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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① “로스쿨은 시험낭인 양산하는 귀족학교” - 전해철 참여정부 민정수석이 로스쿨 도입작업 주도해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11-07 17: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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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자사고와 외고와 국제고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와 같은 학교들이 원래의 도입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특권층들을 위한 귀족고등학교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이다.

외고와 자사고가 “특권과 반칙의 2부 리그”격이라면, 로스쿨은 “불공정 경쟁의 위풍당당(?)한 1부 리그”인 셈이다. 1부 리그를 놔둔 채 2부 리그만 폐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얄팍한 발상은 삶은 소대가리마저도 웃을 궤변 가득한 소리이리라. 로스쿨에 대한 민심의 반감은 자사고와 외고를 향한 민중의 원성과 비교해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로스쿨은 외고나 자사고와 달리 개혁의 무풍지대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한웅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약칭 대안정치연대)」 서울시당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서부터 ‘촛불 변호사’로 진보적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름을 날려 왔다. 그리고 한웅 위원장은 로스쿨로 흔히 알려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한 적극적 비판자이기도 하다.

한웅 위원장으로부터 법조계에서는 뜨거운 감자가, 힘없고 가난한 서민대중들에게는 원망과 분노의 대상이 돼버린 로스쿨 시스템의 현주소와 개선방향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2019년 11월 6일 수요일 오후,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자리한 한웅 위원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공정함에 대한 갈망이 전 사회적으로 다시금 비등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공정해야만 할 입시가 가장 불공정하게 이뤄져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연유에서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상황의 긴급성을 뒤늦게 깨닫고 대입제도의 손질에 허겁지겁 나섰습니다.


그런데 학종 전형과 수시 선발이 쌍끌이를 하고 있는 현행 대입제도와 나란히 불공정 경쟁의 원천으로 범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시스템이 로스쿨, 즉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입니다. 로스쿨이 힘없고 가난한 서민대중의 자제들이 법률가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고시는 고시낭인 양산 등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계층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밀어내고 들어선 로스쿨은 고액 등록금과 선발과정의 불투명함으로 말미암아 특권층 자제들만 들어갈 수 있는, 진입장벽 높은 ‘돈스쿨’로 불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기존의 사시 출신 법조인들에 대한 평판과 비교해 높다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한웅 위원장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사법시험 부활을 역설해오셨습니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에 어떠한 구조적 맹점과 한계가 존재하는 까닭에 사법고시 부활을 주장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처럼 보수 정치인들은 사시 부활을 외치는 데 반해, 정작 진보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왜 국민들의 불신과 반감을 자초하면서까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법체계는 대륙식인데 로스쿨은 영미식


실제로 법학을 가르쳐온 한웅 위원장은 로스쿨의 모순을 학문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짚었다. (사진 김한주 기자)

한웅 : 제가 로스쿨 제도의 맹점과 모순에 관해서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률 체계(Legal System)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본질적으로 상충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법학과 법체계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달한 대륙법(大陸法)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스쿨은 영국과 미국이 그 대표적 국가인 영미법(英美法)으로부터 비롯된 산물입니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일 수도 있으니 제 나름대로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륙법은 연역식입니다. 반면에 영미법은 귀납식입니다. 연역적 접근방식이 무엇이냐? 대전제 역할을 담당하는 기본적 법률원리들을 해석할 능력과 기술만 갖추면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사실관계들에 기본적 법률원리를 소전제로 적용시켜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입니다.


영미식의 귀납적 접근방식은 이와는 다릅니다. 하나하나의 개별적 사례들을 모아서 일반적 원칙을 뽑아내는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영미법에서는 판례가 당연히 우선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집된 개개의 사례들에 근거해 일반 원칙을 정립시키기 때문입니다.


연역법 방법에 기초하는 대륙법 계통에서는 법학적 원리(Dogma)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법학에서의 핵심 쟁점이, 법률 실무에서의 커다란 줄기가 돼왔습니다.


