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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기①, “대형 로펌일수록 권력과 맞서기 곤란해” - 수사하는 검사가 많아지면 변론하는 변호사도 많아진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1-20 13: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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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다. 현직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다. 현직 대통령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피를 말리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제1야당 대표 또한 법조인 출신이다. 이쯤 되면 가히 ‘법조인 전성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수많은 변호사들이 생계 걱정을 하고 있고, 국민들의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이 와중에 굴지의 한 거대 법무법인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치욕마저 겪었다.

김관기 변호사와는 2년 전 이맘때쯤 ‘변혁 개혁’을 화두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법률시장과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김관기의 우려는 오히려 더 깊어져 있었다. 김관기 변호사로부터 최근 발생한 대형 로펌 압수수색 사건을 서두로 삼아 사법부의 신뢰회복 방안과 바람직한 법치의 모습에 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2023년 1월 18일 수요일 오후, 서울지하철 교대역 근처에 자리한 「김박법률사무소」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이하 공) : 검찰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내 유수의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난 12월 중순 무렵 전격적으로 실시했습니다. 문제의 법무법인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 기자의 변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은 여론의 커다란 공분을 자아낸 사건입니다. 더욱이 이 사건에는 현재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름도 연루자의 한 명으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은 진상 규명에 필요한 정상적인 수사 절차의 일환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검찰의 로펌 압수수색이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적으로 보장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시각 또한 있습니다. 게다가 검찰의 빈번하고 과도한 압수수색은 변호사들이 의뢰인들의 비밀을 보장해주기 어렵게 만들 위험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김관기 변호사님께서는 수사기관의 진실 규명 노력과 피의자의 인권 보호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허용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형 포럼일수록 사회의 강자들에게는 도리어 약해


김관기 김박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형 로펌일수록 정부와 대기업 같은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생리와 체질임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사진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김관기(이하 김) : 법무법인 태평양은 우리나라 법률시장에서 거의 항상 맨앞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온 굴지의 유명 로펌입니다. 언제나 메달권을 유지해왔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태평양 정도의 대형 로펌을 웬만한 재벌이나 정부기관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내로라하는 주요 법무법인일수록 검찰의 압수수색 같은 행정적 조치들에 당차게 저항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 대형 로펌들은 정부가 의뢰하는 일이나 대기업이 선임하는 사건들을 자주 맡기 때문입니다. 인허가 권한을 둘러싼 소송과 정부의 재량행위와 관련된 법률적 다툼이 그러한 사례들입니다. 어떤 민간법인이 고객인 정부와 감히 맞서 싸우려 하겠습니까?

 

공 :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백해무익한 짓거리들 가운데 하나가 돈 줄 사람과 싸우는 일입니다. 저 같은 일반인들은 대형 로펌이 검찰에 일방적으로 줏대 없이 두들겨 맞는 현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배경에 그런 말 못할 사정이 있었네요.

 

김 : 관에 약한 게 대형 로펌의 체질이고 생리입니다. 만약 검찰에서 찾아와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영장을 내밀면 꼼짝없이 얌전하게 사무실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공 : 수금이 확실하고 안정적이긴 해도 은근히 더럽고 치사한 게 관급 프로젝트더라고요.

 

김 : 사건을 맡긴 고객의 비밀을 유지하는 일은 변호사에게는 의무인 동시에 특권이기도 합니다. 변호사는 사건을 담당한 순간부터 고객과는 한 몸이 되기 마련입니다. 고객을 지키고 보호하는 게 변호사의 존재의 이유입니다. 변호사는 피의자이든 피고인이든 그들을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여겨야만 합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형성된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외부의 누구도 함부로 관여하고 간섭해선 안 됩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에 관해 본인이 취득한 정보와 내용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국가가 의뢰인에 관해 알게 된 사항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때 어떤 변호사가 그걸 쉽사리 고분고분 내주겠습니까? 변호사가 준수해야만 할 규범이 국가권력과 충돌하는 순간 변호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의뢰인 편에 서야죠. 의뢰인 곁에 서는 건 변호사의 특권이자 의무입니다. 만약에 변호사가 의뢰인을 책임감을 갖고서 끝까지 지켜둘 거라는 확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느 국민이 변호사의 도움과 의견을 구하려고 하겠습니까?

 

공 : 검찰은 변호사와 피의자가 사건을 공모하는 단계까지 갔다는 판단 아래 로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지 않았을까요?

 

김 : 고객이 의뢰한 사건과 관련된 정상적 일처리의 경우라면 철저한 비밀 유지가 필수입니다. 반면, 변호사 스스로가 범죄에 가담한 정황이 짙다면 압수수색을 거부할 명분이 당연히 없겠죠.

 

공 :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김 : 변호사와 의뢰인이 짜고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또는 불법자금의 은닉을 모의했다거나 하는 경우가 그러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임직원이 회사 공금을 횡령하는 데 변호사가 동참했을 시에도 이는 변호사 고유의 의무와 특권의 한계를 명백히 벗어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범죄자로 타락한 탓입니다.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압수수색이 응당 이뤄져야 합니다.

