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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만이 구태 윤핵관들을 날려버릴 수 있다 - 안철수의 시스템 공천은 실체 없는 제2의 ‘새정치’일 뿐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2-12 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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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도하의 기적’을 재연하다


‘천하람 돌풍’은 이준석의 전략적 설계의 승리인 동시에 간신배를 간신배라 부르는 지극히 공정하고 상식적인 행동을 실천에 옮긴 천하람의 용기와 소신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미지는 윤핵관을 직격하는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의 모습을 보도한 KBS 7시 뉴스 화면 (출처 : KBS 한국방송 유튜브)

“일본 탈락!”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도무지 믿기 어려운 최고의 기적적 장면이 연출됐다. 1993년 가을,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개최된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전에서 이라크 국가대표 축구팀 공격수 움란 자파르가 후반전 정규시합 시간 45분이 전부 경과한 다음의 추가 시간(Injury Time)에 일본 대표팀 골문 안으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머리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대에 북한과의 경기를 압승으로 이끈 한국은 자파르의 극적인 득점이 터지며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진출 자격을 3연속으로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자파르 선수의 이름 못잖게 인구에 회자된 화젯거리가 있었다. 한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국의 중계진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소식의 서두를 “일본 탈락!”의 흥분된 외침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와는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일본이 월드컵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분루를 삼킨 사건이 한국인들에게는 고소해도 무척이나 고소하게 여겨진 까닭에서였다.

 

“친윤 현역 3인방 전원 탈락!”

 

집권여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인 박성중, 이만희, 이용 세 사람이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당내 경선의 컷오프 단계에서 모조리 미역국을 마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의 참모들과 여의도 당사의 윤핵관들을 돌격대로 앞세워 현대 대의민주주의를 지탱시켜주는 핵심적 토대들 가운데 하나일 정당민주주의를 무자비하게 파괴해온 작태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지금부터 30년 전의 일본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소식에 버금가게 꽉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즐겁고 유쾌한 낭보 중의 낭보였다.

 

박성중 의원은 극우상업 유튜브 방송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세간의 공분과 지탄을 받는 사회적 물의를 수없이 빚어온 강용석 전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성중은 이준석 전 대표를 숙청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박성중 의원처럼 친윤 정치인들의 모임인 「국민공감」의 회원으로 활동해온 이만희 의원과 이용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내세우며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3인방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곧 ‘윤심’을 충실히 받들어 친윤 세력의 당권 장악 책동에 열성적으로 가담한 것 외에는 정치인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게 없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을 최고위원 경선 본선에 진출시켰다.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을 청년 최고위원 결선으로 밀어 올렸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자기보다 월등하고 압도적인 김기현, 안철수, 황교안과 나란히 당대표 경선 본선 무대에서 당당하게 자웅을 겨루게 된 ‘천하람 돌풍’은 굳이 두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특정 계보에 속하는 정치인들이, 그것도 현직 대통령의 직계로 알려진 국회의원들이 요즘처럼 국민들 사이에 지독한 밉상이 된 경우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매우 드물고 희귀한 현상이다. 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들이킨 게 저 옛날 ‘도하의 기적’을 뇌리에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잃어도 이만저만 잃지 않았음을 웅변하는 분위기라고 있겠다.

 

제22대 총선 투표일이 1년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권은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의 3대 개혁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목청 높여 외치고 있다.

 

모든 개혁은 정치개혁으로 마수걸이를 하고 정치개혁으로 매조지하기 마련이다. 윤석열 정부가 부르짖는 3개 개혁이 국민들 귀에는 왜 공허하고 밋밋한 맹탕으로 들리느냐? 대통령 자신을 비롯한 현 정권 수뇌부에게 개혁의 출발지이자 종착역일 정치개혁을 추진할 능력도, 거론할 의지도 없는 탓이다. 아니, 정치개혁의 능력과 의지가 있고 없고를 떠나 윤석열 대통령 주위에 빽빽이 포진한 구시대 정치인들부터가 정치개혁의 일차적 대상으로 자리하고 말았다.

