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시라소니 린치 사건보다 충격적인 나경원 린치 사건
“제가 놀랐던 마지막 장면은 나경원 사태(?)입니다. 이준석과 유승민은 그렇다 쳐도 나경원마저 이른바 ‘윤핵관’과 ‘장핵관’에게 집단린치 당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민」 대표가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결론 부분에서 일부를 인용해봤다. 필자가 놀란 지점은 나경원 전 의원이 장제원 의원이 총책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사실상의 정치보위부에 의해 무지막지한 조리돌림을 당한 데 있지 않다. 30년 넘게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잔뼈가 굵어온 박성민 대표가 윤석열 일행이 나경원을 진압하며 드러낸 폭력성과 잔혹성에 충격과 공포로 몸서리를 쳤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경원이 집단린치를 모질게 당하는 상황은 내게는 그리 놀랍지도, 당혹스럽지도 안다. 왜냐? 개가 사람을 문 일과 비교해 사람이 개를 물어뜯은 사건이 그보다 몇 배는 더 기괴하고 엽기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들인 윤석열 대통령과 장제원 의원 등을 짓궂게 견공으로 비하하려는 뜻은 아니니 독자들께서는 절대로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그럼 각종 선거전에서 산전수전공중전에 더해 지금의 SNS 시대에 이르러 드론으로 치러지는 전투까지 전방위로 겪어봤을 박성민은 윤석열 일행의 나경원 집단린치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크게 놀랐던 걸까?
필자가 감히 박성민 대표의 입장으로 역지사지를 감행해본다면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현재의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무 즉 정치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확인하고서 망연자실한 상태에 빠졌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정치는 인간을 살상하는 무기가 동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쟁과 구분된다. 제한된 면적의 운동장에서 통일된 복장을 갖춰 입고 경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스포츠와 구별된다. 최종적 승패의 판단을 국민의 민심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사법과 변별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무비판적으로 맹종하며 권력과 자리를 탐하는 윤핵관들은 경쟁상대에게 이기는 방도를 민의와 여론을 기반으로 더는 찾지 않는다. 경쟁의 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칙을 자기들 멋대로 주물러 손쉽게 승리를 얻으려고 시도한다. 또는 내부적으로는 정당의 윤리위원회, 외부적으로는 검찰과 경찰 같은 제3세력을 개입시켜 경쟁자들의 등장과 도전을 차단하고 봉쇄함으로써 자신들의 우세를 편안하게 유지ㆍ관철하려 든다.
단 한 경기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예선부터 결승까지 시종일관 부전승을 거둬서 우승을 날로 먹으려는 게 현 정권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치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 팀을 제외한 다른 모든 팀들의 출전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함으로써 우승컵을 거머쥐는 큰 그림은 이제껏 종래에 그 누구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미증유의 역대급 승부 조작 음모일 터이다.
법치의 탈을 쓴 윤석열의 패도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정무적으로 배제하기로 작정했다면 그는 이준석과 단둘이 독대해 밤을 새워서라도 당대표 사퇴 결단을 설득했을 게다. 윤석열은 정무적 방안 대신 심야에 윤리위원회를 소집시켜 이준석을 법무적으로 제거하는 변칙적 방법을 택했다. 윤석열 정권에 장악된 경찰조직이 이준석 축출에 필요한 사전정지 작업을 맡았음은 물론이다. 경찰과 당 윤리위의 체계적 협공에 직면한 이준석은 당대표직을 강제로 내려놔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나경원을 두려움으로 떨게 하고 있을까? 배현진과 박수영 부류 윤핵관 호소인들의 야비한 조리돌림? 장제원과 정진석의 연이은 협박과 경고?
나경원은 겉보기와는 달리 만만치 않은 질기고 단단한 정치적 맷집의 소유자이다. 그의 강력한 맷집이 나라와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증진하는 데 복무했다면 좋았겠지만, 실제로는 나경원 전 의원의 개인적 성공과 출세를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이는 당연히 나경원 혼자만의 병폐는 아니다. 갖고 있는 재능과 깜냥의 대부분이 당사자의 입신양명을 도모하는 연료로 태워지는 현상은 여당과 야당,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를 막론한 대다수 대한민국 직업 정치인들의 공통되고 일반적인 특색이다.
웬만한 정무적 수단과 작전으로는 나경원의 동선과 행보를 옥죌 수가 없다. 더욱이 나경원이 대통령 직속위원회들에서 지급하는 판공비 못 받는다고 하여 집에 생활비 떨어질 불우한 처지의 인사는 아니다. 그는 국내 유수의 사학재단 집안의 딸일뿐더러 본인과 배우자 모두가 서울법대를 졸업한 현직 법조인이다. 밥 굶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혜택받은 계층이다.
그러므로 다음 순서는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이준석을 낙마시킨 수법대로 나경원 역시 숙청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애용하는 법무적 방식의 재활용이다.
나경원은 윤 대통령과의 긴급 면담을 수차례 간절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애절하게 호소하기는 당대표직에서 폭력적으로 쫓겨날 무렵 이준석도 매한가지였다. 이준석과 나경원은 윤석열을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기를 원했다. 윤 대통령을 설득할 명분과 논리를 나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던 연유에서이다.
정치인은 의견이 다른 인물과 집단을 설득할 결심을 해야 옳다. 윤석열은 희한하게도 설득할 결심이 아니라 설득당하지 않을 결심으로 단단히 무장해 있다. 설득당하지 않을 결심은 두 가지 경우에만 가능하고 바람직하다. 하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경우다. 나머지 하나는 양심에 켕기는 구석이 너무나 많을 경우다.
윤 대통령과 그의 주변인들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고 주장한다면 북한 김여정의 표현대로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이리라. 따라서 우리는 윤석열이 스스로 너무나 켕기는 구석이 많은 까닭에 이준석과 나경원의 얼굴을 차마 정면으로 바라볼 자신감이 없었다는 결론을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밖에 없다.
나경원을 설득할 확신이 없는 윤석열이 비장의 승부수로 준비해뒀을 대책은 뻔하다. 나경원을 법무적으로 박살 내는 것이다. 벌써 시중에는 검찰과 경찰, 교육부와 국세청이 총출동해 나 전 의원과 그의 가족을 정조준한 먼지털기식의 전방위적 수사와 감사와 조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거라는 전망과 예측이 파다하다. 이준석이 당한 수모와 봉변은 나경원이 겪을 시련과 굴욕의 일종의 예고편일지 모른다.
정무적 해법을, 곧 순리와 이성에 바탕을 둔 정치적 해결책을 고민하고 모색할 의지와 능력이 깡그리 고갈된 집권세력이 전가의 보도로 의지하는 법무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법치가 아니다. 정당성 없는 폭력적 패도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이 자행하는 패도정치의 독특한 특징은 반대진영에 포진한 야당이 아닌 여당 안의 반대파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패도를 외피처럼 둘러온 법치의 당의정이 흔적 없이 벗겨졌다는 대목에 있다. 그간 정치권에 몸담아오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을 패도정치의 매운맛, 쓴맛, 신맛, 떫은맛을 골고루 맛보게 될 나경원의 무사 출마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벌(罰)의 순간’의 고통을 견디고 버텨야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별의 순간’이 도래하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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