법과는 평생 담을 쌓고 살아온 필자 입장에서 한웅 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머리가 갑자기 우지끈 아파왔다. 복잡하고 난해하기 짝이 없을 법학 이론을 필자 같은 법률 문외한, 곧 법맹(法盲)들에게 이해되기 좋게끔 간단하게 풀어서 친절히 설명해야만 하는 한웅 위원장 역시 적잖이 머리가 아팠을 것임은 분명하다.


대륙법 계열 국가들의 변호사들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이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변호사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전문가로 통합니다. 한 명의 변호사가 된다는 건 민사, 형사, 기업, 노동 등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귀납적 접근방법이 기본을 이루는 영미법 나라들에게는 양상이 다르게 펼쳐집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하나하나의 사례가 모여 일반원칙이 도출되기 때문에 형사 전문, 민사 전문, 기업 전문, 노동 전문, 산재 전문, 의료 전문 식으로 개별 분야들마다 그 일만을 처리하는 변호사들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로스쿨은 귀납적 방법을 사용해온 영미법 국가들이 변호사를 양성해온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현행 법률 체계는 대륙법 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한국의 기존 법률체계와 불협화음을 빚어내는 크나큰 이유입니다.


한웅 위원장의 논지는 비유하자면 육중한 탱크의 차체 위에다 빨간 스포츠카의 뚜껑을 얹힌 구조가 한국의 법학교육대학원 제도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탱크의 차체와 스포츠카의 뚜껑은 죄가 없다. 잘못을 찾자면 궁합이 맞지 않는 기괴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그 원죄가 있으리라.


한국형 로스쿨은 호환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에 맞지 않은 작동 시스템(OS : Operating System)을 우격다짐으로 탑재시킨 것입니다. 이는 성문법주의와 불문법주의의 차이와도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성문법주의는 연역적 접근방법과 친화적입니다. 불문법주의는 귀납적 접근법과 가깝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귀납법 위주인 불문법주의는 판례 중심의, 사례 중심의 경향을 뚜렷이 띠곤 합니다. 로스쿨 제도는 우리나라 법률체계가 오래전부터 그 토대와 기초로 삼아온 대륙법과도, 불문법주의와도 원활히 맞물려가기가 힘듭니다.


참여정부, 로스쿨 제도 졸속으로 도입해


한웅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변호사 늘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로스쿨을 졸속 도입했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우리나라는 일제가 패망해 한반도에서 물러간 다음 3년간 조선변호사시험을 치렀습니다. 현재 형태의 사법시험은 1963년에 처음 실시돼 2017년까지 54년 동안 총 59회에 걸쳐 시행돼왔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정식으로 채택된 때는 참여정부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전해철 의원이 로스쿨 도입에 주도적으로 앞장섰습니다. 몸통은 연역적인데 머리는 귀납적이니 철학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기초와 토대에서부터 뭔가 아귀가 심각하게 어긋났습니다. 삼성 갤럭시가 아닌 애플 아이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강제로 깔아버린 형국이었습니다.


한웅 대안정치연대 서울시당 준비위원장의 묘사를 들은 순간 나는 켄타우로스, 메두사, 심지어 만화영화 「마징가Z」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고곤 대공 같은 각종 반인반수의 괴물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다. 다들 몇 가지 동물들이 하나의 육체 안에 마구 뒤섞여 있는 기괴한 형상으로 태어난 괴물들이다.


저는 참여정부가 로스쿨 도입을 강행하면서 대중영합적인 파퓰리즘에 올라타려는 정치적 의도를 솔찬히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들의 숫자를 늘리는 정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권자들의 귀에 매우 솔깃하게 다가오는 인기영합주의적인 전략입니다. 변호사들의 인원을 단기간에 확 늘리는 정책이 뭔지를 생각하다가 즉흥적으로 나온 게 로스쿨 도입이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의 깊이 있는 연구와 폭넓은 숙의가 선행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법학자들의 주장을 정부가 진지한 고민과 충분한 토론 없이 성급하게 덜컥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로스쿨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는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이것과 비례해 변호사들의 숫자 또한 계속 늘어났습니다. 사법시험 초기에는 합격이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겨우 6명만 뽑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험 시기도, 합격자 숫자도 들쭉날쭉했습니다. 그렇지만 제도가 오랫동안 시행돼오며 사법시험의 합격자 숫자가 한 해 300명, 500명, 1,000면 식으로 대폭 증원됐습니다. 1980년대 후반 들어와서는 1차 시험은 6월에 치르고, 2차 시험은 8월 혹은 9월에 진행하는 형식으로 시험일자 역시 확실하게 못이 박혔습니다. 2009년 3월, 로스쿨이 문을 열기 이전에도 변호사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돼왔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변호사 숫자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묶어두기는 로스쿨 체제도 과거의 사법시험 제도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습니다. 로스쿨을 나와 치르는 변호사 시험의 전체 응시자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시험에 붙기 때문입니다.


