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청년세대는 사적인 관계에 휘둘리지 않아
공희준(이하 공) : 국장님께서는 미래당이 정의당처럼 더불어민주당 2중대로 국민들에게 인식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분석하십니까?
최시은(이하 최) : 미래당은 촛불시위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연원으로 말미암아 창당 과정에서 민주진보진영에 계신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 : 그렇다면 미래당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구태정당 아닌가요? 사적인 관계가 공식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야말로 낡고 시대착오적인 구태 정치의 정수이기 때문입니다.
최 : 현재 미래당을 운영하면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주역들은 20~30대 청년세대입니다. 그들은 방금 우려하신 성격의 개인적 인연의 굴레로부터 원천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저는 단시일 안에 모든 문제들이 풀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를 않습니다. 미래당이 창당된 후인 지난 3년은 정당이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떠한 역할을 감당하는 조직인지를 터득해가는 학습과정이자 교육기간이었습니다. 미래당의 주축은 청년들입니다. 그들은 저성장 구조와 양극화 체제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이들이 자기들 손으로 정당의 살림을 꾸리고, 선거에 직접 나가보는 등의 경험을 앞으로 10년 정도 축적하면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명확한 목표와 과학적 방법론도 확립할 수가 있습니다.
공 : 국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서는 한 가지 역설이 발견됩니다. 청년들이 10년 정도 막상 경험을 쌓고 나면 그들은 더는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중년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최 : 주체성이 희미해질지도 모른다는 맹점은 저도 인정하겠습니다. 저는 청년으로서 정치활동을 시작했었습니다. 어느새 어리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더 비중 있는 자리를 맡고 싶은 욕심이 솔직히 가끔씩 들기는 합니다. 그러나 청년정당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은 청년들이어야만 합니다. 저는 1970년대 생입니다. 586 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낀 세대’로 불릴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힘의 논리’로 미래당과의 협상에 나서
공 : 미래당은 올해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데 제가 알기로는 무늬만 연대일 뿐, 실질적으로는 미래당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이른바 참교육을 당하는 결과가 돼버렸습니다. ‘정당 대 정당’의 층위에서 접해본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정당인지 잠시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최 : (잠시 주저하다가) 약간은 굴욕적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미래당을 과연 독립되고 자주적인 정당으로 여기는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종속된 위성정당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등한 자격으로 두 정당이 연합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자면 양당 간의 협상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끌어갈 민주적 논의 기구가 요구됐습니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미래당을 다루기 쉽고 만만한 위성정당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갑을 관계의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을지로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해당 위원회의 활동은 더불어민주당이 갑의 위치에 서는 일이 생기기만 하면 즉시 돌연 중단된다. ‘내로남불’이 체질화되고 습관화된 기득권 586 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게 혹독하게 참교육을 당한 신생 정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의 마지막이 2020년의 미래당이 아닐 것이라고 필자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 : 더불어민주당이 미래당을 마치 위성정당처럼 취급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가 크게 퇴색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교섭을 진행하며 저를 비롯한 많은 미래당 당원들이 우리나라 정치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공 : 제가 대표성은 별로 없지만 586 기성세대의 입장을 한번 대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는 힘의 논리를 철저히 신봉하고 숭상하며 한국사회의 모든 권력을 전일적으로 틀어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586 정치인들도 처음부터 생태계의 절대강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들 또한 한때는 힘없는 새우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새우였음에도 고래를 삼켰습니다. 즉 출발선상은 똑같은 새우인데, 오늘날의 청년세대는 왜 본인들에게 힘이 없다고 매일 푸념만 하고 있나요?
최 : 새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힘도, 크기도 천편일률적일 수가 없습니다. 586 세대는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거대하고 역사적인 정치적 경험을 집단적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전대협으로 표상되는 전국적 규모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기간 동안 유지해왔습니다. 사회를 변혁하는 과정에서 유무형의 압도적인 자원을 자기들 수중에 엄청나게 형성해놨습니다.
1970년대 생들도, 1980년대 생들도, 1990년대 생들도 모두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586 세대와 비교하면 굉장히 개별화되고 원자화된 상태입니다. 어떤 중요한 일이 터지면 그것을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서 힘과 지혜를 모아 풀어나가려는 성향이 그리 강하지가 않습니다. 대신에 각자도생에 익숙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촛불 혁명을 차례로 겪으며 청년세대는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러나 586 세대의 결속력과 조직력에 견주면 아직은 미약한 것이 객관적 현실입니다.
청년세대가 젊은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구조적 모순들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극복해나가려면 더 많은 경험이 쌓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저는 청년세대에 속하는 젊은 정치인들의 사명이 매우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그들이 대중의 폭넓고 확고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청년들은 청년정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실망과 환멸을 품어왔습니다. 그들이 자기 개인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 청년이라는 브랜드를 오남용하는 행보를 걸어온 탓입니다.
미래당은 청년들에게 한 약속을 꼭 지켜나갈 작정입니다. 미래당이 청년들과의 약속들을 완벽히 실천하는 데는 1~2년을 갖고선 당연히 모자라겠지요. 저희는 비록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청년세대를 포함한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러한 진정성을 인정받게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미래당에 마음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③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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