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윤핵관 유상범, 태영호와 김재원에 면죄부를 발급하다
“이준석은 윤석열을 공격하고, 윤석열은 국민들을 공격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정국 논평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촌철살인의 댓글이다. 유상범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가리키는 윤핵관들 가운데 한 명이다. 현재 여당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얼마 전에는 여론의 빈축을 걸쭉하게 사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 지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한 이야기를 주군을 옹호한답시고 일부러 엉터리로 오역한 탓이었다.
유상범의 이러한 의도적 왜곡은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회견을 진행했던 담당 기자가 즉각 사실확인(Fact Check)에 나섬으로써 가뜩이나 도처에서 심각하게 불신을 받고 있는 현 정권의 대내외적 신뢰도만 오히려 크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명색이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대통령이 유수의 외신과 했던 인터뷰 내용을 공개적으로 곡해했으면 당장 가차 없는 중징계에 처해져야 마땅하다. 유상범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과 애정은 되레 돈독해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듣고 싶어 말이 아니라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만 윤석열 정권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음을 유상범이 그 누구보다도 영악하게 꿰뚫어본 덕분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중앙일보에 올린 칼럼의 일부를 윤석열 정권과 그 열성 지지자들에게 들려주련다.
“아부를 하는 사람보다 아부를 받는 사람이 더 나쁜 사람이다.”
유상범 의원이 민심의 매서운 지탄과 따가운 눈총을 무릅써가며 윤석열 대통령을 막무가내로 두둔하는 건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윤석열 정권이 단순한 극우화를 뛰어넘어 본격적인 수구반동 단계에 진입했음을 웅변하는 사건인 터라 나는 이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의힘의 윤리위원회가 윤 대통령의 정적들을 제거하는 일종의 당내 검찰조직으로 타락했음은 윤석열 일행이 이양희 윤리위 체제를 동원해 이준석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여실하게 드러났다. 유상범은 당시 윤리위원으로 활동하며 이준석 전 대표와 김철근 전 정무실장 축출을 주도했었다.
따라서 어제 개최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태영호와 김재원 두 최고위원회에 대한 징계조치 결정을 어영부영하며 미적거린 사태는 차라리 당연하다고 하겠다. 태영호 의원은 이진복 대통령 정무수석과 입을 맞춰 용산 대통령실의 불법적인 공천개입 행위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권 입장에서는 태영호를 살살 달래도 모자랄 판국에 어떻게 감히 그를 징계할 수가 있겠는가?
김재원 최고위원은 일련의 시대착오적인 극우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재원이 만약 징계를 받는다면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중앙당사 전부 텅 빈 폐가처럼 될 분위기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에는 김재원과 견주어 더 극우적이면 더 극우적이지 덜 극우적인 인물을 찾기 어려운 연유에서다.
나는 유상범을 탁월한 사회생활 기술에 비해 언변은 별로인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가 집권당 수석대변인의 중책을 꿰찰 수 있었던 비결은 재치 있는 말솜씨가 아니라 맹목적 충성심에 있었다. 태영호와 김재원 징계를 왜 머뭇거리느냐는 질문에 유상범이 꺼내든 대답이 궁색하다 못해 자해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유상범은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했지만, 태영호와 김재원 두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가 곤란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만 비판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된다는 투다. 광주 5ㆍ18 민중항쟁이 북한이 개입한 폭동이었다고 터무니없이 모독해도 관대하게 용납이 되고, 제주 4ㆍ항쟁이 김일성의 사주를 받아 일어났다는 망언을 천연덕스럽게 내뱉어도 무사통과다. 대통령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면죄부를 부여해주는 곳이 다름 아닌 지금의 국민의힘인 셈이다. 이쯤 되면 유상범 입에서 지구가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윤동설’이 발설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안철수의 과학기술 강국 VS 윤석열의 압수수색 강국
참과 거짓의 위치가 윤석열 앞에만 서면 거꾸로 뒤바뀌고, 정의와 진실의 잣대가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만 가면 지독하게 휘어지기 일쑤이니 사리분별 명확한 딱부러진 청년세대와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중도층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려야 지지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안철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030 세대의 지지율이 10 퍼센트대로 추락했으며, 중도층의 부정평가가 65 퍼센트를 넘은 지 오래라고 개탄하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떡하니 올렸겠는가?
안철수의 이와 같은 서글픈 통탄에 대한 응답은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심복인 박수영 의원이 진즉에 내놓은 바 있다. 박수영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취임 일성으로 여론조사 대신에 빅데이터를 정세분석의 근거와 기틀로 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시합에서 지고 있으면 힘들게 역전을 노리지 말고 간단히 경기장의 전광판 전원을 끄면 된다는 무척이나 편리하고 안일한 발상이다.
안철수 의원은 본인이 정치를 하는 목표인 ‘과학기술 강국’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안철수가 간절하게 소망해온 과학기술 강국의 실현은 유상범과 박수영 부류의 인사들을 싸고돌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한에는 아득한 백년하청 내지 허망한 백일몽으로 끝나리라는 데 있다.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직까지 내던지며 선거 막판의 극적인 후보 단일화에 전격적으로 합의해줌으로써 대통령으로 만든 윤석열은 과학기술 강국이 아닌 압수수색 강국을 위하여 바야흐로 일로매진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발흥해야만 할 자리에 간드러진 아부와 아첨이 판치고 있다. 시도 때도 없는 압수와 수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첨꾼과 간신배가 성공하고 출세하는 사회에서 창의적 과학이 융성한 사례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압수로 해가 뜨고 수색으로 해가 지는 나라에서 실용적 산업기술이 꽃피웠단 기록은 오천 년의 장구한 인류사를 모두 통틀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안철수가 정치에 입문한 이래 그가 선도적으로 동을 떠서 잘된 일은 없다. 반면, 안철수가 마지막으로 발을 담글 때마다 역사의 물줄기는 그 흐름이 급격히 바뀌곤 했다. 과학기술 강국 건설이 평생의 꿈이라는 주장에 진심이 담겼다면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저항하는 투쟁을 이제 더는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안철수도 윤석열과 싸우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권 출범 1주년에 우리네 평범한 민중이 가장 듣고픈 희소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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