법부무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면 2019년 4월 시행된 제8회 변호사 시험에는 총 3,330명이 응시해 1,691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50.78퍼센트였다. 불합격한 지원자들은 고시낭인이 살짝 옷을 바꿔있었을 따름인 로스쿨 낭인 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다.


사법고시 낭인은 나쁜 낭인이고, 로스쿨 낭인은 좋은 낭인인가


한웅 위원장은 시험합격에 인생을 올인하는 세태는 로스쿨도 사법고시와 같다고 일갈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사법시험 폐지의 주요한 명분은 고시 낭인 방지였습니다. 그런데 만사 팽개치고 시험에만 매달리는 낭인들의 양산 현상은 로스쿨 제도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로스쿨 졸업자들의 시험 응시횟수는 통틀어 5회로 제한됐습니다. 주어진 5번의 기회 안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인생이 돼버릴 위험성이 있습니다.


사법시험은 희망의 사다리로 불렸습니다. 계층상승을 위한 거의 유일한 출구였습니다. ‘시험으로 맞는 로또’에도 비견됐습니다. 그러니 사법시험에 목숨 거는 낭인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낭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과 의도로 도입된 로스쿨 또한 종전처럼 양인들을 낳고 있습니다.


윤석열 현 검찰총장은 9차례나 도전한 끝에 사법시험에 붙었다고 한다. 만약 로스쿨처럼 응시 기회가 한정됐다면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를 지키겠다며 굳이 무리 지어 서초동 검찰청사 앞으로 달려갈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는 귀족학교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장 등록금만 해도 사립의 경우에는 2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그러니 서민들이 로스쿨로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귀족학교’라는 오명이 따를 수밖에요.


우리나라 노동자의 2018년 중위소득은 2,864만 원이었다. 중위소득은 평균임금보다도 실제에 더 가까운 측면이 있다. 사립 기준으로 1년에 등록금으로만 2,000만 원 가까이 지출되는 로스쿨은 평범한 서민대중의 아들딸에게는 그들만의 별세계에 지나지 않는 노릇이다.


로스쿨 전형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면접 절차도 고액의 학비 못잖게 서민들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을 안겨줘왔습니다. 면접이 깜깜이, 즉 블라인드(Blind) 면접이 아닌 탓입니다. 자기소개서나 입학신청서에 부모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는 게 보통입니다. 채점을 책임지는 면접관이 서류를 살펴보며 어떤 감정이 들겠습니까? 법조인 자녀, 고위공무원 자녀, 대학교수들 자녀와 같은 우리사회의 출세하고 부유한 특권층 자제들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끌리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더 큰 문제는 로스쿨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입니다. 제도의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까닭입니다. 반대로 사법시험은 소위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학력고사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실력 본위의 선발제도였습니다.


학력고사에는 물론 서열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340점 만점으로 수험생 전원을 한 줄로 세우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투명했습니다. 어디 가서 인턴을 했다는 기록을 만들어오고, 또 다른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표창장을 받아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청탁과 뒤봐주기, 그리고 은밀하고 음습한 스펙 품앗이가 들어설 틈이 아예 없었습니다.


학력고사 시대에서 몰래 과외를 받은 학생들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러나 학력고사 시스템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얘기가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된 적은 제 기억으로는 없었습니다. 난이도와 변별력 조절에 실패해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당국이 수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했지만 300점 받은 환경미화원 자제는 낙방하고, 280점 얻은 대학교수 자식이 합격하는 사태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②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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