 

공 : 어떤 경우가 의뢰인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거고, 어떤 경우가 의뢰인과 변호인이 범죄에 공모한 것인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하지 않을까요? 그걸 어떻게 두부 모 자르듯 명쾌하게 구분하겠습니까?

 

김 : 솔직히 애매하죠. 복잡한 세상사가 어디 그렇게 간단히 이것과 저것으로 나뉠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변호사가 범죄에 공모한 증거가 뚜렷하다면 변호사 역시 압수수색 대상의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변호사의 업무공간을 마구잡이로 들쑤신다면 이는 매우 부당하고 불합리한 처사라고 봅니다.

 

법은 실체적 진실과 함께 절차적 문제 또한 다루는 영역입니다.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이 있다면, 혹은 변호사가 고객인 피의자와 힘을 합쳐 모종의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법원이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법치국가의 기틀과 문화를 다져온 나라들에서는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극히 신중하고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화되는 사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법치주의의 확립과 구현에 마이너스면 마이너스 요인이지, 플러스 요소로는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영국은 변호사 압수수색에 변협회장 동의 있어야


김관기 변호사는 한국은 검찰이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할 경우 변호사 협회가 압수수색의 적정성 판단에 참여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우리보다 법치에서 선진국일 외국 여러 나라들에서는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실시해왔나요?

 

김 : 우선 법원에서의 영장 발부가 기본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됩니다. 변호사협회 회장의 승인 역시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변호사를 압수수색 하려면 여러 절차적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구하는 제도적 장치 자체가 현재까지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와 연관해 다양한 의견과 대안이 제시돼왔는데, 어느 수준과 범위까지 변화와 개선이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뢰인의 비밀에 관해서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사법 절차와 수사 관행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미국과 영국도 판례법이 있기는 한데, 방금 언급된 국가들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의뢰인의 비밀을 보장하는 변호사의 특권과 의무를 확고히 인정하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기존에 나왔습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은 공동운명체 성격을 띠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생겨난 일들을 캐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취지가 반영된 판례였습니다. 물론 미국과 영국도 변호사의 범죄에 대해선 단호하게 처벌해왔습니다.

 

공 : 그럼 법무법인 태평양은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과 불미스러운 일을 공모했다는 의심을 샀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당한 건가요?

 

김 :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불법적 일을 저질렀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측에서는 수임료 명목으로 받은 돈에 수임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해석한 것 같습니다.

 

공 : 대장동에서 챙긴 불법 수익금의 일부를 수임료로 포장해 빼돌리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생각일 수 있겠네요. 검사들 눈에는 세상 모든 인간이 다 잠재적인 도둑이고 강도이니.

 

김 : 수임료가 어떻게 120억 원이나 될 수 있냐는 게 검찰의 견해였던 듯합니다. 변호사 비용 치고는 전례가 드물게 거액이었거든요.

 

공 : 로펌 쪽에서도 뭔가 항변할 논리가 있지 않았을까요?

 

김 : 법무법인 입장에서는 사건이 장기회될 수밖에 없으니, 변론 기간도 길어질뿐더러 변론에 참여하는 소속 변호사들의 숫자도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공 : 대장동 사건은 워낙 첨예하고 민감한 사건이라 수사에 수십 명의 검사들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 변론에 참여하는 변호사 숫자도 검사 숫자만큼 많아지나요?

 

김 : 보통 그렇습니다. 대형 로펌은 바로 그런 매머드급 사건을 맡으려고 만들어진 곳입니다. 저 같은 지역(Local) 변호사들은 한두 명 가량의 변호사들이 변론을 담당하는 사건을 주로 처리합니다. 태평양을 비롯한 대형 법무법인들은 검찰이라는 거대 조직을 상대해야 하는 사건들을 취급해해왔습니다.

 

공 :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인해전술에는 인해전술이네요?

 

김 : 변호사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되어온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전구 하나 갈아 끼우는 데 얼마나 많은 변호사가 필요하냐면 당신이 갖고 있는 돈만큼 필요하다는 조크입니다.

 

공 : 그야말로 다다익선이네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테니.

 

김 : 전구 하나 끼우는 일도 기능을 나누면 무수한 역할 분담이 가능합니다. 고장 난 전구를 빼는 사람, 전파상에서 새로운 전구를 사오는 사람, 전구 끼는 사람이 밟고 올라갈 의자를 가져와 단단히 붙잡는 사람, 실제로 새 전구를 전등에 끼우는 사람까지 여럿이지요.

 

공 : 빼낸 전구를 지정된 재활용 수거함에 버릴 사람도 필요합니다.

 

김 : 대장동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선고되려면 2~3년 정도의 소요 기간이 예상될 만큼의 크고 중요한 사건입니다. 피의자로부터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내에서의 역할들이 무수하게 분화될 수 있습니다.

 

공 : 사실상 공장식 분업이네요.


김 : 다양화와 전문화에서는 법무 분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건 곧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태평양으로서는 수임료를 엄청 고가로 부르는 게 당연했겠죠.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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