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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② “네이버는 드루킹을 고소할 자격이 없다” - 통신사들은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을 망하게 하는 주범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8-16 20: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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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의 뿌리이자 본업은 IT이다. 애당초 컴맹이던 필자가 정치 칼럼을 쓰기 위해 온라인 공간을 활용했다면, 김인성은 인터넷을 산업적으로 다루다가 정치사회적 현상들에 관한 본격적 발언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편집장으로 활동하던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에서는 여전히 무명의 카피라이터로 남아 있는 나와는 달리 이후에 한국사회에서 커다란 유명세를 떨치게 될 인물이 여럿 활약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현재 영어의 몸이 된 드루킹 김동원 씨이다.

내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프라이즈의 초대 편집장 노릇을 할 무렵에 필자를 흠집 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드루킹(당시의 필명은 뽀띠)이 주동자로 연루된 사건을 김인성 전 교수와 함께 분석하면서 나는 씁쓸한 회한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뽀띠가, 그리고 그에 앞서 (변)희재가 옥살이를 하게 된 것도 결국에는 내가 결코 만들지 말았어야만 할 사이트를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온 탓이었다.

공희준(이하 공) : 교수님께서는 드루킹 일당의 네이버 뉴스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드루킹 김동원 씨나, 또는 공범으로 지목된 김경수 현 경상남도 도지사의 잘못 못잖게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과오가 크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의 노골적 정치개입 행태는 드루킹 사건 이후에도 전연 변함이 없습니다. 네이버가 조선일보 뺨치는 ‘밤의 대통령’ 행세를 공공연히 해대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사언론 단계를 지나 이제는 유사정당의 지경에까지 다다른 네이버를 건전하고 정상적인 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원위치를 시킬 방법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국은 유튜브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


김인성 교수는 막대한 망 사용료 때문에 네이버조차 통신사들 앞에선 을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김인성(이하 김) : 저는 네이버의 폐해와 맹점에 대한 비판을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제가 2017년 봄에 「창작자의 나라」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책에서 네이버를 칭찬했습니다.


공 : 칭찬을 하셨다고요?


김 : 예. 왜냐면 콘텐츠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창작 수익의 대부분을 뺏어가는 것은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통신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업체들이 유튜브 앞에만 서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 : 그게 어떤 이유인가요?


김 : 유튜브는 통신사들에게 통신망 사용료, 즉 망(網) 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통신사에 주지 않는 돈을 창작자에게 나눠주니 유튜브가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지금처럼 흥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회사들이 기술이 없어서 유튜브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고화질의 동영상들을 돌릴 때 발생하는 트래픽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김인성 교수의 진단을 종합하면 유튜브는 “돈으로 돈을 버는 수익구조”를 구축한 모양새이다. 기실, 돈으로 돈을 버는 사업은 유사 이래 제일 안정되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김 : 제가 2017년에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가 네이버에 올라왔으면 네이버는 손해가 막심했을 것입니다. 싸이가 유튜브로부터 받았던 돈의 10배 이상의 금액을 네이버가 통신사에 망 사용료로 지불해야만 했을 테니까요.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공 : 어떤 사례인가요?


김 : 「나는 꼼수다(약칭 나꼼수)」가 2011~2012년 무렵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나꼼수는 작은 용량의 음성 파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망 사용료가 감당이 되지 않아서 통신사에 주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갖은 꼼수를 썼습니다. 결국은 사용자들끼리 직접 연결해 파일을 공유하는 P2P(Peer to Peer) 방법까지 사용하게 됐지요. 요즘은 아프리카tv가 그와 같은 P2P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tv가 P2P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통신사에 지급하는 망 사용료가 현재 비용의 2배도 아닌 무려 20배가 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공 : 2배도 아닌 20배요?


김 : 예, 그렇습니다. P2P에 기반함으로써 무려 95프로의 망 사용료를 절감한 셈입니다. 아프리카tv가 유튜브처럼 서버에서 사용자의 컴퓨터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었다면 회사 자체가 지탱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프리카tv가 얻는 수익의 80퍼센트 이상은 기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별풍선’입니다. 사용자의 기부가 없으면 서비스의 존립이 매우 힘들어지는 시스템입니다.


