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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죽이기의 주범은 누구인가 - 윤석열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2-10-13 18: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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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선 당대표가 있었기에 0선 대통령도 있었다


윤석열 대선캠프의 대변인을 역임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1시간 중 혼자 59분을 떠드는 인물로 표현하며 윤석열 정권이 초나라 항우처럼 종국에는 폭망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미지 : 이동훈 페이스북)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기각되었다. 똑같은 법원의 똑같은 판사였다. 이준석은 1차전에서 주호영 체제의 비대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터였다. 그는 2차전에서도 연거푸 이김으로써 자신을 당대표 자리에서 밀어낸 윤석열 대통령 측의 행위에 법률적으로 완벽한 파산선고를 내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준석은 그가 지난 8월 26일 법원으로부터 주호영 비대위의 직무정지 판결을 이끌어냈을 때 공세종말점에 다다랐다. 정치인에게 최고의 보급원은 민심이고, 민심 가운데서도 단연 위력적 무기가 동정여론이다. 배현진 의원을 필두로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고의적으로 줄줄이 사퇴하는 불미스런 광경은 당내의 노회한 기득권 세력에 의해 부당하게 핍박받고 왕따당하는 젊은 당대표의 딱하고 불쌍한 모습을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강자에 편승하려는 밴드왜건(Bandwagon) 심리와 약자를 응원하는 언더독(Underdog)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정반대 충동이 차례로 변덕스럽게 표출되며 정치지형을 수시로 크게 요동시켜왔다. 맹자가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고 역설한 일도 종잡기 어려운 대중의 까탈스러움에서 비롯되었다.

 

이준석은 법원에서의 1차전에 승리한 직후 개선장군처럼 굴었다. 그를 향한 동정론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도록 부추긴 치명적 패착이었다. 법원이 이준석과 윤핵관의 리턴매치에서 한 일은 이준석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서서히 식고 있음을 법적으로 인증해준 데 불과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21년 4월 7일 실시된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공석이 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전부 석권하며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선거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단연 이준석이었다. 그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거의 최초로 청년들이 보수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선거유세용 차량에 설치된 연단에 자발적으로 오르게끔 만드는 놀라운 이변을 연출했다.

 

보궐승리의 여세를 몰아 이준석은 나경원과 주호영 등의 쟁쟁한 중진 정치인들을 누르고 양대 거대 정당 초유의 30대 당수로 선출됐다.

 

0선 정치인 이준석이 존재했기에 0선 대통령 윤석열의 탄생도 가능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은 이준석을 내부총질이니 일삼는 말썽쟁이 당대표로 폄하했다. 허나 이준석이 제안한 젊은 세대 취향의 참신하고 톡톡 튀는 선거운동 전략과 방식이 없었다면, 대선후보 윤석열은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의 국회의석을 헌납했던 미래통합당 대표 황교안처럼 강성극우 태극기부대에 의지하는 구태의연한 아날로그 캠페인을 전개했을 가능성이 컸고, 국민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활짝 개방된 청와대를 구경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 게다.

 

유방에게는 없는데 윤석열에게는 있는 것들은

 

윤석열은 이준석을 쳤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측은 이준석을 집권여당 당수직으로부터 끌어내리는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있는 기색이다. 이준석의 정치생명을 이참에 아예 재기불능으로 끊어놔야만 한다는 초강경 기류가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현재의 집권세력 곳곳에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선전선동 구호가 오래전부터 요란하게 존재해왔다. “김건희가 결심하면 강신업은 한다!” 이준석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젊은 남성 누리꾼들이 주로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들에서는 이러한 뉘앙스의 이야기가 이준석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가 논의되던 시점부터 파다하게 퍼져왔다. 이준석을 겨냥한 권력 핵심부의 파상공세의 몸통에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게 그들의 시각이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의 전직 회장으로 유명한 강신업 변호사는 이준석 제거 작업의 행동대원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서 맹활약해온 인물이다. 강 변호사와 김 여사의 남다른 정치적 밀착관계는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촬영된 대통령 부부의 사진을 강신업 변호사에서 개인적으로 전달한 사태를 게기로 더는 비밀이 아니게 되었다.

 

감사원과 경찰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 가장 열심히 일하는 양대 국가기관이다. 문제는 이들 조직이 일반 국민들의 복리가 아니라 특정 정권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이다. 때마침 공교롭게 경찰이 이준석을 친윤석열 성향의 극우상업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를 무고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는 신문기사가 나왔다. 이준석이 결국에 무고죄로 검찰에 기소될 거라는 강신업의 예언이 보란 듯이 기막히게 적중한 셈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의 복심으로 통해왔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전연 통제하지 못한다고 보도한 여러 언론매체들의 숫자가 지금 한두 군데가 아닌 터이다. 강신업 변호사가 벌여온 일련의 행동들을 그의 단독 플레이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고대 중국사를 돌이켜보면 이미 병권을 박탈당한 대장군 한신을 전광석화처럼 최종적으로 숙청하는 작전을 주도적으로 진두지휘한 당사자는 황제 유방이 아닌 황후 여태후였다. 후세의 사가들은 이 일을 부인이 남편을 대신해 악역을 맡은 사건으로 평가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양한 인재들을 열린 마음으로 통 크게 포용해 그들에게 마음껏 능력과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한나라 창업자 유방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협량하게 독선과 독주를 거듭하다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초패왕 항우에 가까운 유형의 인간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필자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감별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방과 윤 대통령 사이에는 아주 결정적 차이점이 가로놓여 있다. 천자 유방에게는 임기가 없었다. 거대 야당도 없었다. 민심의 동향을 알리는 지표 구실을 해줄 정기적 여론조사도 없었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은 5년 시한부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국가권력의 중요한 한 축인 입법권력은 야당에 장악돼 있다.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마다 죽을 쑤는 처지이다.


가엾게 쫓겨난 젊은 당대표를 의도적으로 옭아매려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검찰의 기획된 기소는 이준석을 둘러싸고 잦아들어가던 동정여론에 다시금 불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립무원의 사면초가에 불리하게 몰릴 수밖에 불온하고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는 순간이다.


필자는 한류의 약진과 확산을 늘 기뻐하고 응원해왔다. 그럼에도 「패왕별희」를 21세기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조응하게 각색한 「패왕건희」가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상대로 선풍적 인기몰이에 성공하는 달갑잖은 쾌거만은 제발 이룩되지 않길 바란다. 우국충정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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