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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명박근혜의 영남삼국지 - 윤석열 정권 사람들, 영남 빼면 출마할 곳이 없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1-01 15: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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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귀환


윤석열 정권의 우경화로 말미암아 여당 후보들이 영남권에서만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의 영남 공천권을 둘러싼 이명박, 박근헤, 윤석열 세 사람의 싸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는 2008년 총선 국면에서 친이계의 친박 공천학살을 규탄하는 박근혜의 발언을 보도한 YTN 뉴스 화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연말 단행된 신년 특별 사면복권 대상에 이 전 대통령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자연인 이명박이 논현동 사저로 4년 9개월 만에 귀가했다는 대목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친이계의 정치적 권토중래를 방해해온 마지막 법률적 장애물이 드디어 제거됐다는 사실이다.

 

공민권이 완전히 회복된 MB가 직접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는 물론 없을 게다. 관건은 그동안 구심점을 상실할 채 지리멸렬한 상태에 놓여 있던 친이계가 이명박의 귀환을 계기로 각자도생의 단계를 끝내고 조직적인 정치적 움직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기간 MB를 대신해 친이계의 좌장 구실을 맡아왔다. 이명박과 이재오가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집 앞에서 뜨겁게 포옹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 연유이다. 이명박도, 이재오도 이쯤에서 안분지족하면서 조용히 집에만 머물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개인적 욕망과 그들 나름의 공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론에서는 이명박이 복귀일성으로 발표한 메시지가 그보다 정확히 1년 앞서서 사면복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 성명과 미묘하게 결을 달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근혜는 그를 사면복권해주기로 결정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뜻 외에는 이후에 어떻게 활동하겠다는 특별하고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반면 이명박은 한국이 지금 심각한 국가적 차원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 난국을 무탈하고 지혜롭게 극복하려면 정부와 국민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식의 세세한 훈수를 아끼지 않았다. 국가원로로서의 역할을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는 공공연한 의사 표시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라고는 대통령 선거에 딱 한 차례 출마한 경험이 전부인 정치 초짜일뿐더러, 거의 평생을 철밥통 검찰공무원으로 생활하며 직장에서 월급 밀릴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실물경제 문외한이다. 윤석열의 미숙함과 무경험은 국내 굴지 재벌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노회한 정치인인 이명박에게는 본인의 역할공간과 행동반경을 다시금 극대화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복권이 이뤄진 지 만으로 1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침묵을 지켜왔다. 박근혜가 정치개입 욕구를 깨끗이 접은 까닭에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복지부동의 자세를 유지해왔다고 만약에 당신이 생각한다면 이는 세상물정 모르는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리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친의 명예회복을 필생의 목표로 삼아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돼 꿈을 이루는 듯했으나, 국정농단 혐의를 받고서 임기 도중 탄핵을 당해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그는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의 중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선고되었다. 박근혜를 부패하고 파렴치한 통치자로 낙인찍는 수사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신나게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 수사팀장으로 왕성하게 일하던 시기에 강도 높게 진행됐다. 박근혜 입장에서는 윤석열과 황교안 두 사람에게 호감을 품으려야 품을 수가 없다.

 

우리 속담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있다.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은 박근혜 탄핵 책임을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에게 뒤집어씌우며 박근혜를 핍박했다는 원죄로부터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황교안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권한대행’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찍힌 기념시계를 급히 대량으로 제작해 시중에 배포했었다. 주군의 불의의 낙마를 틈타 이른바 역심을 제대로 드러낸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아직까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깍듯하게 예우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이 과정에서 윤핵관들은 박근혜 탄핵 사태에서 윤석열이 담당했던 역할의 비중과 중요도를 희석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시 법사위원장 자격으로 박근혜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을 주도적으로 견인했다. 윤석열의 사실상의 비서실장으로 군림해온 장제원 의원은 박근혜 탄핵에 주저하는 유승민을 탄핵 대열에 빨리 동참하라고 집요하게 다그쳤다.

 

이제 박근혜는 이루지 못한 부친의 명예회복에 더해 자기 자신의 명예도 아울러 회복해야만 하는 이중의 과제를 무겁게 짊어지게 됐다. 혹여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머잖아 자서전 또는 회고록을 출간해 이 책이 한국 출판시장에서만 1천만 부 넘게 판매되는 초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다면 박근혜의 명예회복이 실현됐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게다. 허나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실제로는 전무하다

 

친윤 20석, 친박 20석, 친이 20석의 황금분할

 

와신상담하고 있을 박근혜는 선친과 본인의 명예회복을 어찌해야 이룩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박근혜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친박세력의 복원이다. 박근혜 사진을 선거홍보물에 큼지막하게 집어넣은 후보자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해 대거 당선되는 것이다. 박근혜 마케팅이 주효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대구경북 지역이다. 박근혜가 친박계의 재건을 노린다면 이명박은 친이계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 친이계가 경쟁력을 발휘할 만한 공간은 역시나 영남권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의 정책적 지향성과 국정운영 기조가 지속적으로 보수우경화하면서 친윤계 또한 영남 지역에서만 안정적 원내 진입을 장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수도권 거주민과 중도성향 유권자, 그리고 젊은 청년세대 사이에서 윤석열의 인기와 지지율이 줄곧 죽을 쑤고 있는 탓이다.

 

현재의 선거구를 기준으로 영남 지역구 숫자는 전체 지역구 의석수 253개의 4분의 1을 약간 웃도는 65석이다. 친박계든, 친이계든 확실한 영향력과 존재감을 과시하려면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최소 20석 이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진보벨트로 자리매김해온 울산과 창원 등의 대규모 공단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60석을 결국에는 친박과 친이와 친윤이 나란히 나눠먹어야 한다는 소리다.

 

영남삼분지계가 성공해 친박계가 20석을 얻으면 박근혜는 명예회복의 교두보를 구축하게 된다. 친이계도 마찬가지다. 영남에서 친이계 국민의힘 공천자 20명만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입성시키면 이명박이 장기적 시각에서 염두에 두고 있을 정국전략 구상과 ‘친이정권 재창출’ 포석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가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친윤계 20석을 영남권에서 당선시키는 것으로 만족할까? 현 여권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찰 경력 인물들의 상당수가 경상도가 고향이다. 윤석열은 “지지층을 넓히면 흥하고, 지지기반을 좁히면 망하다”는 한국정치의 검증된 불문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를 편집광적으로 고집해왔다.


그러므로 영남에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 인사 20명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용산 대통령실은 내년 총선 직후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투로 자평할 성싶다. 보수정당 소속 전ㆍ현직 대통령 3인이 영남삼분지계를 목표로 토끼처럼 부지런히 뛰고 있는 초현실주의적 정치상황이 2023년을 맞이하여 한반도 남쪽에서 바야흐로 기괴하게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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