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상곤은 정말로 무능했을까 (2) - 유은혜가 ‘내로남불’의 오명을 탈피하려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18-10-09 13:05:56
기사수정

한글날의 쑥스러운 중국 칭찬


2018년 10월 9일 수요일 오늘은 제572돌 한글날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손꼽히는 조선 왕조의 세종대왕이 이해하기에 어렵고 복잡한 한자를 모르는 평범한 일반 백성들도 편리하게 읽고 쓰면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우리 고유의 문자체계인 한글을 집현전 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창제한 역사적 날이다.


나라말이 중국과 다른 사실이 다시금 일깨워지는 이날, 하필이면 중국 공산당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정치체제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해놓은 책의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자니 영화적 표현을 빌리면 기분이 조금은 거시기하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하려는 주장을 굉장히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문장인 터라 도무지 인용하지 않으려야 않을 도리가 없는 점을 독자들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부탁하련다.


“(정치 지도자의 인민에 대한) 봉사 의지를 확인하는 보다 확실한 방법은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려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위의 구절은 "차이나 모델 –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다니엘 A, 벨 지음, 김기협 옮김 / 도서출판 서해문집" 173~174쪽에서 옮겨온 글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의 치명적 단점은 이야기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너무나 적은 데 있다. 국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사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분노와 절망에 휩싸이는 까닭은 공직 후보자들이 이제껏 대외적으로 알려진 명성이나 그간 쌓아온 화려한 사회적 경력과는 달리 실생활에선 철저하게 사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삶을 살아온 데 있다. 이렇게 철두철미 개인적 이득만 좇는 대목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여당과 야당의 차별성도 없다.


유은혜는 왜 부메랑을 맞았나


야당 의원 시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지명한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매섭게 질타해온 유은혜 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요번에는 인사청문회에 후보자 자격으로 앉았다가 자신이 과거에 타인들을 향해 내뱉었던 가시 돋친 독설들에 부메랑처럼 얻어맞은 결과로 도덕성과 정당성 모두에서 치명상을 받은 사건이 무엇을 웅변하겠는가?


공인의 공인답지 않은 도덕적 해이의 행동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인사청문회장이 면밀한 정책과 비전 검증의 무대가 아닌, 너절한 내로남불의 향연장이 오랫동안 되어온 근본적 배경이다. 이와 같은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네가 하면 불륜” 식의 위선과 이중 잣대의 볼썽사나운 향연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 더욱더 질펀하게 펼쳐지고 있다.


산업화의 역군임을 자처하는 소위 보수세력은 자기네가 남들 두 다리 쭉 뻗고 잠잘 때 조국 근대화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땀을 흘렸다고 목청을 높인다. 정권을 빼앗기고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그렇다.


민주화의 기수임을 자부해온 이른바 진보진영은 남들은 도서관에서 고시공부할 적에 본인들은 길거리에서 독재권력과 가열 차게 투쟁했다고 입에 침을 튀긴다. 정권을 되찾아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해당한다.


양 집단 전부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최대한 홍보하면서 정치권에서의 존재의 이유를 확보하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히려고 시도한다.


나 또한 이들의 노고와 기여를 흔쾌히 인정하겠다. 자유한국당은 산업화를 위해 헌신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를 위해 분투했다고, 그럼에도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지금, 여기에서”도 희생하고 봉사하느냐고?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지금 여기에서는 절대 희생하려 들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는 보수는 이념이 아닌 욕망일 뿐이다. 지금 여기에서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는 진보는 이념이 아니라 직업에 불과하다. 욕망이 된 보수와 직업이 된 진보가 벌이는 그들만의 물질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밥그릇 투쟁,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본질이고 적나라한 현주소이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희생해라


아이소포스는 '이솝 우화'로 한국인들에게 더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이다. 그는 자기가 로도스 섬에서 올림픽 우승자보다도 더 높이 뛰었었다고 자랑하는 허풍선이를 향해 “여기가 로드스다. 여기서 뛰어봐라”라며 통렬한 면박을 주었다. 아마 이솝이 활동하던 당시에도 과거 한때 개인적 이익을 희생한 일을 남은 평생에 걸쳐 사골국물 끓여내듯 두고두고 우려먹는 부류가 도처에서 발호했던 모양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로도스에서 뛰었던 것처럼, 지금 여기에서도 뛴 아주 드문 사례에 속한다. 그는 로도스에서 뛰어올랐던 높이만큼은 지금 여기에서 도약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관건은 그가 지금 여기에서 진짜로 뛰었다는, 곧 개인적 이익을 희생했다는 부분에 자리한다. 이는 김상곤과 그의 후임자인 유은혜 사이의 아직까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솔로몬 대왕의 지혜로도 해결하기 난망한 과제가 한국사회의 교육 문제다. 솔로몬은 서로가 아기의 친엄마임을 주장하는 두 명의 여인들 중 진짜 생모를 슬기롭게 가려냈다. 알렉산드로스 대제의 단호함과 과감함으로도 청산하기 곤란한 적폐가 대한민국 교육계가 쌓아올린 모순과 병폐들이다. 알렉산드로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쾌도난마로 잘라냈다. 이 매듭을 푸는 인물이 아시아를 정복할 것이라는 예언이 전승되어오고 있었다.


