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공희준(이하 공)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거대한 팬덤을 몰고 다니는 인물입니다. 더군다나 유시민은 현재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정권을 보호막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인성 교수님께서는 그토록 막강한 권력인 유시민과 햇수로 8년째 외롭게 싸우고 계십니다. 김인성으로 하여금 절대권력자 유시민과 싸우지 않을 수 없게끔 결심하도록 이끈 결정적 계기는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나는 「유시민 찬가」까지 썼던 사람
김인성(이하 김) : 솔직히 싸웠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저 혼자 유시민 씨를 비판해온 양상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유시민의 인기가 점점 더 높아져온 현실을 보자면 대중은 아직까지는 진실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저는 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까지만 해도 유시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유시민을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해줄 적임자로, 잘못된 한국사회를 바꿔나갈 주역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누구도 쓰지 않은 글을 한 편 쓰기까지 했었습니다.
공 : 그 누구도 쓰지 않은 글이라는 게 뭐였습니까?
김 : 다름 아닌 「유시민 찬가」였습니다.
공 : 지금 그 글, 즉 「유시민 찬가」를 읽으시면 애들 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을 것 같은데요?
김 : 제가 그때는 유시민의 진면목을 몰랐습니다. 당시에는 저 역시 유시민에게 우호적 감정을 지녔습니다. 자잘한 잘못은 몇 개 있겠지만 유시민만큼 유능하고 깨끗한 정치인은 달리 없을 거라는 게 그 무렵 저의 견해였습니다.
공 : 현재 유시민을 극렬하게 혐오하고 비토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이른바 원조 유빠들입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유형의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김 : 제가 정치인 유시민에 대한 불신과 환멸, 그리고 실망과 회의감을 결정적으로 느끼게 된 계기는 2012년에 벌어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부정경선 논란에 있었습니다. 저는 디지털 포렌식을 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원(原)자료’를 봐야만 하는 처지였습니다.
공 : 원자료라면 어디에 들어 있는 자료를 가리키나요?
김 : 사건에 관계된 인사들의 휴대전화에 담긴 데이터도 원자료이고, 인터넷 서버에 남은 접근기록 또한 원자료에 해당합니다. 이를테면 인터넷 서버에 저장된 접근기록을 분석해보면 누가 언제 접속했는지에 관한, 어느 페이지를 열람했는지에 관한, 어떤 동작을 했는지에 관한 1차 자료를 확보할 수가 있습니다.
공 : 로그인과 로그아웃이 없는 비회원제 웹사이트들도 검증이 가능한가요?
김 : 그렇습니다. 어떤 IP로 들어와서 어떤 항목을 클릭했는지가 로그 기록으로 남기 마련입니다.
공 : 추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프록시(Proxy) 서버를 통해 우회해 들어오는 경우도 많은데, 프록시 서버를 이용해 우회해도 나중에 꼬리가 밟힐 수가 있나요?
김 : 프록시를 통해 들어오면 어디에서 왔는지를 정확히 잡아내기가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그럼에도 쿠키(Cookie)는 남습니다. 서버는 말단 컴퓨터로 특정한 데이터를 보내주는데, 그 과정에서 양쪽 끝단의 컴퓨터에는 뭔가가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공 : 양쪽 끝단의 컴퓨터라면 접속자가 이용한 컴퓨터와 서버를 의미합니까?
김 : 그렇죠. 설령 프록시 서버를 이용해 우회해 들어오더라도 들어올 때 사용한 컴퓨터에 방금 말씀드린 바대로 서버가 어떠한 형태의 데이터를 보내주기 때문에 로그인/로그아웃 여부와 관계없이 흔적이 남게 되는 겁니다.
심재철도 당하고, 이석기도 당했다
얘기가 조금은 전문적인 기술적 내용으로 흐른 것은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악용해 나쁜 짓을 저지르면 당장은 안전하고 무사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꼬리가 잡히기 마련이라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함이었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야말로 어쩌면 오프라인 공간에서보다도 더욱더 착하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일 수가 있으리라.
