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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① “조국 사태가 안철수의 부활을 불러와” - 전국의 문제가 서울의 문제고, 서울의 문제가 전국의 문제다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4-03 16: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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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재창당됐다. 안철수 대표의 본격적 정치 재개는 삼척동자마저 손쉽게 예측했던 일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국민의당’이라는 당명을 재활용할 줄은 필자처럼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약간은 안다고 자부해온 사람조차 솔직히 차마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 전개였다. 이 돌발적 사태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선거행정도 단단히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2020년판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도 아니고, 미래통합당의 혹성정당도 아니다. 명실상부한 독자정당이다. 그럼에도 지역구 선거에 단 한 명의 후보자도 공천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안철수 당대표는 단연 많은 유권자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까닭에 비례대표 선거의 승부처로 여겨질 수 있을 수도권 지역을 비운 채 남해안 근처로 내려가 마라톤을 하고 있다. 정치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 이상 요즘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이 이 선거철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든 까닭이다.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정치적 자가격리와 비슷한 형편에 놓인 국민의당의 소식과 의견과 목소리를 유권자들에게 소상하게 알려줄 수 있는 위상을 지닌 인물이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이기도 한 김윤 위원장을 만나 국민의당이 제21대 총선에 임하는 자세와 각오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4월 2일 목요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 자리한 어느 전통찻집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국민의당은 제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입후보자를 출마시키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자만을 공천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대담한 초강수이고, 짓궂게 표현하면 소심한 측면대결일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정권창출은커녕 당의 존립과 유지조차 불투명한 시대입니다. 1기 국민의당의 실패는 영남과 호남에서 지지를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지지기반을 상실한 일이 핵심적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김윤 후보님께서는 국민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인 동시에 서울시당위원장 역할도 아울러 겸하고 계십니다. 2기 국민의당은 1기 국민의당이 잃어버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떠한 비전과 전략을 준비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2기 국민의당이 1기 국민의당 시절과 비교해 어떤 측면에서 강해지고 달라졌는지를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념과 지역의 시대는 끝났다


김윤 국민의당 후보는 이념과 지역으로 편 가르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단언했다. (사진 김대희 기자)

김윤 : 지금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념갈등과 지역주의는 한국정치의 오래되고 고질적인 병폐였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현재는 예전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사람들의 인식과 지각이 현실과 비교해 조금 늦게 올 뿐입니다.

 

21세기 한국사회의 본질적 문제는 무엇일까요? 좌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남과 호남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이념대립의 지형에, 지역대결의 프레임에 갇혀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시대착오적 성격이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국민의당이 탄생했던 역사적 맥락과 핵심적 근저에는 이념의 굴레와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해 있습니다. 패러다임 전환은 하루아침에 뚝딱 일어나는 사건이 물론 아닙니다. 국민의당은 2016년 초에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 축복을 받으며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국민의 지지와 성원에 제대로 보답하고 부응하지 못했던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2020년 새롭게 탄생한 국민의당은 그간의 시행착오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통렬한 자성 위에서 저희가 원래 갖고 있는 본원적 가치를 되살리겠습니다. 반성할 일들은 겸허하게 반성하고, 고쳐야만 할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나가며 국민의당에게 부여된 시대적 책무와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중은 왜 메시아형 정치인을 열망하는가


김윤 국민의당 비례대교 국회의원 후보는 서울시당 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기도 하다. (사진 김대희)

대한민국의 문제가 수도 서울의 문제이고, 수도 서울의 문제가 대한민국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수도 서울의 문제는 어떤 문제이겠습니까? 다름 아닌 강남과 강북의 문제입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현상’에 존재의 기반과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강북과 강남 사이의 엄청난 격차로 상징되고 목격되어온 심화될 대로 심화된, 고착화될 대로 고착화된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풀어내야만 하는지에 관한 깊고 폭넓은 대중적 고민과 문제의식에 있었습니다.

 

안철수 현상이 우리 사회에 출현한 지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안철수 현상에 제일 열렬히 호응하고 환호한 세대는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원칙과 상식이 지배하는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청년 세대는 미래에 대한 꿈과 그 꿈을 이뤄내려는 활력으로 부풀어 있는 세대여야만 합니다.

