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공희준(이하 공) :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는 일만 막으면 능사라는 식의 극도의 이기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석열과 윤핵관들이 유승민에 대해 품고 있는 과도한 경계심 또는 공포감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윤석열은 대통령의 앞 다른 이중적 행태
유시진(이하 유) : 저는 유승민 전 의원과 윤핵관들로 불리는 정치인들 사이의 갈등이 양자의 정치적 뿌리와 정체성 자체부터가 다른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핵관들로 일컬어지는 분들의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선거에서 낙선할 위험성이 없는 텃밭들에 지역구들에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무소속으로 출마했음에도 당선된 경우마저 있습니다.
공 : 권성동 전 원내대표 말씀인가요?
유 : 예, 그렇습니다. 거의 지방토호 수준으로 자신의 지역구를 확고한 텃밭으로 다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분들도 사람입니다. 단순한 지역맹주 이상의 자리를 넘보기 마련입니다.
공 : 지역맹주 너머의 단계로 도약하려면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수도권에서 출사표를 던져야만 하는데, 윤핵관들은 한결같이 편안한 골목대장 노릇에만 익숙해진 인물들이라 터무니없이 무리한 야심으로 보입니다.
유 : 윤핵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지역맹주 이상의 위상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객관적 처지입니다. 따라서 누군가 그분들을 끌어주고 밀어줘야 하는데, 윤핵관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유승민이 당대표가 되면 자신들을 밀어주고 끌어줄 중앙무대의 권력자가 더는 없게 됩니다. 지역맹주 이상을 꿈꾸기는커녕 현재의 위치조차 유지하기가 곤란해집니다.
공 :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들의 든든한 보호자 겸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네요. 이와 달리 유승민은 윤핵관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 같은 존재이고요.
유 : 저는 윤핵관들이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분들이라고 하여 왜 더 큰 권력을 누리고,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려는 욕망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유승민이 건재하면 그러한 야심과 욕망이 허망한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윤핵관들의 속내이고, 계산일 겁니다.
공 : 방금 설명해주신 대목은 유승민에 대한 윤핵관들의 공포심 내지 두려움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자입니다. 그런 윤석열이 유승민을 특별히 겁낼 만한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유 : 유승민 전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에 나가기로 결심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당시에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유승민의 출마를 응원한다는 덕담까지 두 사람 간의 전화통화해서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전화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김은혜 현 용산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경기도지사 경선에 내보내는 양두구육의 자객 공천을 선보였습니다.
공 : A 회사가 B 회사에게 소송이나 가압류를 걸겠다는 의도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낼 때도 서두에 “귀사의 일익번창을 기원합니다”라는 낯간지러운 인사말을 쓰곤 합니다. 윤 대통령이 유 전 의원에게 해준 덕담은 아마 그와 같은 성격의 무의미함 사탕발림성 립서비스에 불과했던 듯합니다.
유 : 제가 윤 대통령에게 유 전 의원을 왜 그렇게 미워하고 핍박하느냐고 직접 물어보고 싶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려운 일이니 현재로서는 단지 짐작만 해볼 수 있을 따름입디다, 저는 국민의힘 대통령 경선 무렵 수차례 진행된 공개토론회에서 쌓인 감정적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유승민이 윤석열을 워낙 매섭게 몰아붙였거든요.
공 : 저도 저 유명한 ‘항문침’ 사건이 기억납니다. 윤 대통령에게는 굉장히 거북하고 불쾌한 질문이었겠죠.
유 : 그때 윤석열 후보로서는 유승민 후보가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격의 소재로 삼는다고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에서 대통령 중심제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개인의 사생활마저도 꼼꼼한 검증 대상이 돼야 하는 아주 막중한 자리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모두 따져야 하고, 의혹이 있다면 남김없이 밝혀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와 같은 배경과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서 유승민이 나를 매정하게 추궁했다는 생각에만 매몰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이 자신의 대선캠프에 너무 늦게 합류했다며 섭섭한 마음을 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 : 그래도 유승민은 윤석열의 마지막 대선 유세에 함께한 걸로 저는 기억합니다. 홍준표 현 대구시장 같은 경우에는 그 중요한 대선 마지막 유세에 건강검진 받아야 하는 핑계로 아예 불참했거든요. 공공연한 선거운동 보이콧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섭섭함과 서운함을 토로해야 한다면 선거 마지막 유세에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은 홍준표 시장을 향해 내뱉어야 이치에 닿습니다.
유 : 그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선후보 토론회에서의 앙금을 윤석열과 유승민의 불화가 싹튼 핵심적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 : 윤 대통령이 뒤끝 작렬하는 성격인 건 이제 비밀도 아닌 상황입니다. 덩치는 산만 한 분이. (웃음)
당대표 유승민의 목표는 승리하는 개혁공천
공 :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이 당대표에 선출되면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위시한 윤핵관들을 공천에서 대거 배제하는 개혁공천을 실행에 옮길 방침임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윤핵관들이 지금의 한국정치의 대표적인 구태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윤핵관들을 배제하는 개혁공천이 만약 이뤄질 경우에 내년 총선 판세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계시나요?
