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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웅 위원장, “정치인의 돈은 묶어도 발은 묶지 마라” - 「국회의원 보수결정 위원회」 설치해 국민들의 정치 불신 해소해야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19-02-12 18: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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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우스갯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회자돼왔다.

일본과 가깝고도 먼 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에서 정치인은 어쩌면 원숭이만도 못한 존재일지 모른다. 원숭이 무리에서는 힘센 우두머리 원숭이나 아직 어린 원숭이나 나무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한민국 현실 정치에서는 어떤 정치인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나무 위에 올라가 있고, 어떤 정치인은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나무 근처에 아예 얼씬도 못하게끔 제도적으로 가로막혀 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후보자들의 당락을 결정하고 마는 현재의 낡고 불합리한 선거법을 어떻게 바꿀지에 관해 이현웅 바른미래당 조직위원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2019년 2월 11일 월요일 오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학익동에 자리한 이현웅 위원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된 금번 선거법 관련 「원포인트 인터뷰」는 사회디자인연구소(소장 김대호)와의 공동기획 아래 이루어졌다.

이현웅 위원장은 자신이 성직자처럼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의 최대치인 10년만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팍스뉴스 최인호 기자

공희준 : 우리나라의 기존 선거제도는 양대 기성정당에 몸담은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보호를 목적으로 정치 신인들과 신생 정당들이 웬만해서는 좀처럼 넘기 어려운 높고 두꺼운 진입장벽을 쳐온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유능하고 참신한 신인들의 등장과 성장을 촉진하고, 낡고 무능한 기성정치권에 변화와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으려면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지금의 선거제와 정치관계법률이 바뀌어야만 할까요?


호별 방문 금지는 시대착오적


이현웅 : 우리나라 정치제도는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를 대단히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제도들 안에는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유리하고, 정치 신인 즉 신진 정치인들에게는 엄청나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심각한 차별적 장치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먼저 정치자금법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돈 안 드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정치자금법의 기본적 취지는 원칙적으로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돈만 묶는 게 아니라, 사람도 묶고 있다는 데 중대한 하자가 있습니다. 구체적 사례로 현행 선거법은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허용해도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선거운동은 철두철미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신진 정치인들은 예비후보로 등록이 가능한 선거 120일 전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원천봉쇄돼왔습니다.


반면에 현역 국회의원들은 어떻습니까? 의정보고서를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습니다. 후원회를 조직해 연 1억 5천만 원의 한도 내에서 후원금을 마음껏 걷을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후원금 한도가 3억 원까지 증가합니다.


이와 반대로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 정치 지망생들은 행보에 커다란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에는 후원금을 전연 모금할 수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이건 떳떳하지 못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받으라고 제도적으로 대놓고 부추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고 노회찬 의원께서도 이러한 제도적 맹점의 희생자가 되었습니다.


신진 정치인들이, 원외 정치인들이 활발하고 정상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서게 만들려면 선거법상의 여러 가지 제한사항들을 풀어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국민 누구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는 것과 같은 금권선거를 자행하기가 아주 어려습니다. 사방에 감시의 눈초리가 빈틈없이 촘촘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건 정치인들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호별 방문을 다시 허용해줘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들에서 새로운 정치적 변화의 흐름과 바람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가볍게 차 한 잔 함께 마시며 시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와 소통을 나눌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 금권선거를 막겠다면서 여전히 호별 방문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며 나가야 합니다. 국민과 정치인 사이의, 후보자와 유권자들 간의 일상적인 대면접촉이 가능해지도록 선거법이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일들만 구체적으로 적시해놓자는 것입니다.


