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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은 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는가 - ‘특수계급’의 정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백전백패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3-03 22: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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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패는 외면하고, 남의 실패는 조소하고


운동권 투사의 정당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경로를 특수부 검사의 정당 국민의힘은 고스란히 답습하는 중이다. 이미지는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의 절반을 날려 먹은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소식을 전하는 MBC 뉴스 화면의 일부

성공한 경우를 연구한다고 하여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면, 과거에 참담한 실패로 귀결된 사례들을 탐구하면 미래에 실패할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만은 확실하다.

 

실패에 관한 공부와 학습이 한국과 비슷한 국제적 위상과 실력을 확보한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그리 활발하게 진행되는 느낌은 아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내가 또는 우리가 겪었던 실패의 연구는 무척이나 기분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책은 물론이고 영화와 드라마로도 빈번히 다뤄져온 한산대첩이나 명량해전과는 달리 조선 수군의 주력이 일거에 궤멸된 칠천량 패전이 드문드문 언급되어온 까닭이다.

 

둘째는 적들 혹은 남들이 당했던 실패는 탐구의 주제이기 이전에 조롱의 대상인 탓이다. 일례로 보통의 한국인들은 사촌이 어떻게 해서 땅을 샀는지는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하지만, 일본 축구대표팀이 작년 카타르 월드컵 대회 16강전에서 크로아티아 팀을 만나 내용상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어째서 끝내 승부차기까지 가며 분루를 삼켜야만 했는지를 꼼꼼하게 따지지는 않는다. 일단은 신나게 비웃어주는 게 우선인 연유에서이다.

 

정권이 바뀐 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지 만으로 1년이 돼간다. 정권을 빼앗긴 일은, 그것도 ‘10년 주기설’이 처음으로 깨지면서 국가권력을 야당에 내준 사태는 실패도 이만저만한 실패가 아니다. 나라가 망해서 주권을 상실하는 극단적 상황을 제외하면 국내적 차원에서 마주칠 수 있는 최악의 실패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어찌하여 대선에서 실패했는지에 관한 제대로 된 번듯하고 깊이 있는 백서 하나 아직 공식적으로 제작ㆍ발표되지 않고 있다.

 

제20대 대선의 승자였던 윤석열 대통령 측도, 패자였던 이재명 대표 쪽도 뭔가를 쉬지 않고 써내고 있기는 하다. 전자는 검찰에서 이재명을 겨냥한 기소장을 룰루랄라 즐거운 표정으로 열심히 쓰고 있고, 후자는 이재명의 변호를 담당한 율사들이 쓰라린 통한의 한숨을 푹푹 내쉬며 원내 다수당 당수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서를 부지런히 작성하고 있다. 민주당이 재집권에 왜 실패했는지에는 현재 아무도 관심이 없는 기색이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달성하는 데서 출발해 정권 재창출 실패에 이르는 전반적 과정을 곰곰이 복기ㆍ반추하며 그로부터 유의미한 교훈을 도출하는 작업은 나 같은 아마추어 역사가들이 마지못해 차지하는 몫이 될 터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제반 원인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단행본 한 권은 너끈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필자의 역량 부족과 시간상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그 무수한 원인들 가운데 오늘은 딱 하나만 제시해보련다. 대신 한 개만 꼽는다고 너무 핀잔하지 마시길 바란다. 이는 굉장히 본질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일차적 원인은 문재인 정권의 중핵이자 주축이었던 각종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그 가족들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며, 심지어 남들로부터의 그 어떠한 비판과 질문도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실상의 특수계급의 지위로 자신들을 끌어올리려 시도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11조 ②항을 통해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명백하고 단호하게 규정해놓고 있다.

 

특수계급을 네 글자로 설명하면 ‘특권계급’이 된다. 두 글자로 요약하면 귀족이 된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때’의 기득권 세력에 만족하지 않고 특수계급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며 자기네의 부와 권력과 신분을 자자손손 세습하려 시도한다고 여겼다.

 

특수계급의 사전에 ‘정권 재창출’은 없다


국민들의 그러한 인식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폭발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표방하면서 어렵게 구축해온 대중적 기반과 정치적 토대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각종 운동권 경력의 특수계급을 향한 민심의 반감 앞에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현란한 말솜씨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노련한 선거 기획도 거대한 수레를 막고 서 있는 자그마한 사마귀일 뿐이었다.

 

특권층의 뚜렷하고 압도적인 특징은 누리는 혜택은 많으면서 공헌하는 노고는 부실하다는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을 사회에 기여하는 건 별로 없으면서 누리는 데는 악착같은 욕심쟁이들이 만들고, 모이고, 유지하는 전형적인 기득권 정당으로 파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는 일종의 필연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제1야당은 실패해도 제1야당이 자리를 지킨다. 집권여당이 실패하면 정권을 잃고서 야당의 지위로 내려앉고 만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에 더욱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허나 실제로 돌아가는 분위기는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무산시켰던 주된 요인들을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착실하게 물려받은 모양새이다.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이 같은 학교 급우를 상대로 자행한 잔인한 폭력은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하고 치밀한 복수극을 형상화한 배우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불붙은 민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아들이 1차 가해자로 드러나고, 아버지가 2차 가해자로 밝혀진 강원도 어느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서의 학폭 사건은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의 절반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역임한 평균적 인물상은 서울에 소재한 유명 대학교들의 총학생회장을 지낸 왕년의 운동권 스타들이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의 노른자위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부유하고 끗발 좋은 전ㆍ현직 검사들이 꿰차고 앉았다.

 

윤석열 일행의 평균적 구성원일 정순신 전 검사 유형의 검찰 출신 인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이제 남한사회에서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며, 심지어 남들로부터의 그 어떠한 비판과 질문도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실상의 특수계급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인 혹은 정치집단이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특권층의 속성을 노출할 때마다 주저 없이 지지를 철회했다. 한국 유권자들이 제일로 질색하는 집권세력의 모습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며, 심지어 남들로부터의 그 어떠한 비판과 질문도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는 특권층으로 변해버린 집권세력이다. 특권층 프레임에 걸려들면 왕년의 견결한 민주화 투사도, 예전의 유능한 특수부 검사도 여지없이 도태ㆍ퇴출되는 현상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심의 무서움이고 독특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특수계급의 정당으로 변질되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특수계급의 정당으로 굳이 변질될 필요조차 없었다. 그들은 원래부터 특수계급의 정당이었으니까. 국민의힘을 특수계급의 정당에서 대중적이고 정상적인 국민정당으로 혁신하려던 노력은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모질게 숙청을 당하며 허망한 물거품이 되었다. 개혁보수를 자임하던 이들이 쫓겨난 공간은 특수계급의 화신이자 대명사일 검사들에 의해 속속 채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재창출 실패가 확정되는 데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파동까지 2년 남짓한 기간이 소요됐다. 국민의힘은 그 기록을 윤석열 현 대통령 취임식부터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직 임명 취소까지 1년으로 단축할 기세다.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은 무리들이 항시 겪기 마련인 부끄러운 숙명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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