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설마에 당했던 사람들 리스트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니 모든 가능성을 미리 철저하게 대비하라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 ‘유비무환’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인 셈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와 이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설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장과 나란히 지방자치의 꽃으로 불리는 경기도지사를 더불어민주당에 헌납하면서까지 유승민 찍어내기에 골몰하겠느냐고 생각했다. 윤 당선인은 유승민 전 의원의 재기를 방해하는 데 필요한 사석으로 경기지사 선거 패배를 감수하는 제살깎아먹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준석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대다수 2030 세대는 설마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보수정당이 우여곡절 끝에 힘겹게 확보한 청년층의 지지를 죄다 까먹는 대가로 이준석 숙청을 밀어붙이겠느냐고 의심했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20대 남성들이 제일 혐오하고 불신하는 정치인으로 전락시키면서까지 이준석 전 대표를 국민의힘 당수직에서 몰아내는 작업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설마 윤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을 집단린치에 가까운 폭력적 방법마저 불사해가며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겠느냐는 분석이 중론이었다. 윤석열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까지 나 전 의원을 톡톡히 망신 주도록 함으로써 세간을 경악시켰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화룡점정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찍고 있는 양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국면 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피장파장 모양새로 ‘배우자 리스크’에 시달렸다. 급기야 김건희 여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돼도 조용한 내조에만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지경이었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자중자애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가 설마 정치의 전면에 나서리라는 견해가 그즈음 여론의 대세였다.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법이고, 설마는 사람 잡으려 존재하기 마련이다. 김건희 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유물과 같았던 대구 서문시장 방문 일정으로 본격적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더니 뒤이어 집권여당의 현역 여성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의 동석 없이 영부인 단독으로 식사 자리를 갖는 이례적 이벤트를 연출했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김건희 여사가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갈 예정이란 뉴스가 속보로 전해지고 있다. 김 여사 홀로 방문일 개연성이 짙은 동선이고 기획이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영부인은 집권당 여성 의원들과 각각 식사 정치에 열중하는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는 더는 비밀도, 보안사항도 아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선호하는 당대표 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공공연히 지원하는 표 단속 행위이자 득표 활동이다.
김건희 선대위원장, 농담에서 진담으로
‘김건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 현 정권에 비판적 또는 적대적 성향의 호사가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가십성 농담으로만 치부되어온 가설이었다.
김기현 의원이 안철수 의원에게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에서 잇따라 밀리자 용산 대통령실의 움직임이 가일층 부산해지고 있다. 대통령실 전체가 김기현의 당대표 선거 경선캠프처럼 돌아가는 분위기라 평가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설마 안철수마저? 여전히 상당수 인물들이 안철수는 다르리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유승민과 이준석과 나경원을 차례로 찍어내려 동원된 꼼수와 무리수가 안철수를 제압하는 과정에서까지 설마 등장하겠느냐는 반응이다.
필자는 역으로 묻고 싶다. 안철수에게 당권을 공짜로 내주려고 지나간 봄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그리고 윤핵관들은 국민들 앞에서 저토록 볼썽사나운 추태를 드러내 왔다는 말인가? 그 누구도 개를 주려고 집안의 쌀자루를 탈탈 털어서 정성스럽게 죽을 쑤지는 않는다.
안철수 의원은 배짱과 강단이 있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뭐가 유리하고 뭐가 불리한지를 면밀하게 판단할 안목은 출중하게 갖춘 사람이다. 간보기의 대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김건희 여사가 여권 내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구태 윤핵관들과 극우 유튜버들이 결탁해 여당을 좌지우지하는 구도가 내년 22대 총선 시기까지 계속 연장된다면 국민의힘은 2020년의 21대 국회의원 선거 못잖은 역대급의 궤멸적 참패를 겪을 게 뻔하다. 따라서 안철수는 김 여사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기득권 윤핵관과 극우 유튜버 연합세력에 견제구를 날릴 필요성을 절감하리라.
유승민과 이준석은 당의 극우화에 저항하다 윤석열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나경원은 김건희 여사에게 찍혔기 때문에 수모와 봉변을 당하고 있다는 추측이 장안에 파다하다.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오래된 야심을 확실히 실현하고자 국힘의당을 국민의힘과 합당시켰다. 총선에 완패해 정권 재창출 전망이 희미해진 국민의힘은 안철수에게는 질서 있는 공동묘지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 승리보다는 당권 장악이 우선인 윤석열 일행과 총선에서 이기려면 당이 윤 대통령 부부의 놀이터가 되도록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안철수 진영의 정면충돌은 이제 필연을 넘어 시간문제가 되었다.
안철수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선거대책위원장이 유승민이 될 수도 있고, 이준석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나경원이 될 수도 있다. 선거 판세가 여의치 않으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재등판 역시 가능함은 물론이다. 반면, 김기현이 다음번 당대표로 사실상 임명되면 여당의 실질적 선대위원장 역할은 김건희 여사가 도맡을 개연성을 마냥 배제하기 어렵다. 현직 영부인이 집권당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미증유의 엽기적인 사태라고 하겠다.
안 의원이 윤 대통령의 면전에서 아무리 납작 엎드려봤자 그 결말은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를 달래려다 전 세계를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로 몰아넣은 대영제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의 비겁하고 어리석은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의 전철을 답습할 따름이다. 안철수에게 윤석열의 비위를 비굴하게 맞추는 일이 잠깐 편하게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이고, 윤석열에게 무참하게 희생당한 예전의 동료 정치인들과 극적으로 화해하는 일은 잠시 아니꼽고 불쾌해도 영원히 사는 길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의원에게 “설마 우리까지 치겠어요”라고 마음을 푹 놓기를 권유하는 참모와 지지자가 있다면 필자는 그들에게 “죽어야 저승맛을 알겠는가?”라는 또 하나의 유명한 격언을 들려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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