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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가 나서서 정치와 시민의 간극을 좁혀야 - 권지웅④, “스튜디오 반전은 정치발전을 위한 공동의 플랫폼”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3-20 19: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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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체제는 구태 양강 체제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두 개의 구태 기득권 정당 사이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덜 싫은 한 정당을 선택하기를 너무나 오랫동안 강요받아왔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일한 이유가 더불어민주당이 싫어서이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유일한 이유가 국민의힘이 싫어서인 구도에서는 정치가 과거로의 꺾이지 않는 퇴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과거로 고정된 정치의 방향타를 미래로 과감히 반전시키려면 전방위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반사이익의 정치’가 한국정치를 황폐화해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유권자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방향으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우리나라 정치가 당면한 중요한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희준(이하 공) :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인을 잣대로 삼으면 이제는 다들 환갑 안팎의 나이를 맞이한 86 세대에 갇혀 있습니다. 지지층을 척도로 채택하면 50대에 차례차례 접어들고 있는 이른바 서태지 세대에 고착돼 있습니다. 2030 MZ 세대에서는 서태지 세대를 ‘진보대학생’이라 부르며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태극기 부대와 별반 차이 없는 구태의연한 꼰대 집단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리더십과 지지층이 나란히 함께 늙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칙칙한 현실을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권지웅(이하 권) : 더불어민주당은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연령층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새로 당원으로 가입한 당원들 가운데서도 이 세대에 속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특정 세대의 지지가 요즘 한참 뜨거운 주제로 부상한 정치권의 팬덤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대론의 관점에만 매몰돼 정치를 바라보면 정확한 분석과 평가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서거했을 당시 그를 향한 추모의 열기는 거의 모든 나이대를 막론하고 일어났습니다. 그와 같은 불행을 다시는 겪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과 인식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로 당원과 지지층 사이에 두텁게 형성ㆍ확산됐습니다. 그러한 공감대의 범위가 40대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공 : 우리나라에서 왕년에 노빠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한때는 나름 악명을 떨치는 노빠의 하나였고요. 그럼에도 제가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항시 느끼는 중대하고 치명적인 맹점과 한계가 있습니다. 민주당 계통 정당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따르는 정치인의 고통과 아픔에는 엄청 민감하고 예민합니다. 반면 일반 국민, 특히 힘없고 가난한 서민대중이 직면한 고통과 아픔에는 무척 둔감하고 냉정합니다. 정치인을 위해선 눈물을 흘려도, 국민을 위해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저는 그러한 쁘띠 부르주아적 모습을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층의 전형적 특성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권 : 말씀하신 지적은 저희로서는 솔직히 대단히 뼈아픈 부분입니다.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이 있다면, 정치인을 위해서는 울어도 국민을 위해서는 울지 않는 건 국민의힘 지지층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공 : 알고 보면 만만찮은 자산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엽게 생각해도, 집세 못 올려줘 길거리로 나앉는 서민들은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게 자유당으로부터 출발해 국민의힘에 다다르는 우리나라 보수 계열 정당 지지자들의 평균적 속성이기는 합니다.

 

권 : 그런 역설적 사태가 왜 벌어지느냐? 정치가 국민의 실질적 삶과 심각하게 괴리돼 있는 데 근본적 원인이 있습니다. 거대 양당 모두가 상대방의 실수와 잘못에서 자기의 정당성과 존립 근거를 구하는 ‘반사이익의 정치’는 이러한 상황을 더더욱 악화시켜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편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부추기는 것만으로 편하게 지지층을 규합해 선거 때마다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공 : 그렇게 누적되어온 고질적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권 : 우리나라는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단순 다수대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단일한 지역구에서 5명 정도의 입후보자가 당선되는 구조라면 누구를 절대 뽑지 말라고 을러대는 식의 네거티브 위주의 선거전략은 유권자들에게 더는 먹히지 않게 됩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여타 후보자들과 견주어 내가 우월한 점이 뭔지를 설득력 있게 호소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정치를 바꾸는 일에서 현행 선거법 개정은 필수적입니다. 현재 국회 안에 설치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개혁안을 국회의원 전부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의 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입니다. 저는 국회 전원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서 한국정치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개략적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공 : 청년 정치의 위기는 예전에는 몇몇 젊은 정치지망생들 개인 차원의 위기로 국지화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청년정치를 외치는 인사들도 덩달아 나이가 적잖이 먹었습니다. 작게는 청년정치의 단종 위기를, 크게는 한국정치 자체의 멸종 위기를 극복할 전략과 방안이 있다면 제도적 혁신이든, 인적 청산이든 기탄없이 말씀해주세요.