임기가 정해진 교육부 장관이 정년은 있어도 임기는 없는 교육부 관료들의 철밥통을 상대로, 임기도 없고 정년은 더더욱 없는 거대 사교육 자본의 기득권과 맞붙어 한국교육의 혁신과 변화를 이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교육부 장관은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월급이나 그저 축내며 무위도식해야만 할까? 구조적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옹색한 처지라면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수장은 아이들의 교육상 좋은 미담을 재임기간 중에 단 한 가지라도 남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옳다. 나는 김상곤은 문재인 정부의 나머지 모든 고관대작들은 이 핑계 저 핑계 궤변 섞어 둘러대며 팔지 않고 있는 강남의 아파트, 그 금싸라기 집을 눈 찔끔 감고서 팔았다는 일만으로도 아이들 교육에 바람직한 미담을 이미 충분히 남겼다고 확신한다. 그는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려는 의지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소 확인시켜주었다.


당신, 팔아봤어


김상곤 교육감을 기존의 통념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필자를 향해 그까짓 게 무슨 대단한 업적이냐고 도끼눈을 뜨고 반문할 사람들이 혹여 있다면 나는 이렇게 결론 삼아 되묻고 싶다.


“당신, 팔아봤어?”


2018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부총리의 월급은 1억 3,184만 8,000원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은 부총리 직급의 월급을 수령했을 테고, 그는 15개월가량 부총리로 근무했으니 총 1억 6천 5백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월급을 국가에서 받아갔으리라. 김 전 장관이 강남구 대치동의 본인 소유 중대형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음으로써 입은 개인적 손실은 최소한 3억 원 이상일 터이다. 따라서 김상곤은 1달에 1천만 원씩 스스로의 돈을 써가며 장관직을 수행한 셈이 된다. 그는 정몽준 전 의원이나 안철수 전 의원 같은 주식 부자도 아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망하지 않는 불의한 세태가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키웠다. 나라경제는 휘청해도 공무원들의 재산만은 꾸준히 증식되는 일그러진 현실이 전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제일 애국심이 떨어지는 참담한 사태를 초래했다.


대한민국 헌정 체제가 시작된 이래로 고위공직에 머무른 대가로 오히려 재산이 팍 축나버린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젊고 개혁적인 여성 정치인의 대명사로부터 ‘내로남불의 여왕’으로 급전직하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전임자의 사례에서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장관을 하면서 재산이 확 줄었다는 후일담만큼 유은혜 장관이 교육부 총사령탑으로서 후세에 남겨줄 수 있는 치적은 별달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TAG
1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axnews.co.kr/news/view.php?idx=2304
  • 기사등록 2018-10-09 13:05:56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윤석열의 처가와 한동훈의 처가가 싸우면 문제는 신랑감이랍시고 데려온 남자가 조카보다 무려 12살이나 연상인 늙고 배 나온 사내라는 점이었다. 조카의 신랑감은 검사라는 직업만 그럴싸할 뿐, 허구한 날 친구들이나 후배들과 어울려 밤새워 술을 마시기 일쑤였다. 설상가상으로 사석은 물론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 고모 된 처지에서는 정말 하늘이 노...
  2. 이재명 "주식시장 침체 4대 원인은 경제정책 부재·불공정·지배권 남용·안보 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주식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을 진단하고 정부 정책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이 대표는 이날 주식시장 침체의 4대 원인으로 경제정책 부재, 불공정한 시장, 지배경영권 남용, 안보 위기를 꼽았다. 그는 "...
  3. 산업부, AI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수출 육성...연말까지 3,500억 지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일 LG전자 평택칠러공장을 방문해 AI 데이터센터용 냉각시스템 수출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연말까지 총 3,500억원의 수출보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인 AI반도체, 전력기자재, 냉각시스템을 3대 전략품목으로 선정하고 집중 지원하고 있다. LG전자 평택칠러공장은 미국 빅테크 ...
  4. 배우 이선균 협박해 3억 뜯은 유흥업소 실장에 징역 7년 구형 검찰이 배우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된 유흥업소 실장 A씨(30·여)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인천지법은 25일 결심 공판을 열고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유명인 신분을 악용해 대포폰을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
  5. 오세훈, 명태균 등 12명 고소·고발...여론조사 조작 의혹 법적 대응 본격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강혜경씨, 김영선 전 의원을 비롯한 12명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오 시장은 앞서 이날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선거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
  6. 3기 신도시 최대 규모 왕숙지구, 8천호 추가 확보로 공급 확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지구와 신규 택지 의정부 용현지구를 방문해 주택공급 계획을 점검하고, 지자체·LH와 협력을 통한 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현장 점검에는 박상우 장관을 비롯해 김동근 의정부시장, 홍지선 남양주부시장, 이한준 LH 사장과 국방부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3기 ...
  7.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디자인 공개...27인치 통합 디스플레이 탑재 제네시스가 12월 2일 럭셔리 중형 전동화 SUV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의 디자인을 공개하고, 기존 모델의 우아한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첨단 기술과 세련된 디테일을 더해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전면부에 지-매트릭스 패턴의 그라...
  8. "서울도심이 한눈에" 서울달, 100일간 2만 명 탑승 여의도 상공 130m 높이에서 매력적인 도시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서울달`이 정식운영 100일만에 탑승객 2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해질무렵 서울의 노을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야간관광 명소로 서울시민은 물론 해외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서울달`은 헬륨가스의 부력을 이용...
  9. 이재명 "계엄 선포는 내란행위... 대통령 조속 직무배제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특별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대통령 스스로의 권력 유지를 위한 내란행위"라고 규정하고 조속한 직무배제를 촉구했다.이 대표는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혼란과 공포에 빠져들었다"며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민주주의 전반이 심각...
  10. 이준석과 신인규의 예정된 전쟁 이준석과 신인규의 충돌은 미국의 유명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유행시킨 ‘투키디데스의 함정’ 프레임에 전형적으로 해당할지 모른다. 전통 강호와 신흥 강호의 대결은 필연적이라는 게 앨리슨이 집요하게 주장하는 내용물의 요지이다
최신기사
책-퇴진하라
책-보수의종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