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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④ “한국의 보수는 유튜브 때문에 망하고 있다” - 근본 없는 졸부형 보수 유튜버들이 보수의 담론을 엉망으로 만들어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12-22 18: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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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이 망한 것은 디지털 사진기를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필름이 불필요한 디지털 사진기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기업은 코닥이었기 때문이다. 코닥은 필름 시장에서의 성공에 너무나 안주한 나머지 미래의 물결인 디지털 카메라를 창고에 하염없이 처박아두는 치명적 자충수를 두었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패망을 부른 사례는 단지 코닥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회전식 포탑이 탑재된 현대적 형태의 전차를 처음으로 만들어 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에서 거둔 승리에 도취했다가 2차 대전에서 독일군 기갑부대가 구사한 전격전의 먹잇감이 힘없이 되었다. 한때 휴대전화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노키아는 피처폰 시대의 승자였기에 스마트폰 시대의 흐름에 제때 동참하지 못해 회사가 통째로 쓰러지고 말았다.

한국의 진보진영이 유튜브 시장에서 고전하는 일은 팟캐스트로 거둔 전과가 지나치게 혁혁한 탓이었다. 그들은 팟캐스트가 열어젖힌 서전의 결실을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주자였던 공중파 방송을 전리품으로 취하는 비용으로 헛되이 써버렸다. 그런데 정작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보수우파가 장악한 우리나라 유튜브의 현실에 몹시 불편해하는 기색이었다. 그 속내를 들어봤다.

나는 진중권에게 이래서 이겼다


변희재 대표는 1 : 9의 열세를 팩트의 힘으로 6 : 4로 뒤엎었다고 회고하며 토론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사진 : 곰TV 방송 갈무리)

변희재(이하 변) : 「사망유희 토론배틀」을 앞두고 저와 진중권 두 사람 가운데 어느 누가 우세할 것이냐에 관한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중권 씨가 우세할 거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92프로였습니다. 저의 승리를 예측한 사람은 겨우 나머지 8퍼센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토론이 실제로 시작된 지 1시간 30분 후에는 제가 ‘6 대 4’로 우위를 점유했습니다.


공희준(이하 공) : 승패를 떠나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결국은 일개 민간인 신분 아닌가요? 독선과 오만과 불통으로 일관하면서 나라를 다스려온 문재인 정권 권력 실세의 대열에 진중권이 끼어 있지는 않습니다.


변 : 저와 진중권 사이의 토론 주제는 참여정부가 서해의 북방한계선(NLL)을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위해 포기했는지에 대해서였습니다. 그 토론회를 어떤 계층에서 제일 많이 시청했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가장 열심히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객관적 사실(Fact)에 기초해 정확한 논리로 진중권 씨를 공략하자 ‘8 대 92’의 판세가 불과 1시간 30분 만에 ‘6 대 4’로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필자는 인터넷방송 서비스인 ‘곰tv’에서 생중계한 문제의 토론회를 시청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토론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데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교에서 미학을 전공한 인터넷 논객들끼리 복잡다단하고 미묘하기 짝이 없을 국제정치학적 현안인 NLL 문제를 놓고서 토론을 벌인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코미디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이를테면 악보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필자 같은 인물이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우열을 다투는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선다면 대부분의 음악 전공자들은 실소를 금하지 못할 게다.


변 : 한국정치가 문재인당-탄핵당-탄핵무효당의 3당 체제로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3자 토론 형식이 시사토론의 대세로 자리 잡기 마련입니다. 청와대에서 공용으로 사용되던 태블릿 PC가 어떻게 해서 최서원 개인의 물품으로 조작됐는지,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어째서 근본적으로 무효인지를 구체적 사실과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해가면서 설명하면 토론회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이 기존에 품어온 잘못된 견해와 관점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외연 확장의 핵심입니다.


김무성과 유승민은 민주당을 집중 공격해야


변희재 대표는 태블릿 PC의 진실만 알려지면 기존 정치지형이 천지개벽할 것이라 단언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얘기는 필자에게는 “열심히 하자” 혹은 “노력하면 된다”는 결의와 다짐 정도로 다가왔다. 그가 열심히 노력하겠다는데, 필자가 무슨 자격으로 거기에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계속 열심히 하라고 무언의 격려를 해줄 수밖에….


공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민들의 상당수는 태블릿 PC의 주인의 정체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중이 박근혜 대통령을 촛불집회로 권좌에서 끌어내린 본질적 원인은 박 전 대통령이 한 나라를 성공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정상적 통치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점에 있습니다. 변 대표님께서는 지금 나무는 봐도, 숲은 못 보시는 것 아닌가요?


변 :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에 나온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최서원 씨가 태블릿 PC 등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했다고 믿는 답변자가 응답자의 73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70프로가 넘는 응답자들이 최서원의 태블릿 PC가 탄핵의 결정적 사유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태블릿 PC가 최서원의 소유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종전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물론 있기야 있겠죠. 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원래부터 싫어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최서원이 박근혜 정부를 좌지우지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정한 뇌물을 수수했다고 인식했던 유권자들은 탄핵이 부당했다는 방향으로 대거 입장을 수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 : 토론 한 방이면?