공 : 튼튼하고 바람직한 수익구조는 아니네요.


김 : 그렇죠. P2P는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컴퓨터를 괴롭히는 방식입니다. 사용자의 컴퓨터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기부까지 받아도 망 사용료가 감당이 안 되는 것이 국내에서 내로라한다는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이 직면한 현실입니다. 현재는 아프리카tv에서 이름난 VJ들이 유튜브로 속속 넘어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아프리카tv에만 접속하면 컴퓨터가 느려진다는 원성도 자자합니다. 그래서 아프리카tv가 회사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용자의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식에서 탈피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했었습니다. 저에게까지 대안을 검토해달라는 부탁이 왔었으니까요.


공 : 그래서 어떤 의견을 밝히셨나요?


김 : P2P 방식을 버리면 절대로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저화질 시대에도 망 사용료가 감당이 안 됐는데, 요즘 같은 고화질 시대에 무슨 수로 통신사에 막대한 이용료를 지불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망 사용료 대다가 회사가 아예 쓰러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공 : 그러고 보니 유튜브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아프리카tv의 기세가 크게 꺾였습니다. 단적으로, ‘유튜버’라는 말은 있어도 ‘아프리카 티버‘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김 : 아프리카tv가 유튜브 같이 무제한 송출에 더해 초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콘텐츠 제작비까지 나눠주려면 망 사용의 부담에서 원천적으로 해방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계속 떨어져왔습니다.


김인성 교수는 IT 산업이 주제가 되자 물 만난 고기처럼 좀처럼 말을 그칠 줄을 몰랐다. 필자는 넉넉한 시간을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시작한 터라 그의 얘기를 중간에 끊지 않았다.


김 :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의 경쟁력을 죽이는 주범입니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유튜브를 상대로도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면 제가 굳이 왜 이런 독설을 퍼붓겠어요? 외국 회사들로부터는 망 사용료를 거두지 못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만 이걸 받아먹으니 한국 통신사들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로 통신사와 네이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에는 후자의 편을 들어줬습니다.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주로 피해를 입힌 주역은 전자인 통신사들이기 때문입니다.


공 : 교수님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신 부분은 정보통신기업 측면으로서의 네이버입니다. 저는 그런 부분에서는 네이버를 혹독하게 비판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실은, 다른 크고 작은 IT 업체들도 하는 짓을 보면 네이버와 50보, 100보 차이이거든요. 제가 무게중심을 두는 지점은 유사언론도 성에 차지 않아 급기야 유사정당의 지경으로까지 막가고 있는 네이버입니다.


김 : 그 얘기는 조금 후에 언급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우선은 통신사들의 부조리와 관련된 언급부터 하고 싶습니다.


필자는 김인성 교수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맺힌 응어리만큼이나 통신사들을 향해서도 가슴에 커다란 앙금이 있다는 느낌이 든지라 그에게 박자와 보조를 좀 더 맞춰가기로 결정했다.


김 : 갑을 관계로 분류하자면 통신사가 갑이고, 네이버가 을입니다.


공 : 그 막강한 네이버가 을일 때도 있나요?


김 : 인터넷 연결망에서의 관계에서는 통신사들이 갑입니다. 네이버조차 통신사 앞에서는 을입니다. 네이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통신사가 부과하는 망 사용료의 부담을 덜어내야 합니다. 현실을 보세요. 우리나라 사람이 만들어, 우리나라 사람이 보는 동영상을 왜 구태여 유튜브에 올려야만 합니까? 망 사용료의 부담만 제거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를 능가할 서비스가 연달아 출현할 수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책임자일 뿐, 피해자가 아니다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는 드루킹(뽀띠)의 욕망과 야심을 키워준 산실이었다. 뽀띠의 글도 대문에 걸리곤 했던 초기 서프라이즈 모습은 현재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오마이뉴스에도 소개됐던 서프라이즈 원년 멤버들은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다.   김 : 온라인 여론조작을 중심에 놓고 판단하면 물론 드루킹은 나쁩니다.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나쁘고요. 그렇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보안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1차적 책임을 지는 당사자는 당연히 보안 책임자입니다.


공 : 보안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니 보안 책임자겠지요.