김 : 유시민은 친노의 황태자로 각광받아온 정치인입니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친노의 황태자 유시민을 따르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파괴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들이 온라인에서의 여론조작, 인터넷상의 대규모 대리투표 등의 부정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통합진보당의 요청을 받아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수행하면서 유시민 세력의 비행과 일탈을 너무나 적나라하고 자세하게 목격하고 확인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관한 진실들을 보고서에 면밀하게 기록해 당에 제출했었습니다. 그렇게 진실이 백일하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씨는 이제껏 그 어떠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친노와 친문들은 저를 겨냥한 부당한 인신공격을 집요하게 퍼부어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그들이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닌 파괴자임을 깨달았습니다.
공 : 유시민 전 장관의 국민참여당 계파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부정경선의 가해자이고, 이석기 전 의원의 민주노동당 계열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유시민 개인의 수완과 말발이 뛰어나기 때문만일까요. 저는 이러한 누명 씌우기, 진실 뒤집기가 가능했던 것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는 폭넓고 단단한 카르텔이 존재하는 까닭에서라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손석희 사장의 JTBC 같은 경우에는 통합진보당 경선의 진실에 대해서 거의 침묵과 함구로 일관해왔습니다.
김 : 저는 유시민 전 장관이 1980년에 전두환의 신군부에 써낸 진술서가 최근에 공개되고 해석되는 과정을 관찰하면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고, 거짓이 진실로 행세하는 황당한 사태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두환의 신군부 집단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심재철을 어떻게든 무조건 엮으려고 획책했습니다. 심재철을 연루자로 조작해야만 DJ(김대중)에게 더 수월하고 효과적으로 내란음모의 누명을 뒤집어씌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의 신군부 일당은 자신들의 음습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기획과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유시민을 비롯해 현재 한국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 상당수가 신군부의 겁박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신군부의 협박에 굴복한 사람들이 이제는 심재철 한 명을 완전히 악마로 만들어 신군부에게 무릎 꿇었던 자기네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은폐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심재철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면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도덕적으로 보일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서입니다.
심재철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한마디로 추하다. 그러나 심재철의 지금의 추함이 그를 현재 공격하는 인사들이 과거에 저지른 추악한 일들을 가려주는 알리바이로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동원되는 일그러진 현실에 김인성 교수는 단호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비유하자면, 참석자 전원이 더치페이로 지불해야만 하는 1980년의 부끄러운 기억의 대가를 유시민을 위시한 상당수 친문 인사들은 심재철 혼자 모조리 계산하도록 열심히 토끼몰이를 해대는 셈이다.
유시민을 향한 원한, 사무칠 대로 사무쳐
김 : 심재철과 유시민 간의, 유시민과 심재철 사이의 진실이 알려지는 데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습니다. 말씀하신 취지의 카르텔은 서로 모여 회의해 만들어댄 유착과 담합이 아닙니다. 이심전심으로 사실을 뒤집고, 진실을 거꾸로 세워가며 형성되어온 눈에 보이지 않는 짬짜미가 우리 사회 기득권 카르텔 구조의 본질입니다. 저는 일제가 패망해 한반도에서 물러간 직후에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세탁한 일도 이러한 카르텔을 통해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반민특위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민주특위’를 오늘날의 청년세대들의 주도 아래 하루빨리 출범시켜야만 한다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반민특위가 친일행위의 진상규명에 착수했듯이, 반민주특위는 80년대의 진실을 가리는 작업을 담당해야만 합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석기 전 의원의 당권파를 통합진보당 부정경선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통합진보당 당권파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부정적 인식에 교묘하게 편승했습니다. 유시민이 피해자를 되레 가해자로 음해하면서 먼저 치고 나오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종북세력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시스템을 부정선거로 유린해가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까지 입성했다는 그릇된 인식의 프레임이 생겨나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습니다. 통진당 당권파가 준동하는 탓으로 말미암아 나라가 망할 것이란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감이 신문 지면과 방송뉴스의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소위 이석기파를 국회에서 찍어내는 데 도움만 된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유시민이 참 대단한 게 이와 같은 여론을 거의 범국민적인 총화단결의 결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사실입니다. 유시민 씨는 당시 이런 말을 거침없이 했었습니다. “통진당 사람들은 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느냐?”고요. 그는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어째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느냐?”는 냉전주의적 발언까지 서슴없이 해댔습니다. 유시민 세력은 흑색선전과 종북공세를 펼치며 자신들이 행했던 부정경선의 진상을 감추고 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유시민 전 장관의 행적을 쭉 살펴보면서 통진당을 상대로 했던 책임전가 수법이 그의 삶에서 일회성이 아니란 점을 발견했습니다. 유시민은 본인의 유튜브 방송 채널인 「알릴레오」에서 마치 자기가 심재철에게 커다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얘기했습니다. 심재철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한껏 늘어놓은 것이죠. 그런데 유시민이 심재철에게 보낸 애정과 애틋한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됐느냐? 유시민은 심재철이 신군부에 체포되기 전에 심재철에 관한 진술서를 이미 써놨다는 진실을 뒤집으려는 고도의 목적에서였습니다.