 

국민들은 ‘윤핵관=간신배’로 인식하는 터이다. 이준석이 우격다짐으로 제거되고, 유승민이 진로방해 반칙의 희생양이 되고, 나경원이 잔인하게 집단린치를 당하며, 안철수 입에 강제로 재갈이 물리는 일련의 황당하고 폭력적인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대고 의존해온 지방토호 출신의 낡고 부패한 구태 기득권 측근 인사들이 단 한 사람도 남김없이 하루빨리 깔끔하게 정리돼야만 한다는 여론을 민심의 대세로 확고하게 정착시켰다.

 

정치개혁은 각종 선거 국면에서의 공천개혁, 즉 국민의 염증과 비판의 표적으로 자리매김해온 무능하고 무책임한 기성 정치꾼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는 혁신공천과 항상 동일시돼왔다. 정치개혁이 광범위한 인적 청산과 쇄신을 동반하는 연유이자 배경이다.

 

생선 얘기 못하는 횟집 주인 안철수

 

시대착오적 태극기 부대의 광적인 지지와 보수반동적인 극우 유튜버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것으로 보이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구태여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걸로 판단되는지라 그냥 건너뛰도록 하겠다. 관심의 초점은 이제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세 당권주자 중에서 폭넓고 전면적 정치발전을 향한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서 책임감 있게 공천개혁을 실천할 적임자가 누구일지로 모아지고 있다.

 

김기현은 용산 대통령실이 작성해준 공천자 명단에 대표직인만 조용히 고분고분 찍는 소신 없고 무기력한 고무도장 당대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사실상 백 퍼센트로 전망된다. 김기현이 당대표로 결정되는 즉시 국민의힘의 공천개혁은 곧장 물 건너가는 셈이다.

 

천하람이 이준석에 뒤이어 두 번째로 거대 양대 정당의 30대 젊은 당수로 등극하면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압박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현역 의원 전원을 몽땅 날려버릴 정도의 과감하고 전폭적인 물갈이 공천에 나설 게 틀림없다. 문제는 그가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객관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여론과 언론의 시선은 안철수에게 집중될 태세다. 그러나 안철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떤 기대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일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시스템에 입각한 공천 방침을 천명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미묘하고 민감한 정치적 내용에 관계된 명징하고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안철수는 용산 대통령실의 지엄한 분부대로 소심하게 회피했다.

 

안철수가 제시한 시스템 공천의 방향과 실체는 그가 한때 요란하게 내걸었던 ‘새정치’의 기치만큼이나 모호하고 아리송하다.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즈음 쉬지 않고 가할 게 분명한 불법적이고 부당한 외압에 단호히 저항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철수 입에다 지퍼를 채운 주인공은 윤석열 대통령이지만, 그 지퍼가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손으로 붙잡고 있는 당사자는 다름 아닌 안철수 본인인 양상이다.

 

안철수는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 이진복을 매개로 전달된 윤석열의 “(여당의 당내 사정에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강압적 명령에 굴복해 정치를 이야기하지 않는 정치인이 되기로 단단히 작심한 모양새이다. 정치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비유하자면 광어와 도다리를 이야기하지 못하는 횟집 사장과 똑같은 처지라고 하겠다. 매장의 실내장식과 가게 근처의 주차시설에 관해서는 장광설을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손님들이 먹을 횟감이 싱싱한지 아닌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는 찜찜하고 불친절한 횟집을 어느 고객이 미쳤다고 내 돈 내며 찾는다는 말인가.

 

국민의힘이 공천개혁에 착수할 확률은 천하람이 당대표로 뽑힐 확률로 수렴되고 있다. 천하람이 당대표로 뽑힐 확률은 내년 총선에서 현재의 집권여당이 국회에서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할 확률과 일치하기도 한다.


윤석열은 윤핵관들과 어리석게 손잡음으로써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에 스스로 재를 뿌렸다. 안철수는 설령 그가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로 당선돼도 일체의 물갈이가 없을 것임을 미리 일찌감치 예고함으로써 윤석열이 재를 뿌린 길 위에 아무도 다니지 못하게끔 추가로 쇠못을 뿌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 승리로 가는 길, 장애물이 많아져도 너무나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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