정치는 돈임을 냉정히 인정하자


정치자금법도 과감히 변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현역 국회의원들만 후원금 모금이 가능한 실정입니다. 정치는 돈입니다. 유권자들에게 돈을 뿌리고 다니라는 얘기가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경험하듯이 사람을 한 명 만나 커피 한 잔을 같이 마셔도 돈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지역구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데에도 역시 돈이 들어갑니다. 술 사주지 않고, 밥 사주지 않아도 정치활동 자체가 돈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정치는 돈인데 현역 국회의원만 후원금을 걷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 우리 정치는 현재 어떤 양상을 띠고 있습니까? 여성들과 청년들이, 그리고 평범한 생활인들이 정치에 접근하는 길이 철통같이 차단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외 정치인들도 후원금 모금을 통해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정치자금법 이외의 부분에서도 당장 고쳐야만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은 예비후보 등록 이전이라도 상시적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게끔 허용해야 합니다. 그 대신 결코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네거티브 규제 방식에 입각해 뚜렷이 제시해줘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선거운동이 제가 방금 전에 말씀드린 호별 방문입니다. 당원가입을 권유하는 일도 포괄적이고 적극적으로 허용되어야만 합니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거점별로 모여 후보자의 정견과 비전을 듣고 검증하는 작업도 허용되어야 바람직합니다.


민주적 공천은 정치 발전의 대전제


기성 거대 정당의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치문화는 이현웅이 제3당 실험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사진=팍스뉴스 최인호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앞서서 몇 가지 생각해볼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은,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후보 선출 과정의 민주성이 아직도 충분하게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져온 까닭은 비례대표 후보자가 예전에는 총재, 지금은 당대표가 밀실에서 낙점하는 방식으로 선출되어온 데 있습니다. 비례대표가 공천헌금의 대가로 주어지는 자리였던 점도 국민들의 인식을 나쁘게 하는 데 크게 일조해왔습니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선출 과정의 민주성과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실하게 충족될 필요가 있습니다. 후보자의 민주적 선출 과정은 비례대표 후보의 범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지역구 후보자의 경우에도 전면적으로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정당들에서 다양한 내용과 방향의 정치개혁 방안을 이미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 지고지선의 이상적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온라인 투표가 배제된 상태에서 현장에서의 직접 투표에만 의존하면 동원에 한계가 있습니다. 경신이 흥행이 안 됩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온라인 투표에만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두면 이번에는 대리투표의 위험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가 힘듭니다.


지난 20대 총선을 계기로 보편화된 안심번호에 기초한 경선 시스템에도 모순은 있습니다. 능력이 아닌 지명도가 승패를 가릅니다. 왜냐면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 또는 “박근혜 대표 특보” 식으로 후보자 소개 정보를 표기하면 지명도에서 확고히 우위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존 정당들은 정당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일반 당원들과 평범한 지지자들의 열린 정당조직이 아닙니다. 지역위원장 개인을 열렬히 추종하는 200~300백 명 규모 남짓한 열성 당원들만의 폐쇄적 정당구조이기 쉽습니다. 그렇게 쭉 이어오다가 선거 직전에야 허겁지겁 갑자기 몸집을 확 불리곤 해왔습니다.


그러니 종전에 이름이 알려진 현역 국회의원이나 혹은 유명한 정치인 밑에서 경력을 쌓았던 인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습니다. 자기 힘으로 묵묵히 달려온 것이 아니라, 남의 등에 약삭빠르게 편승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출세해왔습니다.


그럼에도 경선에 의한 후보 선출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능가할 수 있는 방식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당시에 국민의당에서 실시했던 것과 같은 경선 방식이 현존 방식 가운데서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투표인 명부를 사전에 작성하지 않고, 신분증을 제시해 신원만 확인되면 누구든지 경선에 참여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방식입니다.


물론 상대 진영의 전략적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는 추가되어야 합니다. 이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영선 의원이 제안하기도 한 방식인데, 모든 정당들이 동일한 날짜에 동시에 경선을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켜 정당의 경선을 흥행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뿐더러, 경선의 민주성도 비교적 빼어나게 담보할 것으로 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역 의원은 철밥통, 원외 위원장은 파리 목숨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 제도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이자 오랜 병폐인 양대 정당 체제를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해온 근본적 원인이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현상이 장기간 계속돼왔습니다.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독점 사태는 기초 지역 단위에서도 발생해왔습니다. 인천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부평구와 계양구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입니다. 남구와 동구 지역구들에서는 자유한국당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입니다.