공 : 영락없는 악어의 눈물이었네요.
김 : 유시민은 거짓으로 진실을 뒤집곤 했습니다. 이게 먹힐 수 있었던 건 유시민 씨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믿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화려한 말솜씨를 가진 덕분입니다. 심지어 유시민은 심재철을 향해 “이제는 오래된 원한을 덮고 자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조언까지 했습니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유시민이 얼마나 자상하고 따뜻한 인물로 받아들여지겠습니까? 하지만 유시민으로부터 조롱인지, 위로인지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말을 듣는 당사자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공 : 당연히 엄청 더럽겠죠.
김 : 정말 분노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공 : 그렇다면 지금부터 몇 년 후 유시민 전 장관이 이석기 전 의원을 향해 “이제는 오랜 원한을 덮고 이석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는, 유체이탈 화법의 달콤한 악담을 오지랖 넓게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겠네요.
김 : 이정희 전 대표를 향해서는 이미 그렇게 했습니다.
공 : 심재철 의원에게 꿀을 발라놨듯이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에게도 유시민 전 장관이 벌써 꿀을 발라놨나요?
김 : 예. 유시민 전 장관은 이정희 전 대표의 정치생명을 통합진보당의 종북세력들이 완전히 끊어놓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이 전 대표가 통합진보당으로부터 조속히 벗어나야만 한다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공 : 이정희 전 대표는 그러한 얄팍한 이간질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김 : 이석기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사진을 찍음으로써 자신과 동지들 사이의 굳건한 신뢰와 연대의식을 과시했습니다.
공 : 착한 이정희가 못된 친구 이석기를 만났다는 게 유시민의 논리였네요.
김 : 유시민 전 장관은 거의 매번 그런 방식으로 물 타기와 논점 흐리기를 꾀해왔습니다. 유시민에게 당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을 상황이지요. 오죽하면 3대에 걸쳐서라도 유시민에게 복수하라는 한 서린 다짐까지 유시민 전 장관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겠습니까?
공 : “3대에 걸쳐서 복수해라”, 이 정도면 「전설의 고향 」 같은 납량특집 괴기물에서나 등장할 법한 뼛속 깊이 사무친 원한입니다.
김 : 유시민 전 장관이 착한 척이나마 안 했다면 유시민한테 당했던 사람들의 가슴에 품어진 원한이 그렇게까지 깊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공 : 하지만 유시민의 착한 척이 정치에 관해 띄엄띄엄, 부분부분으로만 알고 있는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는 짭짤한 재미를 거둬왔습니다. 저는 유시민 개인의 탁월함도 주효했겠지만, 유시민을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한국사회의 주류세력이 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대충 몇 마디 끼적여도 KBS와 MBC가 공중파 뉴스에서 크게 보도해주고,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들이 대문화면에 큼지막하게 띄워주면 이 세상에 못 뜰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는 유시민을 세심하게 보호하고 후견해주면서 그를 스타로 키워준 세력이 바로 현재 한국사회의 주류 카르텔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나쁜 양아치는 있어도 착한 양아치는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주류 카르텔은 있어도 비주류 카르텔은 없기 때문입니다. 카르텔이야말로 철저하게 주류들의 산물이자, 기득권자들의 전유물입니다. (②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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