 

꿈과 희망이 가슴속에 흘러넘쳐야 할 젊은이들이 왜 좌절하고 있겠습니까? 그들이 기성 정치를 향해 어째서 혐오감과 환멸감을 표출하고 있겠습니까? 안철수라는, 당시에는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던 의사 출신의 낯선 인물을 어떠한 동기와 이유로 정치권에 불러냈겠습니까? 낡은 이념과 고루한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기존 정치의 구도와 틀거리 아래에서는 청년들의 미래가 막막하고 암울하게만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 사실을 본능적이고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확신합니다.

 

청년의 미래와 기회는 어디에서 올까요? 부모의 현재가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적 조건과 환경에서만 청년들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습니다. 정당하고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노력하면 밝고 환한 미래가 자동으로 열립니다.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보장됩니다.

 

청년들은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가능성을 보고 움직이는 계층입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실제 현실은 어떤가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대다수 청년들에게는 넓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습니다.

 

이러한 풍토와 여건에서는 앞길이 꽉 막힌 청년들에게, 눈앞이 캄캄해진 젊은이들에게 메시아 같은 새로운 영웅적 지도자의 등장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와 같은 구세주의 역할과 사명을 맡아줄 것이라는 일반대중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응집돼 현실 제도권 정치로 소환된 인물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였습니다.

 

김윤 후보는 학창 시절에는 서양사를 공부했다. 사회에 진출한 이후의 김윤은 중국사를 중심으로 하는 동양사 연구에 심취해왔다. 그는 어떠한 정세와 토양에서 민중이 메시아적 광채와 존재감을 뽐내는 정치인의 강림과 도래를 열렬하게 갈망하게 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사실, 한국사만을 살펴봐도 미륵을 자처했던 궁예로부터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인 안철수까지, 모든 구세주형 정치가는 인민대중이 극도의 궁핍과 도탄에 빠졌던 시기를 배경으로 나타났었다.

 

강남좌파 조국의 위선, 보수의 진보의 경계를 완전히 지우다


김윤 후보는 조국 사태가 진보와 보수가 아무 차이가 없음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사진 김대희 기자)

안철수 현상은 그 불씨가 거의 꺼져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안철수 현상을 부활시킨 단초이자 기폭제가 작년 여름에 민심을 분노의 도가니로 들끓게 한 조국 사태였습니다.

 

필자는 미래통합당은 스스로의 힘으로 부활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덕분에 운 좋게 “부활당했다”고 줄곧 평가해왔다. 김윤 후보는 안철수 현상이 부활했다고 진단했지만, 나는 정치인 안철수가 부유하고 스펙 좋은 강남좌파의 대명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정직함과 도덕적 해이 덕택에 역시나 운수대통으로 부활을 당했다고 판단하는 입장이다.


조국 사태는 나라의 운명과 역사의 방향을 크게 뒤바꿔놓은 중차대한 사건이었습니다. 왜냐면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조국 사태는 분노하지 않으려야 분노할 수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설마”, “설마” 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그토록 위선적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항들이 하나하나씩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민들과 청년들이 좁게는 인간 조국이, 넓게는 정치집단으로서의 한국의 진보진영이 보수세력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부패하고 타락한 기득권 세력임을 확인하고야 말았습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위시한 한국사회의 출세하고 성공한 진보 엘리트들은 ‘엄마 찬스, 아빠 찬스를’ 전연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너무나 태연히 즐기고 이용했습니다. 전통적 수구기득권층의 그릇된 습성이자 관행인 부와 권력과 지위의 대물림을, 조국으로 대표되는 신흥 기득권층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답습하고 되풀이했습니다.

 

신적폐 진보가 구적폐 보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무섭고 끔찍한 진실이 폭로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절망했습니다. 청년들은 다시금 분노했습니다. 조국 사건을 계기로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좌파와 우파의 경계는 무의미한 허깨비에 지나지 않음이 명명백백하게 판명됐습니다. 저들은 서로 똑같아도 너무나 똑같았던 탓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사실은 한 몸인 현실에서, 좌파와 우파가 알고 보면 한 식구인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들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며 강고하게 구축해놓은 기득권 구조를 깨뜨리고 건전한 대안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정당과 정치인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요구와 여망을 정치권에서 실현시켜줄 수 있는 인물과 세력으로 지금은 안철수와 국민의당만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②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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