필자는 토론 한 방이면 박근혜 탄핵 찬반 여론을 탄핵 반대가 주류인 쪽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고 확신하는 변희재 대표의 모습에서 BBK 한 방이면 이명박은 끝장이라며 득의만면해하던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국면의 대통합민주신당 사람들이 지체 없이 연상됐다.


변 : 문재인당은 여전히 탄핵에 동조할 겁니다. 그렇지만 김무성과 유승민이 주도하는 탄핵당의 상황은 다릅니다. 존립 자체마저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탄핵당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 : 변 대표님의 예측대로 정국상황이 전개된다면 탄핵당은 어떠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변 : 저는 탄핵당이 문재인당의 지지기반을 잠식하려고 시도하리라 봅니다.


공 : 변희재 대표님께서는 문재인당, 즉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여기시는 거네요?


변 : 예.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를 쓰러뜨릴 궁리를 항상 해왔습니다. 우리도 문재인 정부를 탄핵시킬 방도를 쉬지 않고 모색하고 있습니다. 피장파장인 셈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상수일 뿐이지, 변수는 아닙니다.


공 : 변 대표님이 속한 보수 진영의 주타, 곧 주요한 타격 대상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김무성과 유승민 세력입니까?


변 : 외연 확장을 집요하게 강조하시는데, 우리가 상정한 외연 확장 전략의 관건은 탄핵당의 속임수에 기만당한 유권자들을 되찾아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탄핵당은 우리와 맞서서는 안 됩니다. 현재의 여당과 싸워서 영토를 보존하는 게 현명합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판단과 주장을 네 글자로 요약하면 ‘근교원공’도 될 수 있고, ‘어부지리’도 될 수 있으며, ‘이이제이’도 될 수 있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희망사항’도 될 수가 있었다.


보수 유튜버들, 근본이 없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유명 보수 유튜버들을 향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사진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 : 문재인 정권은 공중파 방송을 장악하는 데 확실히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유명 친문인사들 몇몇이 억대 출연료를 챙긴 걸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의 공중파 방송 장악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유튜브가 새롭게 대세로 떠오른 탓입니다. 유튜브 방송이 뉴미디어의 총아이자 디지털미디어 플랫폼의 신흥 맹주로 부상하면서 뜻밖에도 우리나라 보수가 로또를 맞은 결과가 초래되고 있습니다. 보수를 표방하는 유튜브 시사 채널들이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하면서 재정적 측면에서도, 영향력의 견지에서도 공중파의 친여 뉴스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변희재 대표께서는 보수의 유튜브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


변 : 저는 보수가 유튜브 때문에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차마 예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답변이었다. 남한의 보수가 유튜브 때문에 망해간다는 이야기는 삼성이 반도체 때문에 망하고, 애플이 아이폰 때문에 망한다는 진단과 다름없는, 세간의 일반적 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해석이었다.


변 : 제가 작년 5월에 옥에 갇혔습니다. 그즈음인 2018년 늦봄 무렵만 해도 보수 색채를 표명한 유튜브 시사채널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회로 다시 복귀하니 어마어마하게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떼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공 : 저도 몇 번 봤는데 후원금이 정말 슬롯머신 기계의 과일그림 올라가는 것처럼 막 쏟아지더라고요.


변 : 그전에 아무런 정치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고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던 소시민이 유명한 스타 유튜버라며 정치평론을 하는데, 맞는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한 달에 수천만 원을 가뿐히 번다는 소리를 듣고 제가 기겁을 했습니다.


변희재 대표는 벼락출세한 보수 유튜버들을 매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필자가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의 발언 수위를 대폭 낮췄음을 독자들께서는 양지해주시기 바란다.


공 : 세금이나 제대로 낼까요? 그나마 공중파 방송은 세금은 공제한 다음에 출연료를 지급합니다.


변 : 유튜브가 강남 아파트처럼 숱한 졸부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저는 이 광경을 목도하고서 보수의 미래가 무척이나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절망적이어도 너무나 절망적입니다. 지금 보수에 필요한 자산이자 무기는 양자 구도를 왜 3자 구도로 바꿔야 하는지에 관한 정교하고 수준 높은 담론입니다. 반면에, 보수 유튜버들의 대다수는 그냥 “으쌰으쌰!” 하는 게 할 줄 아는 일의 전부입니다. “타도 문재인!”만을 고래고래 외칠 따름입니다. 저처럼 당장은 어렵고 복잡하게 들려도 보수의 재건과 재집권에 장기적으로 필요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합니다. 유튜브가 보수진영을 철저하게 하향평준화시키고 있습니다.


공 : 대중의 인식에서는 “변희재=증오와 선동”이었습니다. 변희재 대표께서 증오와 선동만으로는 안 된다고, 합리와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고 간절하게 호소하시니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변 : 제가 운영하는 미디어워치의 유튜브 방송 채널은 제가 영어의 몸이 되기 전과 조회수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다른 인간들은 10배씩 늘었다고 하는데….


공 : 으하하하!


변 : 벼락출세한 졸부 유튜버들로 말미암아 현재 보수 측 담론이 엉망이 됐습니다.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인물들이 막 들어와서 보수의 담론 지형을 마구잡이로 황폐화시키는 중입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보수는 한마디로 끝났습니다. 끝장이에요! (⑤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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