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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숙③, “평등의 반대말은 강남(江南)이다” - 진보정당 재건의 원동력은 대중의 힘과 지혜에서 비롯돼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1-03-30 15: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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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오래전에 열린우리당이 망하면 그 원인의 8할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탓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망하게 된다면 주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역사는 더불어민주당이 몰락한 책임의 8할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내 위선적인 ‘내로남불’의 태도로 시종일관한 강남좌파들에게 있다고 준열히 꾸짖을 듯하다.

강남좌파의 본질은 좌파가 아닌 강남에 있다.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주류세력으로 군림한 결과로 한국의 진보는 덩달아 위선과 탐욕의 상징으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여러 진보정당들은 문재인 정권과의 과감한 선긋기에 실패한 까닭에 자칫하다간 더불어민주당과 동반침몰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남한에서 진보정당 운동이 시작된 이래 어쩌면 최대의 총체적 난국일 수도 있을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관해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당 후보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강남이 한국의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기성 정치권의 무분별한 강남 따라하기를 매섭게 비판했다. (사진=최인호 기자)

송명숙 :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박영선 후보도, 오세훈 후보도 예외 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주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그분들이 주장하는 불평등 타파가 지구가 둥글다는 소리만큼이나 하나마나한 내용으로 들립니다.

 

관건은 해설자처럼 단순히 지적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근본적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는 일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평등의 반대말이 무엇이겠어요? 다름 아닌 강남입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영동 대개발의 첫 삽을 뜬 이래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불로소득은 서울 강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쌓여왔습니다. 이러한 부동산 자산의 불평등은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된 것과 같은 교육의 불평등으로까지 마침내 확대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강남과 인접한 지역구들에 출마하는 후보자들마다 “제2의 강남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기본 값으로 깔면서 선거에 출마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강남 추종 공약은 강남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이 마치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인생의 모습인 것처럼 국민들을 자꾸만 오도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강남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의 기준이 되고 표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애꿎은 국민들까지 강남을 욕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끊임없이 조성돼왔습니다.

 

저는 강남이 더는 한국인의 로망이 되어선 안 된다고, 대한민국의 이상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야말로 제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서울시민들께 반드시 전해드리고 싶은 중심적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진보정당의 역할은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는 진보정당 부활의  방도를 삶의 현장들에서 찾았다. (사진=최인호 기자)

저는 허황된 장밋빛 개발 공약을 남발하지 않겠습니다. 대신에 저는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곳들에 자리해온 계층과 개인의 애환과 고충을 꼭 대변하려고 합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무려 16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소중한 목숨을 안타깝게 잃었습니다. 심지어 어제 아침에도 또 한 분의 쿠팡 기사님이 장시간의 고된 중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시민들의 일상에서 언제나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평소에는 마치 투명인간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죽어서야 비로소 사회의 관심과 주목을 아주 잠깐 동안만 받을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주 5일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말과 휴일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의 소원이 지금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공희준 : 어떤 게 그분들의 꿈인가요?

 

송명숙 : 결코 거창하고 화려한 게 아닙니다. 일주일에 6일만 일했으면 좋겠다는 굉장히 소박한 바람입니다. 휴일도 없이 일해야만 하는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이 중요한 삶의 주제가 기성 정치권에서는 진정성 있게 다뤄지지를 못해왔습니다. 정치의 사각지대로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너무나 절박한 문제들이 정치의 공간으로 진입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껏 그 가치와 중요성에 견줘 터무니없이 무시되어온 사람들을, 문제들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치의 수면 위로 확실하게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저는 진보정당의 재건이 누구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지를 다시금 명확히 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여건마저 허락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남들은 잠자리에 편안히 들었을 시간에 졸린 두 눈을 비벼가며 밤샘 근무를 해야만 하는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분들을 제대로 조직하고 확실히 대변해야만 과거의 진보정당들이 걸었던 오류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다운 진보정치의 동력은 소수의 명망가의 이름값이 아닌 대중의 집단적인 힘과 지혜로부터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더욱더 열심히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더 많은 여성과 청년과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분들의 땀과 눈물 속에 진보정당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진보정치가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희준 :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송명숙 : 작은 정당 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의 얘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는 1987년에 태어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였다.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대표와 민중연합당 부대표와 민중당 정책국장을 거쳐 현재는 진보당 공동대표 겸 중앙교육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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