그럼 지역 정치가 어떻게 됐겠습니까? 유권자들을 위한 노력보다는 공천권을 손에 쥔 당의 유력자들에게 줄 잘 서는 게 더 절박한 과제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중시하는 현안들을 챙기고, 국가적 백년대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힘을 쓰느니 당 지도부에게 열심히 충성하는 게 금배지 다는 데는 훨씬 이로웠습니다. 그렇게 일단 한번 공천을 받아 당선만 되면 웬만해서는 물갈이가 되지 않았습니다. 철밥통 현역 국회의원들과는 달리 원외위원장들은 파리 목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전략공천의 미명 하에 언제든지 날려버릴 수 있는 탓이었습니다.


거대 양당 체제는 현역 의원은 철밥통이 되고, 원외 위원장은 파리 목숨이 되는 정치 시스템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이와 같은 기존 양당제가 다당제로 새로이 전환되고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디딤돌이 놓이게 됩니다.


다수의 정당이 공존하는 다당제에서만 지역과 세력에 기반한 계파가 이념과 노선에 근거한 정파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계파는 정치적 의지와 목적으로 결속된 집단이 아닙니다. 당장의 선거 승리가 유일한 목표인 집단입니다. 따라서 보스와의 친소관계가 파벌 내의 위상을 좌우합니다. 보스는 공천권으로 조직원들을 통제하고, 조직원들은 사람들을 몰아올 수 있는 대중동원력으로 보스의 신임을 획득합니다.


전근대적 계파 정치가 종식되고 선진적 정파 정치가 확립되면 정책과 가치가 중심이 되는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비로소 우리나라에서도 뿌리내릴 수가 있습니다. 진보도, 보수도, 실용적 중도도 계파의 자리를 정파가 대신할 때라야 정책과 실력으로 국민들에게 검증받고 심판받을 수가 있습니다. 다당제도는 비례대표 선출의 민주성과 투명성, 공정성과 객관성을 대폭 끌어올리기 마련입니다. 전당원 직접 투표를 거쳐 비례대표를 선출하지 않으면 당원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 분명한 이유에서입니다.


지금까지는 각계각층이 정치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꽁꽁 막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청년들은 정치자금 모금의 곤란함 때문에 정치권의 아웃사이더 역할에만 그쳐야 했습니다. 조직을 가동할 실탄과 노하우가 모자랐기 때문에 청년비례라는 당 지도부의 배려와 은총만을 하염없이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했습니다.


청년들은 청년비례대표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의 정당 대표로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이가 아닌 능력과 설득력으로, 당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로 자기의 지위와 지분을 당내에 구축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청년의 정치적 진출 창구가 협소한 청년대표비례를 뛰어넘어 광대한 권역별 비례대표로까지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님 같은 분들께서는 석패율 제도에 반대하고 계십니다. 석패율 제도가 기존 정치 거물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는 충정어린 우려에서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석패율 제도는 분명 필요한 제도라고 확신합니다. 석패율 제도가 정당 내의 경쟁을 촉진하고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소속 정당을 위해 제일 열심히 활동한 인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최선의 제도는 될 수 없을지언정 차선의 제도는 될 수 있는 게 바로 이 석패율 제도입니다. 저는 지역과 비례의 중복 출마를 허락하는 형태로 석패율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여성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와 장애인 같은 정치적 취약계층들이 그동안의 소외와 차별로부터 일거에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정치개혁의 기본 원칙은 정치의 일상화


선거관리위원회에 투명하게 신고한다는 전제 아래 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후원회를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게 허용되어야 합니다. 단, 후원금 사용 용도의 정확한 확인과 검증이 가능하도록 신용카드와 같은 결제수단으로만 지출이 이뤄져야만 합니다. 후원금 관리의 편리함과 신속함을 꾀하려면 후원금 총액제한 제도도 아울러 수반돼야 합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의 사무실 설치 역시 폭넓게 용인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공식적으로 불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편법적 형태로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운영해온 건 정치권 전반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지역위원회 사무실의 평수와 임대료는 상한선을 설정하되 형식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카페 형태로든, 서점 형태로든, 공부방 형태로든, 연구소 형태로든 지역의 사정과 상황에 걸맞게 자유롭게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자금을 제한하려면 용도와 규모를 제한해야 합니다. 소액 다수의 후원금도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틀과 룰을 벗어난 부정한 정치자금은 당연히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합니다.