김 : 네이버에서 발생하는 모든 악성 트래픽을 걸러내는 과제도, 사용자들이 건전한 정보를 접하게 만드는 작업도 최종적으로는 다름 아닌 네이버가 책임져야만 하는 일들입니다. 다른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됩니다. 댓글조작으로 네이버가 드루킹을 고소한 건 제가 보기에 몹시 황당하고도 우스운 작태입니다. 네이버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는 자사의 보안 책임자를 문책하는 일이었습니다. 댓글조작을 막지 못한 데 대한 경위와 시말이 담긴 백서를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이트의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뉴스댓글 조작의 직접적 피해자인 언론사와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일이었습니다.


공 : 그렇다면 이런 비유도 가능하겠네요. 제가 축구경기의 심판인데, 어떤 선수가 시합 도중에 그라운드에서 거친 반칙을 저질렀습니다. 그러자 제가 해당 선수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는 대신에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네이버가 한 짓이 제 생각에는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거리였습니다.


김 : 큰 틀에서 보자면 네이버의 행동도 그와 유사했습니다. 댓글조작 사건은 근본적으로 정보보안과 관련된 사건입니다. 이를테면 해킹 시도는 항상 이뤄지고 있습니다. 보안업체 혹은 보안책임자는 상시적으로 이뤄져온 해킹 시도를 상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맡은 위치에 있습니다. 해킹을 막지 못했다면 먼저 사과한 다음에 동일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둬야 합니다. 포털사이트들은 언론사들로부터 기사를 싼값에 사와 인터넷에서 제공해 돈을 벌어왔습니다. 그런데 기사 밑에 달리는 악성댓글을 방치함으로써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저하시켰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들은 정치기사에 달린 악성댓글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정치인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누구를 고소하거나, 고발할 처지가 아닙니다.


공 : 드루킹을 고소해야만 한다면 지난 2017년의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2등을 기록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나 3위에 머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해야만 맞지 않을까요? 드루킹 일당 덕분에 트래픽 장사 엄청나게 한 네이버가 드루킹을 고소한다면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김 : 그렇죠. 고소를 하려면 피해자들이 고소를 해야죠. 만약에 은행이 강도를 당했다면 진짜 피해자는 은행에 돈을 예금한 사람들이니까요.


네이버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그럼에도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 덕택에 홍준표와 안철수는 드루킹을 고소하고 싶어도 친문세력이 교묘하게 덫을 쳐놓은 ‘대선불복 프레임’에 휘말릴까 봐 감히 그러지를 못했다. 자기들이 오히려 댓글공작의 피해자라며 드루킹 일당을 고소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어리바리한 자충수가 희대의 역대급 ‘팀킬’인 까닭이었다.


김 : 과거에 일본 소니 사가 해커들에게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탈취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소니는 비밀번호 등은 암호화가 돼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만약에 암호가 해커들에게 해독당해 은행계좌와 신용카드의 비밀번호가 누출되어 고객들이 불의의 피해를 당하면 회사 측에서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물며 일본 기업도 그러하거늘, 네이버는 되레 드루킹을 고소하면서 자기들이 피해자임을 부각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포털사이트들를 이용해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이미 알겠지만 네이버를 위시한 우리나라의 인터넷 포털들은 “잘 되면 포털 덕, 잘못되면 이용자 탓”의 얌체심보를 거의 사훈처럼 받들고 있다.


김 : 더욱더 엽기적인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루킹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포털 측에 “구체적으로 무슨 손해를 봤느냐?”고 묻자 다음과 네이트는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말끝을 얼버무렸습니다. 네이버는 “회사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추상적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어느 회사도 정확한 대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공 : 자기들이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조차 아직 파악을 못했네요.


김 : 예, 그렇습니다. 포털이 하루에 수용하는 트래픽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어뷰징 트래픽은 종전부터 일정하게 포털들이 대응을 해왔습니다. 드루킹이 생성시킨 어뷰징은 전체 어뷰징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공 : 어뷰징(Abusing)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를 전문가이신 교수님께서 이참에 확실하게 내려주십시오.


