 불을 질렀다는 속보가 처음 전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내 불길이 잡힐 줄 알았다. 수십 대에 달하는 소방차가 일제히 출동해 남대문 지붕 위로 부지런히 엄청난 양의 물을 뿌려댔기 때문이다.

 

이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화마는 혀를 날름거리며 지붕 아래 목재 구조물을 활활 태우고 있었는데, 소방차가 화재 진화를 목적으로 뿌린 물은 지붕 위 기와만을 연신 의미 없이 적시고 있었다. 쏟아지는 방화수와 불붙은 나무들 사이에서 지붕이 우산 역할을 한 탓이었다.

 

필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음 주에 대구로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뉴스 보도를 듣자마자 불타는 남대문 지붕 위로 수많은 소방차들이 쉴 새 없이 물을 뿌려대던 지금부터 만으로 16년 전의 안타깝고 답답했던 광경이 불현듯 떠올랐다. 한 위원장의 박 전 대통령 예방은 집권세력의 총선 승리를 가져오는 데 해가 되면 되었지, 전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인 연유에서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4월에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례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역대급 참패를 기록했다. 원인은 명쾌했다. 수도권과 중도층과 2030 청년세대가 보수정당을 철저히 외면한 탓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그때의 악몽이 바야흐로 고스란히 재연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거주민들의, 스윙 보터인 중도층 유권자들의, 당파성이 짙지 않은 젊은 청년들의 믿음과 마음을 얻어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한동훈은 전혀 엉뚱한 샛길로 빠져버린 양상이다.

 

보수의 아성 대구로 내려간 박근혜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하다 여당 공천이 박탈된 도태우 변호사의 후견인 노릇을 해온 박근혜가, 박정희 정권 시대의 향수를 추억하는 나이든 노인세대의 열렬한 추앙을 받는 박근혜가 수도권, 중도층, 젊은 청년들의 지지와 신뢰를 확보하는 과제의 수행에 도대체 어떤 구체적 공헌을 해줄 수가 있는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한동훈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못잖게 현장의 민심 흐름에 몹시 무지하다는 분석을 최종적으로 내릴 도리밖에 없는 까닭이다.

 

“출국으로 시작해 출국으로 끝난 선거”

 

집권당이 올해 총선에서 2020년처럼 또다시 대패한다면 이번 선거는 이와 같은 한 줄 평으로 요약될 게다. 여당에 유리하게 펼쳐지는 성싶던 선거 판세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돼 기습적으로 출국하면서 구도가 크게 요동치더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여당의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서 당분간 성찰과 충전의 시간을 보내겠다며 쓸쓸히 출국하는 걸로 올해 선거 정국이 마무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동훈의 유일한 출로는 배수진뿐

 

때마침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선거 후에도 출국하지 않고 봉사활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문제는 한동훈을 겨냥해 처절한 보복전을 벼르는 인물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이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로부터 변희재 소나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까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야당이 압승하면 22대 국회 개원 즉시 대통령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것이란 예측과 풍설이 세간에 파다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버거워할 판국에 선거 패장인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무슨 수로 지켜줄 수가 있겠는가? 한동훈 위원장이 개표 결과 발표되기 무섭게 서둘러 해외로 떠야 하는 이유가 차고도 넘치는 배경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커다란 웅지와 포부를 품고 정치인으로 변신했으리라. 도망치듯 출국하는 경우는 한동훈에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일 터이다. 나는 유력 정치인이 정치보복을 피해 외국으로 떠나는 후진적 풍경은 더는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따라서 필자는 한동훈 위원장이 복수의 화신이 된 야당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쫓기듯 다른 나라로 피신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세 가지 비단 주머니를 풀도록 하겠다. 비단 주머니라고 하여 특단의 절묘하고 획기적인 전략전술이 담긴 것은 아니다. 한동훈에게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사즉생의 결연한 자세와 절박한 각오를 다지고 채우는 데 약간은 보탬이 될지도 모를 지극히 상식적 방법들이 들어 있다.

 

첫째는 당장 거처를 옮기라는 주문이다. 한동훈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민심과 평균적 여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마치 갈라파고스 제도 같은 곳이다.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과는 저 멀리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를 연상시키는, 외지고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정치인은 민심에 둔감하고 여론을 무시하는 성격이 되기 십상이다. 계속 정치할 의사가 있다면 그는 타워팰리스를 분연히 나와 왕십리나 가리봉동의 원룸에라도 들어가야 마땅하다.

 

둘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라는 당부이다. 윤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정당한 권위를 거의 모조리 상실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적나라한 형태의 물리적 권력뿐이다.

 

검찰권으로 대변되는 그 적나라한 형태의 물리적 권력마저 총선에서 여당이 충격적으로 완패하면 기능부전 상태에 빠질 게 뻔하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제일 빠른 때라고 했다. 윤석열 정권의 ‘순장조’가 될 심산이 아니라면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을 명징하고 단호하게 요구함으로써 두 사람의 오랜 인연과 관계를 한시바삐 과감하게 청산ㆍ정리해야 옳다.

 

셋째는 한동훈 개인에게 무척이나 잔인한 선택지일 수가 있겠다. 한 위원장은 집 책상이나 장롱 안에 있을 여권을 미련 없이 찢어버리시라. 외국으로 출국하는 길이 막혀야 비로소 제대로 된 현실감각을 갖게 될 것이다. 선거에서 지면 야당의 정치보복을 앉은자리에서 고스란히 당해야 하니까….

 

한동훈에게 허락된 유일한 전법이 있다면 그건 배수진일 뿐이다. 배수진을 치는 데 최대 방해물은 언제든지 외국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잠재의식 속의 플랜 B이다. 해외로 뜰 수 없는 백척간두의 벼랑 끝 처지야말로 한동훈을 각성시키는 결정적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상황은 내 바람과 기대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한동훈은 이종섭 문제는 다 해결됐다는 투로 말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자신을 시시각각 덮쳐오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쓰나미를 오직 한 위원장 본인만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다. 필자가 한동훈을 염려해 큰맘 먹고 준비한 비단 주머니가 실제로 쓰일 일은 아무래도 없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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