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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웅①, “청년정치의 위기는 정당민주주의의 위기” - 국민을 보살펴야 할 정치인들이 자기 자신들을 보살피는 일에만 열중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3-14 20: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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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젊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조광조의 신진 사림세력이 중앙무대로 대거 진출한 조선왕조 중기부터 이미 나왔던 소리다. 그 이야기는 한국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오늘날 더욱더 절박한 어조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조광조의 신진 사림세력이 기묘사화 한 방으로 일거에 몰락했듯이, 작금의 청년정치 또한 구태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반격에 휘말려 순식간에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여 있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기성세대를 벌벌 떨게 만드는 한국의 청년세대는 왜 유독 정치권에서만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그 곤혹스러운 화두와 정면으로 대면하는 인터뷰를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과 가져보았다. 인터뷰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메마른 대지를 사납게 할퀴고 지나가는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 옆에 자리한 찻집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촬영과 편집은 김한주 사진전문기자가 맡아주었다.

공희준(이하 공) : 우리나라 청년 정치인들의 위상은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선거운동을 이끌던 작년 20대 대선 국면에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자가 당원권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당하고, 후자가 열성 당원들의 출당 요구에 시달리는 데서 보듯이 청년 정치인들의 입지는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MZ 세대 직원들과 코드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기업들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청년 정치인들이 왜 이렇게 영원한 찬밥 신세에 머무르는 건가요?


절체절명의 민생과제에 이제라도 집중해야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주요 정당들이 당대 민주주의를 허물며 자기 스스롤 허물고 있다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권지웅(이하 권) : 제가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박지현 전 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저는 사태의 본질은 당내 민주주의의 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분위기가 거대 양당 모두 당내에 만연해 있습니다. 민주적 정당 운영의 핵심은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할 경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모색하는 데 있습니다.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시에는 표결로써 최종적 의사결정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절차들을 거의 전부 생략한 채 주류와 시각을 달리하는 인물들을 당 밖으로 나가라고 공공연히 등을 떠미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도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정당이 발 딛고 서 있는 기본적 토대입니다.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동은 자신의 발밑을 자기 손으로 허물어뜨리는 일과 같습니다.

 

공 : 집권 여당도, 제1야당도 허구한 날 입에 달고 사는 레퍼토리가 이른바 ‘원팀’입니다. 여야의 습관적 원팀 강조는 당론을 빙자해 당내 반대파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노회하고 음흉한 정치적 권모술수의 일환이 아닐까요?

 

권 : 정당은 결사체의 속성을 띠고 있습니다. 강력한 리더십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원팀 정신이 당연히 중시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소규모의 군소 야당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주요 거대 정당입니다. 거대 정당은 그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야만 하는 국민의 범위가 매우 폭넓기 마련입니다. 수많은 국민들을 대변할 책무를 진 거대 정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일부터가 저는 어폐가 있다고 봅니다.

 

공 : 그러고 보니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국회 의석의 5분의 3에 가까운 의석수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사람들도 자신들이 전체 국민의 5분의 3을 대표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검찰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만 따진다면 전체 국민의 5분의 3이 아닌 50분의 3만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현실에서는 우리가 원팀으로 뭉쳐야 저쪽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며 단일대오로의 결집에 무지막지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에 아무런 근본적 차별성이 없습니다.

 

권 : 검찰이 민주당을 겨냥해 과도한 먼지털이 수사를 벌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반면에 대통령의 가족과 관계된 수사는 드러내놓고 뭉개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할 일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해결에 힘써야만 할 문제가 검찰개혁 한 가지만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공 :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들이 있을까요?

 

권 : 최근에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주 69시간 근무제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만든 잇따른 전세 사기 사건도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민생과제입니다. 국민들을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 심각하고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민주당이 앞장서서 고민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며 문제의 경중과 선후와 완급을 판단해선 안 됩니다.

 

공 : 그런 일들에 역점을 두자고 말하면 단일대오를 교란하는 짓으로 손가락질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권 : 심지어 출당조치니, 영구제명이니 하는 험악한 말들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몹시 우려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공 : 다른 의견만 아니라 다른 주제까지 억압하는 형국이네요. 이를테면 특정한 가수에 대해서만 출연금지 조치를 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한 음악 장르 전체에 아예 통째로 방송불가 판정을 내리는 격입니다.

 

권 : 다른 의견에 대한 억압이 워낙 극심하다 보니 다른 주제에 관한 논의를 꺼내는 것마저 이제는 금기시되는 형편입니다.

 

당대표와 당 사이에 안전거리가 필요해


권지웅 전 위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 등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온 현실을 대단히 안타까워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우리나라에서 검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의 숫자가 백 단위라면 전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의 자릿수는 백만 단위로 올라갑니다. 땅부자의 정당이고 건물주의 정당인 국민의힘이야 그렇다고 치고, 민주당 역시 전세 문제에 관해선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성명서 발표 정도에 여전히 머물고 있습니다.

 

권 : 국민의힘과 견주면 민주당이 훨씬 더 진지한 열의와 진정성을 갖고서 전세문제 해결에 임해왔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 이유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 특히 2020년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이 원내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이후에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제도적 문제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충분히 내놓을 수 있었던 해법과 대책을 제때 내놓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정말 뼈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투철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국민의 편에 서서 지금이라도 전세문제 해결에 당력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 차원에서 그와 같은 가시적 움직임은 아직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을지로위원회 같은 당내 기구들에서 부지런히 활동하고는 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평가하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공 :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싶어도 검찰이 사사건건 야당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탓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권 : 민주당 안의 많은 분들께서는 검찰의 노골적 정치 개입과 집요한 야당 탄압을 소리 높여 규탄하고 성토하면 민심의 폭발적 호응이 따를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국민들은 검찰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의 소위 사법 리스크에 당 전체가 달려드는 건 온당치 못한 일로 생각하는 국민들도 꽤 많습니다. 저는 우리 당이 국민의 이러한 민심까지 세심하게 헤아리며 정치를 해나갔으면 합니다.

 

공 : 여당은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라고 믿고 있고, 야당은 “이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 : 저는 당에서 별도의 기구까지 꾸려서 딩대표 개인과 관련된 일들에 대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직을 맡은 인사가 공식 브리핑 형태를 빌려 이 문제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그리 적절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당과 당대표를 일체화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있었음에도, 주류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 : 저 같은 제3자의 견해를 잠시 피력한다면 “이재명을 지키는 게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목소리가 너무 높아서 당과 당대표를 한 세트로 묶은 야당의 연환계 전술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너 동남풍만 불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야죠.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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