 

권 : 물러가라고 해서 곱게 순순히 물러가지는 않을 사람들이 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는 지금의 여당과 야당이 매한가지입니다. 관건은 물러가야 할 사람들이 물러가지 않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처절하게 몰락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정치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전제조건은 조금 전 답변드린 바대로 선거제도의 개혁입니다. 그러자면 비례대표 정원을 증원하든지, 현행 지역구 선거구들 중 일부라도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든지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반사이익의 정치가 더 이상 통하는 않는 풍토의 확립입니다. 상대방을 열심히 욕하는 게 능사로 여겨지지 않으면 어떤 정당이건 참신하고 역량 있는 젊은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대하기 마련입니다. 플랫폼 노동 문제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현안으로 떠오른 쟁점입니다. 기성 정치인들과 플랫폼 노동에 종사해본 경험이 있는 청년들 가운데 어느 쪽이 이 문제에 더 집요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전세 사기 문제 역시 이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고가의 주택을 소유한 부유한 기존 정치인들이 과연 진심과 열의를 갖고서 이 일을 풀려고 나설까요? 아니면 세입자로 생활하며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평범한 청년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달려들겠습니까? 저는 국민의 선택이 아주 명확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치와 시민들 사이의 괴리가 좁혀지려면 청년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가 기본입니다. 우리나라 기성 정당들에서는 청년들에게 정치권으로 진출할 기회를 좀처럼 허용하려 들지를 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청년들을 우선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당에서 밝혔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치러지는 6월을 코앞에 둔 4월 말이 돼서야 그러한 결정이 비로소 발표됐습니다. 청년공천 확대는 당헌당규에 뚜렷이 명시된 사항임에도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86 세대조차 민심을 거역하지는 못해


권지웅 전 비대위원은 「스튜디오 반전」이 한국정치의 성장과 성숙에 긴요한 반성과 성찰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거라고 자신 있게 예측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당헌당규는 일종의 권장 소비자가격과 비슷한 구실을 합니다. 지키면 좋고, 지키지 않아도 그만입니다.

 

권 : 청년공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투표일이 목전에 닥친 4월 말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발표한 것마저 실은 당내 청년들이 지도부를 계속 압박해 힘들게 획득한 성과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선거 1년 전 청년공천 확대에 관한 구체적 일정과 계획표를 당에서 내놓으면 더 많은, 더 양질의 청년들에 출마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과 토양이 자연스럽게 마련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그러한 과감한 선도적 투자를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86 세대가 놀랍고 신속한 정치적 약진을 왜 이룩할 수 있었겠습니까? 김 전 대통령이 그 무렵의 젊은 청년들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후견인 겸 지원자 역할을 기꺼이 자임한 덕분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내심을 갖고 밀어주고 끌어주지 않았다면 86 세대가 한국정치의 전면에 등장해 그 후 무려 20년간 현실 정치권을 쥐락펴락하기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공 : 86 세대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달인들입니다. DJ가 그들에게 베풀었던 시혜를 후배들에게는 절대 보내주지 않을 겁니다, 제가 명목상으로나마 그 세대의 일원이라 잘 압니다. 그러므로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누렸던 분에 넘치는 특혜와 호사는 기대하지 마시는 게 여러모로 건강에 좋으실 것 같습니다. 그들과 싸워서 청년들의 정당한 몫과 지분을 쟁취해야 옳습니다.

 

권 : 대안세력이 등장하면 그분들은 자기들이 아무리 버티려 애써도 일선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날 거라고 믿습니다.

 

공 : 86 세대가 낡고 시대착오적인 기성질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을 해온 게 벌써 한두 해가 아닙니다.

 

권 : 그분들의 조직력과 결속력이 아무리 단단하고, 그분들이 쌓아 올린 기득권의 성채가 아무리 높다고 한들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민심의 대세를 오랫동안 거스르기는 힘듭니다.

 

공 : 위원님께서는 최근에는 「스튜디오 반전(약칭 반전)」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반전의 탄생 배경과 설립 목표에 대한 구체적 소개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권 : 「반전」은 반성과 성찰을 열쇳말로 하여 태어났습니다. 정치가 발전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안정됩니다. 평화가 실현되고, 안보가 보장됩니다. 정치가 발전하고 성숙해야 사회의 나머지 다른 분야들도 더불어 발전하고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모든 권력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으뜸가는 권력인 국가권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과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치발전의 열망에 불타는 신진 세력이 출현해 부지런히 공부하며 미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정치가 좋아질 수 없습니다. 「반전」은 정치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서 그에 필요한 실력을 갈고닦으려는 인물들이 모인 공간입니다. 현재는 30명이 조금 넘는 수강생들이 매주 모여 강연도 듣고, 토론도 하며 내공을 키우고 있습니다. 오늘의 정치가 아닌 내일의 정치를 염두에 둔 곳으로 생각해주세요.

 

공 : 이념적으로 동질적인 분들이 구성원들을 이루고 있나요? 요즘 하도 끼리끼리만 뭉치는 풍조라서요?

 

권 : 그건 아닙니다. 보수 성향 분들도, 중도 이념 분들도, 진보 지향의 분들도 고루 계십니다. 정당의 경계선에 구애받지 않는 초당파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반전」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전환하고 개혁돼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공동의 플랫폼인 셈입니다. 미래를 모색하고, 역량을 충전하려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고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 : 김성식 전 의원께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권 :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공 : 아, 그렇군요.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권 :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은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였다. 「대학생 주거권 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했고, 주거 문제 관련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상근 부대변인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차례로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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