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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미래를 묻거든 태영호를 보게 하라 - 윤석열 정권의 극우화를 막을 당내의 제동장치가 없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3-09 17: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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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물 먹인 소가 된 날


이준석 전 대표와 허은하 의원은 국민의힘을 윤석열 대통령이 그 대오의 선두에 선 극우 파시스트들의 손아귀로부터 지켜내려고 시도했지만 당원들의 대다수가 영남의 보수적 장노년층인 상황에서는 역부족임이 밝혀졌다. 허은아(사진 오른쪽)는 전당대회 국면에서 태영호의 망언에 맞서서 4ㆍ3 민중항쟁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수호하려 노력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3월 8일 전당대회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실상의 대리인 자격으로 선거에 입후보한 김기현 의원이 과반수 득표로 새로운 당대표에 선출된 탓이다. 최고위원과 청년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용산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자행한 희대의 노골적인 ‘관권경선’의 수혜자로 부상한 친윤 후보들이 손쉽게 당선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두지휘에 나선 용산 대통령실의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관권경선은 투표일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해 김기현 의원을 위한 표 다지기를 한 데에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었다.

 

대구경북 지역은 당대표 경선의 유권자인 책임당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분포해 있는 곳이다. 치열한 경선전 막판, 김 여사의 TK에서의 김기현 지원유세 활동은 보수여당 당원의 주축을 구성해온 대구경북의 60대 이상 장노년층에게 용산 대통령실이 물불 가리지 않고 막가파식으로 밀어주고 있는 출마자들이 전당대회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임기 도중 탄핵당할지 모른다는 ‘탄핵 공포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 영부인의 돌연한 포항행은 보수진영 고정 지지층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고 증폭시켜 그들을 윤 대통령 주변으로 결집시키려는 전형적인 위기마케팅 전략이었다. 이준석 체제에서 힘겹게 건넜던 탄핵의 강으로 윤석열은 집권당의 집토끼들을 강제로 다시 데려와 강물을 억지로 벌컥벌컥 마시게 한 셈이다.

 

과거, 악덕 축산업자들은 육우의 몸무게를 늘리려고 우시장으로 향할 예정인 소에게 고무호스까지 동원해 물을 먹이곤 했다. 윤석열은 김기현의 지지율을 높이려고 국민의힘에게 탄핵의 강물을 먹였다. 물 먹인 소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듯, 탄핵의 강물을 배가 터지도록 먹은 국민의힘 또한 영남과 강남권 이외의 전국 대부분 지역의 선거구들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무척이나 곤란하게 되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경선 국면에서 공직선거법을 수차례나 공공연히 위반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84조의 내용 덕분에 윤석열에 대한 사법처리가 단지 몇 년 후로 유예됐을 따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 정도와 수법은 윤 대통령의 그것과 비교하면 훨씬 더 온건하고 간접적이었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공천 개입 혐의로 2년의 징역형이 대법원에서 추가로 선고ㆍ확정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로라하는 영악한 법률 기술자들 가운데 하나다. 그런 윤 대통령이 현직에서 퇴임한 다음 100퍼센트 형사처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서 국민의힘 경선에 왜 이처럼 탈법적이고 불법적으로 관여해왔는지 필자는 그 구체적 동기와 이유를 아직 알지 못한다. 자신을 향한 쓴소리를 단 1분도 견디지 못하는 유아적 옹졸함과, 1시간 회의를 진행하면 혼자 59분 동안 마이크를 붙잡고 떠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비뚤어진 독점욕이 윤석열로 하여금 국정운영의 중요한 한 축인 여당을 아첨과 아부에 특화된 예스맨들 일색으로 채우도록 이끌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김기현 신임 대표의 역할은 용산 대통령실이 요구할 때마다 당대표의 옥새를 순순히 군말 없이 고분고분 내어주는 ‘인간 도장집’ 용도 이상을 철저하게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가 김기현의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에 별다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까닭이다.

 

윤석열의 우리식 보수주의의 암울한 미래

 

국민들이 실제로 주시하고 유의할 필요가 있는 변화라면 태영호 의원이 최고위원 자격으로 당 지도부에 진입한 사건이다. 태영호는 기존에 대중에게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북한서 나고 자란 탈북자 출신의 첫 국회의원이다.

 

태영호는 3ㆍ8 전당대회 국면에서 윤석열 정권의 향후 진로를 예고해주는 매우 시사적 발언을 했다. 제주 4ㆍ3 민중항쟁을 북한 김일성 정권의 사주를 받은 좌익 불순분자들의 책동으로 폄하한 것이다. 태영호의 이러한 망언에 정진석 비대위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윤석열의 용산 대통령실은 형식적 경고 외에는 별다른 제재와 징계를 발동하지 않았다. 태영호의 최고위원 당선은 극우 파시스트들의 기승과 준동에 윤석열이 파란불을 켜줬다고 평가돼도 과언이 아닐 게다.

 

김기현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아니다. 바지사장 옆에는 항상 실세 총무부장이 감독자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당에서 당의 인사권과 재정업무는 통상적으로 사무총장이 관장해왔다. 그 사무총장으로 유력하게 물망에 오른 사람이 경찰 출신의 이철규 의원이다. 이준석의 낙마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른바 성상납 관련 자료가 경찰조직에서 은밀히 흘러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철규의 사무총장 발탁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젊은 당대표를 숙청하는 데 앞장선 혁혁한 공로에 대한 응분의 보상 성격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철규는 극우 파시스트 경향에서 태영호와 비교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정치인이다. 그는 이를테면 다른 인사도 아닌 하필이면 안철수를 겨냥한 시대착오적 종북몰이 공세를 주도했다. 벤처재벌이자 주식부자인 안철수를 종북으로 음해하는 일, 웬만큼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으면, 어지간히 얼굴이 두껍지 않으면 총대를 메기 어려운 구태의연한 짓이다.

 

그러므로 3ㆍ8 전당대회의 진정으로 중차대한 의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친정체제 구축에 있지 않다. 윤석열 정권 전체가 극우 파시즘의 길로 광란의 질주를 시작할 것임을 대내외적으로 요란하게 선포한 데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에게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 우물 속 세상을 세계의 전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알고 있는 보수주의의 세상은 좁아도 너무나 좁다. 그 비좁은 ‘우리식 보수주의의’ 우물 속으로 윤석열은 현재의 집권세력 대다수를 끌고 들어가 앉은 양상이다. 그리고 개굴개굴 목청도 좋게 노래를 한다. 이 모두가 자유와 번영과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윤석열 정권이 자발적으로 빠진 우물 안 세계에서는 올해 연말쯤 되면 총선 참패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무자비한 내전이 발발할 듯하다. 수도권 거주민들은, 중도층 유권자들은, 2030 청년세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앉아 있는 영남 자민련의 우물을, 꼴통보수의 우물을, 태극기부대 노인들의 우물을 식수로는 음용이 불가능하다고 일찌감치 판정했기 때문이다.


우물 탈출은 지능순. 필자가 윤석열 직영체제로 전환된 국민의힘에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덕담이자 조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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