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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성군이 되고 싶었던 내란 수괴 (1) - 오토가 ‘내란 종식’을 종식시킨 이유는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10-09 2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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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오토 황제는 그의 주관적 의도가 어떻든 간에 성군이 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운명이었다. 이미지는 한국 현대사 최초의 군사 정변인 5·16 쿠데타 당시 박정희 소장을 위시한 반란군 수뇌부의 모습

갈바가 실각해 몰락한 이튿날 오토는 새로운 황제로 즉위했다. 오토가 지존의 자리에 오른 다음 처음으로 한 일은 마리우스 켈수스를 감옥에서 관대하게 풀어주는 행동이었다.


켈수스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는 오직 나라를 향해서만 충심을 바쳐온 터였다. 갈바에 대한 그의 충성은 고결한 위국헌신 정신의 발로일 따름이었다. 새 황제는 당대의 신망 높은 충신에게 정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정권의 정통성과 군부의 충성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했다.


오토가 황제에 즉위하는 과정은 유혈이 낭자했다. 로마인들은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 돼버리는 유혈극이 끝없이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심으로 몸을 떨었다. 그러나 오토는 말 위에서 권력을 잡았을지언정 말 위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세간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철퇴를 내려놓고 올리브 가지를 흔들었다.


오토는 선대 황제로부터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받은 군주처럼 처신했다. 원로원에서 온건한 기조의 연설을 한 황제는 남은 집정관 임기를 베르기니우스 루푸스에게 전격적으로 위임했다. 여론의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최고 사제직에는 관록 있고 안정감 있는 인물을 새로이 임명했다.


황제는 네로 정권과 갈바 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오토가 내란 종식을 구실로 한바탕 피바람을 또다시 일으킬 것이라고 염려했던 이들은 새로운 황제가 청산과 처벌 대신에 포용과 통합을 표방하자 이를 쌍수 들고 환영했다.


오토의 파격적 탕평책에서 한 명만은 예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네로 황제의 근위대장 티겔리누스였다. 네로를 끼고서 갖은 악행을 일삼았던 그는 갈바를 황제로 추대하는 음모에 가담했었다. 그와 같은 공로에 더하여 갈바 황제의 핵관, 즉 핵심 관계자였던 비니우스에게 막대한 액수의 뇌물을 제공한 덕분에 티겔리누스는 연이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이 뻔뻔하고 수완 좋은 난신적자의 운도 이제는 다한 듯했다. 중병에 걸려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티겔리누스는 화류계의 여인들과 난잡하게 몸을 섞으며 더욱더 미친 듯이 쾌락에 몰두했다.


오토는 세상이 변했다는 효능감을 민중에게 체감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티켈리누스를 마침내 정의의 여신과 대면하게 해주면 로마 시민들의 10년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갈 게 분명했다.


황제는 티겔리누스가 머물고 있던 별장으로 전령을 급파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원전에서는 전령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체포조였음은 물론이다. 티겔리누스의 별장은 티레니아해와 면해 있는 시누에사 시에 위치해 있었다. 별장 앞의 바다 위에는 이 죄 많은 인간을 언제라도 긴급하게 도피시킬 수 있는 선박 여러 척이 닻을 내리고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티겔리누스는 전령에게 두둑한 뇌물을 쥐여주며 선처를 호소했다. 뇌물 작전이 더는 주효하지 않자 그는 도피를 선택했다. 바다로의 도주가 아니라 저승으로의 도망이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불귀의 객이 되었다.


오토 황제는 공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처단은 이어갔으되 사적인 원한을 갚으려는 복수극에는 마침표를 찍었다. 황제는 민중의 환심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본인이 망가지는 일마저 서슴지 않았다. 시민들이 그를 ‘네로’라고 익살맞게 부르자 기꺼이 장단을 맞춰주었다. 오토는 품위를 중시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러한 짓거리를 못마땅하게 여기자 새로운 황제를 네로에 빗대는 행위에 그제야 마지못해 제동을 걸었다. 오토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씁쓸한 소동이었다.


이번에도 문제는 군대였다. 징병제가 폐지되고 모병제가 정착된 제국 시대의 로마에서 군대는 지주계급과 맞먹는 최대 이익집단이었다. 군인들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는 통치자는 바람 앞 등불과 같은 위험천만한 처지에 놓이는 게 예사였다.


군대는 황제가 대토지 소유주들이 주축을 이루는 원로원과 지나치게 밀착하는 사태를 경계했다. 당시는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때였다. 더욱이 피비린내 진동하는 유혈 쿠데타로 정권이 바뀐 직후인지라 자칫 작은 오해의 불씨가 거대한 정변이나 대규모 변란으로 비화하기 쉬웠다.


황제는 크리스피누스에게 로마의 외항 역할을 수행하는 오스티아 항구에 주둔한 제17군단을 수도로 인솔해 오도록 지시했다. 불안하고 어수선한 시국에서 황제가 직할하는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포석이었다.

 

크리스피누스는 부대를 신속하게 이동시키고자 야간이 되었음에도 수레에 각종 무기와 장비들을 계속 싣게끔 했다. 그런데 군단병의 일부가 이걸 또 다른 쿠데타 시도로 착각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그들은 원로원이 오토 정부를 전복하려는 반란을 획책한다고 외치며 짐을 싣고 있던 대열을 습격해 아무 영문도 모르는 무고한 백부장 두 명을 죽였다. 운송 작업을 감독하던 크리스피누스 역시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반군 아닌 반군들은 군단 전체를 곧 장악하고는 황제를 원로원의 마수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로마를 향해 서둘러 대오를 갖춰 출동했다.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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