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이용호를 아시나요
이용호. 정치평론 작업을 오랫동안 수행해왔다고 자부하는 필자조차 거의 언급할 일이 없는 정치인의 이름이다. 필자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동갑내기인 1960년생임을 방금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이용호 의원의 동정이 이제껏 언론에 비교적 비중 있게 보도되기는 내 기억으로는 딱 두 번이었다.
처음 한 번은 그가 더불어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다가 시쳇말로 뺀찌를 맞은 2019년 1월 초였다. 나중 한 번은 이 의원이 호남에 지역구(전북 남원ㆍ임실ㆍ순창)를 두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한 2021년 12월이었다. 확고한 대중성과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대부분의 금배지들처럼 그는 당적에 변동이 생기거나 혹은 생겨날 것 같은 경우에 한해서만 전국적 민심의 조명을 받아온 셈이다.
여야 주요 정당에서의 대규모 공천탈락 사태를 시발점으로 삼아 정계개편의 회오리바람이 한바탕 크게 몰아칠 게 확실시되는 2024년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무렵에나 다시금 세간의 화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 이용호 의원이 요 며칠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만끽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가 윤석열 정권은 미래가 없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은 아니다. 대통령 임기 첫 해 집권여당 원내사령탑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전격적으로 피력한 까닭에서이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뜻으로 보이는 이준석 대표 숙청을 계기로 국민의힘의 시계바늘은 인정사정없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용산 대통령실의 암묵적 후원 및 방조 아래 국민의힘에서 빚어지고 있는 온갖 시대착오적 행태들과 구태의연한 광경들에 국민들은 더 이상 분노할 가치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준석과 유승민까지도 좌파 빨갱이 인사들이라고 막무가내로 거칠게 비난ㆍ저주해온 태극기부대를 비롯한 국민의힘 골수 지지층을 제외한 대다수 유권자들은 차기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단호하게 응징하고 심판할 순간만을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극우화를 막아낼 정권 내부의 마지막 제동장치였다. 이준석을 걸핏하면 내부총질이나 비열하게 일삼는 버르장머리 없는 당대표로 매도하며 모질게 몰아낸 국민의힘에서는 누가 원내대표가 되건 그 위상과 역할이 용산 대통령실의 말 잘 듣는 심부름꾼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국민의 사랑과 성원보다도 윤 대통령이 발신하는 체리따봉 이모티콘이 더 중요시되는 거수기 정당에 응당 어울리는 필연적 몰락과 퇴행이리라.
그런데 국민의힘의 몰락과 퇴행은 그 속도가 빨라도 너무나 빠르다. 필자는 이용호 의원이 기존에 그려온 정치적 궤적을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기실, 평가를 하고 말고를 떠나 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제발 원내대표 경선에만 나가게 해달라고 읍소하다시피 하고 있는 이 의원의 작금의 처량한 처지를 떠올리면 현실정치 세계의 비정함과 신의 없음에 또다시 부르르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용호의 외로운 몸부림
이용호 의원이 대선정국에서 윤석열 후보로부터 어떠한 언질과 약속을 받고서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작정했는지 그 내막은 여전히 장막에 가려 있다. 이 이원이 만약 향후에 현 정권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면 그와 연관된 후일담이 불거질 테지만, 이때는 윤 대통령 측과 이용호 의원 쪽 주장이 크게 엇갈릴 게 분명한지라 정확한 진실은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허나 한 가지는 명확하다. 이용호 의원이 자원봉사하려고 정치적 족보도, 유전자가 모두 다른 보수 정당에 종내는 합류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그 나름의 야무진 꿈과 장밋빛 청사진을 갖고서 윤석열 호에 탑승했을 터이다.
총리나 장관직에 앉혀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원내대표 경선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것뿐이다. 이러한 요청에 용산 대통령실은 아무런 공식적 반응이 없고, 윤핵관들은 이 의원에게 참 눈치 없는 사람이라는 식의 싸늘한 눈길만 보내고 있다. 마치 거대한 벽에다 대고 외롭게 외치는 것 같은 이 의원의 애끊는 호소와 절규를 감안하건대 윤석열 정권의 수뇌부는 이용호의 이용가치가 더는 없다고 냉정하고 타산적으로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원내대표를 정상적인 당내 경선 절치가 아닌 하나마나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한 추대 방식으로 뽑자는 생각은 바로 여권의 최고존엄인 윤석열 대통령의 착상일 개연성이 짙다. 필자는 이준석 축출은 당대표를 선출하는 권한을 당원들과 국민들로부터 폭력적으로 탈취해 용산 대통령실로 넘기려는 ‘윤석열판 10월 유신’ 과정의 첫 번째 단계일 거라는 해석과 전망을 이준석이 무리하게 징계된 직후 내놓은 바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뒤이어 지명직 당대표라는 엽기적 당직까지 바야흐로 등장하려는 분위기인 것이다.
당대표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대통령 맘대로 정당에서 원내대표를 의원들의 자유로운 투표로 선임할 거라고 이용호 의원은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현재의 고독하고 애처로운 읍소와 하소연은 다른 선택지를 염두에 둔 일종의 페이크 모션일까?
윤핵관들이 이용호 의원에게 험지인 호남 출마를 계속 종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이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기로 작심했다는 시각도 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이다. 윤석열 정권이 직면한 위기의 1차적 원인은 대선후보 시절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 ‘공정과 상식’을 당선되자마자 쓰레기통에 내다버린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
윤 대통령에 버금갈 위기의 책임자들은 정작 자신들은 봉견영주나 또는 지방토호 비슷하게 군림하고 있는 영남과 강원과 충청도의 안전한 텃밭을 떠날 마음이 전연 없으면서 남들에게만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힘든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지라고 내로남불로 압박하는 권성동, 장제원, 정진석, 이철규, 박수영 유형의 윤핵관들 및 윤핵관 호소인들이라 하겠다.
알고 보면 정치인의 말을 제일 신뢰하지 않는 인간은 다름 아닌 정치인 자신들이다. 이용호는 자기도 직업 정치인이면서 정치인의 말을 덜커덕 믿어버리는 치명적 실책을 이번 대선에서 저지른 성싶다. 나라 전체적으로 경제도 어렵고, 안보도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이용호 의원이 국민들의 가슴이 웅장해지는 모종의 결단을 너무 늦기 전에 내렸으면 좋겠다. 그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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