선거법은 돈은 묶고 발은 푸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게 합리적입니다. 선거운동의 상시화가 가능하도록 유도하자는 의미입니다. 그러자면 선거운동 기간을 한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다음에야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을 앞으로는 일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금품을 앞세운 선거운동에는 더욱더 엄하고 단호한 처벌이 가해져야만 선거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모든 정당들의 오프라인 예비후보 선거일을 일치시키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역선택 같은 음습한 정치공작이 판을 칠 여지가 사라집니다. 권역별 비례대표 선출 과정은 민주적 성격이 보장되도록 아예 선거법에 못을 박아둬야 합니다. 이에 더해서 전국적으로 순회유세를 하도록 규정해놓으면 당대표의 입김과 당 지도부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낙하산 타고 내리꽂히는 금수저 후보가 근절되는 것입니다.


이현웅 위원장은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혐오도, 과도한 기대도 거둬주기를 국민들에게 간절히 요청했다. 사진=팍스뉴스 최인호 기자

정치인도 사람이다


국민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에 반대하는 이유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조치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서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저는 더불어민주당의 ‘준연동제’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는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모색해 실천하는 일입니다. 정 안 되면 ‘준연동제’도 차선책으로 받아야겠지요.


정치권은 국민들께 정치가 바뀌는 모습을 최선을 다해 보여드려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회의원들의 보수, 곧 세비를 국회에서 정하면 안 됩니다. 정치권 바깥의 공신력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한시적 기구인 가칭 「국회의원 보수결정 위원회」에서 이를 결정해야 옳습니다. 「국회의원 보수결정 위원회」의 위원 선임 작업은 국회의원들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정치권 외부의 제3자가 주관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이미 지방의회 수준에서는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지방의원의 보수체계를 정해왔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정치혐오증으로 인해 국회가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는 것처럼 그릇되게 인식돼왔습니다. 그러나 실상을 따져보면 2019년 대한민국 국회 소관 세출예산은 6,381억 원에 조금 미치지 못합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전체 정부예산안이 470조 5천억 원입니다. 국회가 쓰는 돈은 국민들의 선입관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은 국회의원 개개인이 누리는 과도한 특권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합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를 시야에 넣고 보면 행정부의 비대화가 더 본질적 문제임을 쉽게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상징되는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가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중요한 일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되살릴 수 있는, 국회를 향한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순결하고 거룩한 성직자가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가정도 버리고, 사생활도 전부 포기한 채 1년 365일 불철주야로 24시간 동안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정치인도 개인으로서는 한 명의 생활인이고 사회인입니다. 가족을 버릴 수도 없거니와 버려서도 안 됩니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생활인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이 국민들께서 현실적으로 바라실 수 있으며,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정치인이라고 믿습니다. 현대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정치인은 직업 정치인임을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딱 10년만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 동기가 제가 이타적으로 희생하며 헌신적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의 최대치가 10년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상은 당장 제 자신이 견디지를 못합니다.


국민들께서는 정치인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주시되, 이해상충의 불의한 행위마저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구태와 관행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가차 없이 준열하게 꾸짖어주십시오. 이와 함께 공익적 가치에 충실한 인물들이 보다 많이 여의도 국회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새로운 혁신적 제도의 도입에 지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러한 제도의 대표적 일환입니다. 그리고 정치자금법의 개혁과 선거법 개정에도 또한 힘을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공희준 : 어려운 주제에 막힘없이 솔직한 답변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현웅 :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현웅 위원장은 인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마치고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인하대학교 로스쿨에서 겸임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 합류해 2016년 봄에 치러진 20대 총선 당시 부평을 지역구에서 출마했으며, 현재는 바른미래당에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그동안 역임한 위원장 직책들이 워낙 다양했던 까닭에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현웅 위원장을 ‘여러 가지 위원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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