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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③ “북한의 평판관리 성공 비결은 핵무기” - 네이버가 언론의 평판을 결정하는 구조는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돼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6-18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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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은 개인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집단과 조직에게도 평판이 존재한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전 세계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탄압 기업’이라는 오명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민족에게도 당연히 평판이 있다. 문제는 국제사회에서의 한민족의 평판을 북한이 주도해왔다는 점이다. 평판관리 경쟁에 국한해 견적을 내자면 북한이 승자(Champion)이고, 남한은 패자(Loser)인 셈이다. 그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이 ‘문재인 보유국’인 것은 오직 한국인들만이 알고 있지만, 한민족이 “김정은 보유민족”인 사실은 거의 모든 전 세계인들이 선명하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북한이 사전에 공언한 바대로 개성에 우리 국민들의 혈세로 세워졌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공법으로 단박에 철거시켰다. 때가 때이니만큼 북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숨 가쁜 한반도 정세일 것이다. 이승훈 대표로부터 북한의 국가평판관리 전략에 관한 진단과 분석을 들어본 연유다.

미래통합당, ‘보수’ 떼어내면 남는 게 없다


이승훈 REMAKOREA 공동대표는 북한의 평판관리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 최인호 사진전문 기자)

이승훈(이하 이) :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평판관리의 정석은 아닙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부정적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는 게 정답입니다. 그러므로 악평을 이낙연 의원처럼 인정하면서 종식시킬 수도 있고, 이재명 지사 같이 부정하고 싸우면서 종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평판관리의 기본적 목적이 국가, 기업, 정치인, 연예인 등이 악평과 논란으로부터 벗어나 조직과 개인의 안정된 사회적 입지를 마련하는 데 있는 연유에서입니다.

 

평판관리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째는 평소에 사회적 규범에 일치하는 활동을 벌이면서 우호적 세력을 모아서 악평의 발생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이미 떠도는 악평을 적절한 선에서 인정하면서 논란을 회피하는 방법입니다. 셋째는 악평과 적극적으로 싸우며 논란을 진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이 세 가지 중 어떤 대처법을 선택할지는 당사자가 맞닥뜨린 여건과 분위기를 면밀하게 따져가며 결정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에서는 논란을 빠르게 종식시키는 게 더욱 긴요하기 때문에 적당한 범위에서 책임을 인정하며 논란을 회피하는 전략이 자주 사용돼왔습니다. 이와 달리 정치인들은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식의 대책이 보다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승훈 대표가 골라낸 평가의 대상은 개인에서 단체로 나아갔다.

 

현재 보수진영의 평판이 국민들 사이에 극히 나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미래통합당이 자당의 평판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보수라는 간판을 떼어내는 것은 심각한 판단착오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세력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건 필연적 현상입니다. 선거전 국면에서 보수가 진보를 아우르고, 진보가 보수를 포용하는 전략은 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본래 발 딛고 있던 영토를, 기반한 정체성을 통째로 부정한다는 건 선거운동 전략상의 외연 확장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왜냐면 평판관리의 본질은 우리 편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상대를 내가 자리한 쪽으로 끌어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평판관리도 알고 보면 진영싸움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아군의 본진을 튼튼하게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한데 처음부터 자기 세력을 부정하고 들어가면 어떻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와 같은 맥락과 기조에서 미래통합당이 보수라는 간판을 스스로 내리려는 행동은 치명적 오판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필자는 잠깐 반론을 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희준(이하 공) : 하지만 자기네 편만 열심히 챙기다가는 화끈하게 폭망한 우리공화당 꼴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 : 미래통합당이 우리공화당 유형의 군소 보수정당들과 차별화를 꾀해야 할 지점은 보수의 간판을 떼어내느냐, 계속 가져나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탄핵돼 물러난 박근혜 정권과의 명징하고 확실한 관계정리에 달려 있습니다. 보수가 궤멸된 원인을 찾으려면 거기에서 찾아야 마땅합니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당’으로 잔류하면서 소수세력의 길을 가기로 작정한 사람들입니다. 집권을 노리는 대안정당을 지향한다면, 국정운영을 책임질 수권정당을 자임한다면 우리공화당과는 다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평판관리 전략, 이재명식이 아닌 이낙연식

 


공 : 저는 북한이 평판관리를 매우 잘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북한은 실제 국력과 견주어 훨씬 힘세고 강력한 나라로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습니다. 

 

이 : 북한은 종잡을 수 없는 불량국가(Rogue State)라는 평판을 오래전부터 지구촌에서 얻어왔습니다. 결코 달갑지 않을 악평을 구태여 부인하려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야말로 북한이 그동안 채택해온 평판관리 전략의 묘미입니다.