유 : 먼저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있습니다. 윤핵관의 기준과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는 일입니다.
공 : 이준석 대표는 윤핵관들을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 두 가지 범주로 분류했었습니다.
유 : 대통령을 옹호했다고 무조건 도매금으로 윤핵관으로 낙인찍는 건 어폐가 있습니다.
공 : 정당한 옹호와 비루한 빨아주기는 저 같은 중도층 성향 유권자의 시각과 잣대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분이 됩니다.
유 : 윤핵관이라고 해도 지역구에서 신망이 높으며, 실력이 있다는 일반 대중의 평가가 있으면 당연히 포용해야죠. 저는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잠깐 시행됐던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를 재도입하면 문제가 있는 인사들을 윤핵관이든 혹은 윤핵관이 아니든 충분히 검증해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성공한 당대표가 되려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동시에 투명한 후보공천 과정이 확립돼야 합니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가깝고 멀고가 공천의 사실상 유일한 원칙과 기준으로 작용해선 안 됩니다.
공 :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와의 인연과 친분이 내년도 국민의힘의 총선 공천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우려와 의구심이 벌써 시중에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유 :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는 ‘윤핵관 리스크’가 있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이재명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결국 총선 승패는 어느 정당이 자기 당 내부에 끈질기게 똬리를 틀고 있는 치명적 리스크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제거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입니다. 국민이힘이 윤핵관 리스크에서 어떻게 해야만 빨리,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이미 오래전에 정답이 나와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유승민 대표 체제를 구축해 선거전에 임하면 윤핵관 리스크가 가장 확실하게 사라질 게 분명합니다.
반면, 민주당의 이재명 리스크는 단시일 안에 쉽사리 해소될 수 있는 성질의 위험요인이 아닙니다. 검찰이 아무리 발 빠르게 수사를 진행해도 3월 8일 이전에는 해결될 수 없는 리스크가 이재명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유승민이 차기 당대표로 선출돼 윤핵관 리스크를 깨끗하게 떨쳐버린 국민의힘과, 이재명 리스크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맞붙으면 승패는 보나마나입니다. 국민의힘은 손자병법에 쓰인 것처럼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유한 상태에서 이기고 들어가는 싸움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공 : 윤핵관의 국민의힘보다는 유승민의 국민의힘이 민심에 대한 반응속도에서 훨씬 더 속도감 있고 빠를 거라는 말씀이네요. 사실, 이 지점이 윤핵관들의 가장 유해하고 반동적인 부분입니다. 왜냐면 국민의 민심과 윤심(尹心)이 충돌할 적마다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나서서 윤심을 막무가내로 두둔하고 민심을 폄하한 탓에 윤 대통령이 중도층의 지지와 청년세대의 신뢰를 거의 완전히 잃어버렸거든요.
유 : 그 결과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황당한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공 : 장제원 의원이 그런 볼썽사나운 궤변을 늘어놨죠. 근래에 보기 드문 낯뜨거운 아첨이자 아부였습니다.
유 : 윤핵관 호소인들으로 알려진 분들은 본선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제대로 정상적인 공천이 이뤄진다면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공 : 저는 윤핵관 호소인 대신 그냥 ‘쩌리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웃음) 유승민 대표 체제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단지 현직 대통령과 가깝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간신배들이 설칠 여지는 없다는 말씀인가요?
유 : 당연히 그래야죠. 공천에 사적 감정과 개인적 호오가 끼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공 :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요즘 친윤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설쳐대는 모양새를 보면 박근혜 정권 시기에 활개 쳤던 친박감별사들이 도리어 얌전하고 상식적인 인사들로 여겨질 지경입니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 본인부터가 모든 정치적 언급과 행위에서 사심이 가득합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력을 완벽히 상실했어요.
유 :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원내에 국회의석을 보유한 정당들은 권위주의적 총재제도를 진즉에 폐지했습니다. 허경영 씨의 공화당에나 남아 있는 게 낡은 총재제입니다. 집권경험이 있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전부 공식적으로는 당정 분리 시스템을 채택해왔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대통령은 정당의 구성원, 곧 정당원이기 이전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뜻입니다. 원칙적으로, 대통령은 당무에 관여도, 개입도 해서는 안 됩니다.
공 : 하지만 현재의 윤석열은 대통령과 총재에 더해 국민의힘의 사무총장과 공천심사위원장까지 노골적으로 겸직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당무에 미주알고주알 개입하는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유 : 윤석열 대통은 검사 시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구속에 앞장선 사람입니다.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낸 죄목 가운데에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 역시 포함돼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그와 관련된 부분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이 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로 선고됐습니다. 저는 나중에 윤 대통령이 지금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들을 과연 어떻게 감당하실지 솔직히 걱정이 매우 큽니다.
공 : 윤 대통령이 즐겨 하는 표현대로 그곳으로 빠르게 가실 것 같습니다. (웃음) 아니면 저처럼 평범한 국민은 알지 못하는 믿는 구석을 어디엔가 갖고 계시던가. (②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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