김 : 포털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모든 부정 행위를 어뷰징으로 규정할 수가 있습니다. 특정 상품의 홍보를 위해 동일한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입력해 클릭하는 것도 어뷰징이고, 인기 있는 최신 가요가 어떤 노래인지를 투표로 선정할 때 가족의 개인정보를 가져와 투표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어뷰징입니다.


공 : 어뷰징의 범위가 통념보다 훨씬 넓네요.


김 : 주식시장을 완전시장이라고 부릅니다. 인터넷에서는 모든 트래픽을 어뷰징으로 간주합니다. 몇몇 언어학자들은 “모든 문장은 예외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주어와 목적어와 서술어가 실제로 정확히 일치하는 문장은 매우 드문 연유에서입니다. 한마디로, 규칙에 어긋난다는 뜻이죠. 그처럼 인터넷은 원칙적으로는 “완전 어뷰징 시장”입니다. 따라서 모든 트래픽을 어뷰징으로 일단 판단한 다음에 진짜로 악성인 어뷰징과, 그렇지 않고 용인할만한 어뷰징을 효과적으로 분류하는 일을 해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명실상부한 인터넷 업체라고 자부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웹사이트들마저도 음란광고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다종다양한 어뷰징이 넘쳐나는 형편입니다. 그러면 회원들의 신고를 통해서든, 또는 관리자의 수작업을 거쳐서든 사이트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유지해나가고 있습니다.


새벽에 네이버의 이런저런 카페들에 가보면 차마 눈 뜨고는 보지 못할 목불인견의 글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글들은 조금 후에는 깨끗하게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어뷰징을 하는 친구들은 삭제되기 직전의 단 몇 초간의 노출을 노리고 그 일을 합니다. 포털사이트의 성공적 평판 관리는 나쁜 트래픽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그 성패가 갈리는 법입니다. 그걸 못하면 더 이상 포털이 아닙니다.


구글은 왜 “착하게 살자”고 했을까


김인성 교수는 2017년에 펴낸 책인 「창작자의 나라」에서 네이버에 대해 의외로 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김 : 포털사이트가 유사언론의 단계를 지나 유사정당의 역할을 하는 것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바 있습니다. 그래서 결성된 단체가 ‘KISO’입니다.


공 : KISO가 뭐하는 데인가요?


김 :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orea Internet Self-Governance Organization)’의 영문 약자입니다. 정치권 같은 곳에서 워낙 압력이 자주 들어오니까 업체들이 모여 이익단체를 조직한 것이지요. 회사를 압박하려는 인사와 세력이 나타날 것에 대비해 업체에 찾아오기 전에 KISO와 먼저 협의해보라는 식으로 IT 업계를 위한 일종의 완충장치를 설치해놨다고 하겠습니다. 검색의 공정성 문제 때문에 저도 KISO에 가본 경험이 있는데, 제 이름을 빌려간 다음 보고서에는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일방적으로 넣었더라고요. 그래서 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보고서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었습니다.


공 : 명의를 도용당하신 격이네요.


김 : 참다운 공정성과 투명성은 진정으로 자율적 분위기 아래에서만 담보되고 신장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인간이 여태껏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영역입니다. 예전에는 지지도를 통계조사를 통해 알아냈습니다. 지금 시대는 마음만 먹으면 네이버 같은 곳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지지율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한 개인의 SNS 계정에 담긴 데이터를 잘 관찰하면 그 인물의 솔직한 속내를 정확히 포착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에 대해 전례 없이 방대한 정보를 채집할 수도 있고, 기존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공 : 빅 데이터가 그래서 위력적입니다.


김 : 충분한 데이터만 수중에 넣으면 사람들에 대한 철두철미한 제어가 가능합니다. 이런 시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정말 미증유의 나쁜 짓을 벌일 수가 있습니다. 구글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Don’t Be Evil!”이라는 캠페인까지 전개했었습니다.


공 : 우리말로 번역하면 “착하게 살자!”쯤 될 것 같습니다. 구글은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조폭 같은 거악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네이버는 지질한 동네 양아치 정도에 불과합니다.


김 : 이 표어가 등장한 후에 구글이 조금만 이상한 시도를 해도 대중이 구글을 악마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구글은 “Don’t Be Evil!” 캠페인을 슬그머니 중단했습니다. (③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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