 

공 : 넓은 의미에서 이재명식 평판관리로 분류가 가능하겠네요. 욕하고 싶으면 욕하라는.

 

이 : 그보다는 이낙연식 평판관리에 비견될 수가 있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겠다는 태도입니다. 대신에 이낙연 의원과는 다르게 북한은 매우 공격적 자세를 취해왔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더욱이 북한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평판을 꾸준히 관리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력하고 위압적인 수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바로 핵무기입니다. 북한은 배짱으로 평판을 관리하는 아주 희귀하면서도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해온 셈입니다.

 

나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의 여동생이기도 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국의 유명 가수 비처럼 ‘1일 1깡’을 할 수 있는 것은 수중에 핵을 가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승훈 대표는 이 부분과 관련해 필자와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핵은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만들어줬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이미지가 착한지,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한 인상을 주느냐, 연약한 인상을 풍기느냐가 평판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입니다. 사악하고 불미스러운 평판이라도 정권유지와 체제존속에 도움만 된다면 이는 북한에게는 훌륭한 평판으로 구실하는 법입니다. 북한 경우에는 나름대로 성공한 평판관리라고 하겠습니다.

 

공 : 사실, 남한의 국가 브랜드는 존재감이 여전히 미미하지만, 반대로 북한의 브랜드 가치는 강렬한 인상으로 확고하게 정착돼 있습니다.

 

이 : 김여정 부부장도, 평양 옥류관 주방장도 굳이 애써서 착한 인상을 주려고 애면글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강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조성하는 일에 일관되게 중점을 두어왔습니다. 북한의 ‘강한 북한’ 이미지 만들기 작업은 식량난으로 대표되는 만성적인 경제난을 탈피하고 극복하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전략적 행보의 일환입니다.


네이버의 포털권력, 음습하고 독재적이다


이승훈 공동대표는 네이버는 언론사들을 줄 세울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최인호 기자)

이승훈 대표는 여러 군데의 인터넷 언론사의 경영과 편집에 관여한 경력이 있다. 대화의 무게중심이 원래의 계획에 없던 주제로 이동한 배경이었다.

 

공 : 미디어 시장의 평판관리를 네이버 마음대로 해대는 얼토당토않은 언론계의 현실에 대해선 무슨 문제의식을 느끼고 계신가요?

 

이 : (힘주어 강조하는 어조로) 아주 부당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거대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를 비민주적으로 줄 세우는 광경이 너무나 태연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갑을 관계로, 수직적이고 불평등한 관계로 묶인 언론사들의 기사만이 네이버 뉴스서비스에서 검색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 개발된 구글에서는 한국에서 만든 네이버에서는 찾아지지 않는 검색결과가 제공돼왔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는 언론사들의 상당수 또한 정식으로 등록절차를 마친 공신력 있는 매체들입니다. 그들은 열심히 취재해서 양질의 괜찮은 기사들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네이버와 제휴를 맺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독자들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돼왔습니다. 네이버의 낙점을 받은 언론매체들의 기사만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왜곡되고 폐쇄적인 콘텐츠 유통구조에는 실제로는 아무런 제도적‧법률적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신생 언론사들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닙니다. 논조와 관점을 네이버의 구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맞춰가야만 하는 탓입니다.

 

네이버는 자신들이 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어떠한 심사과정과 선정절차를 거쳐 제휴라는 미명 아래 언론사들을 조직의 보스처럼 휘하에 거느리는지 그 구체적 진상과 정확한 실체가 아직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일들이 이면의 밀실에서 음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참 잘못돼도 보통 잘못된 시스템이 아닙니다.

 

공 :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에 못잖게 평판민주화도 절박하게 요구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언론사의 평판을 일반 독자나 평범한 네티즌이 아니라 극소수 네이버 임직원들이 끼리끼리 모여앉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그릇되고 모순된 현실을 더 늦기 전에 확 뜯어고쳐야겠습니다.

 

이 : 선진적인 민주국가의 평판은 시민들의 건전한 여론으로부터, 국민들의 폭넓은 민심으로부터 나와야 정상입니다. 네이버 같은 특정 인터넷 재벌기업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공 : ‘일본 민주화’보다 네이버 민주화’가 먼저라는 교훈을 오늘 또다시 확인했습니다. (일동 웃음) 한창 바쁘신 와중에 귀한 시간 내어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승훈 공동대표는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언론학을 전공했다. 「사단법인 한국미래직업협회」에서 이사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평판관리 전문가그룹 「REMAKOREA」의 법인설립 작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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