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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의 혁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까닭은 - 더불어민주당은 586 기득권파가 언제나 살아남는 정당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2-05-26 20: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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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무침 전당대회를 아시나요


더불어민주당에서 결국에 집에 가는 사람은 나이든 기득권 586 세대 정치인들이 아니라 젊은 청년인 박지현 위원장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선 박지현 비대위원장 모습 (출처 : 박지현 페이스북 계정)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작심발언으로 구 여당이 벌집 건드린 것처럼 시끌시끌하다. 박지현 위원장이 구태 586 정치인들의 용퇴를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의 고질병인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결행하자 퇴진 대상으로 지목된 직전 집권당, 즉 더불어민주당 소속 중진 정치인들이 일제히 거칠게 반발하고 나선 연유에서이다.

 

필자는 한국정치의 여러 가지 일들에 나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자부해온 터이다. 그러나 당대표의 모든 공개 발언과 행보를 당내의 다른 실력자들과의 사전 협의에 일일이 부친다는 사실은 이참에 처음 알게 되었다. 왜냐? 그런 핫바지 당대표는 종전에는 물론이고 이후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미리 조율하지 않았느냐며 박지현 위원장을 거세게 타박하는 또 다른 공동비대위원장 윤호중 의원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주류 세력은 친문 경향의 기득권 586 세대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심지어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규칙마저 자기들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자의적이고 독단적이며 폐쇄적인 정당 운영으로 악명이 높았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의 원형인 민주통합당의 당대표를 뽑는 2012년 초여름의 전당대회에서 한창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선거인단을 골뱅이무침에 사리 추가하듯이 갑자기 더하는 현대 정당 민주주의 역사에 유례없을 해괴하고 변칙적인 결정을 주도한 인사들은 박지현 위원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586 정치인들이었다.

 

골뱅이무침에 삶은 소면사리 듬뿍 추가하듯 느닷없이 대거 늘어난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거인단은 대부분 친이해찬 성향을 띠었고, 이들 숨 쉬는 국수사리들 덕분에 이해찬과 586들은 손학규에게 잠시 내줬던 거대 제일 야당의 당권을 당대표 경선 경쟁자인 김한길을 누르고서 완벽히 재장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더불어민주당 586 세대 정치인들만은 박지현이 독주와 월권을 서슴지 않는다는 구실로 그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하겠다.


기득권 586 정치인들은 박 위원장의 이야기를 사견으로 치부하는 전략적 무시 작전을 펴고 있다. 공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언론 앞에서 발설한 발언이 단순한 사견에 불과하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진정한 공식적 견해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공식적 당론을 빨리 찾기 위해 경찰서에 실종신고라도 해야만 할 판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득권 586 당권파가 결국 이기는 당


더불어민주당은 건곤일척의 대통령 선거에서 허망히 패배했다. 그러면 초상집 분위기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당은 로또라도 맞은 것 같은 잔칫집처럼 연일 축제 분위기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비상상황이다.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다는 건 국가 차원에 비유하면 전쟁이나 엄청난 천재지변 등의 절체절명의 중차대한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해 계엄령이 선포ㆍ발동됐다는 뜻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은 계엄사령과 비슷한 존재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거부할 수 없는 명령으로 작용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의 발판을 마련한 더불어민주당의 2016년 제20대 총선 승리는 계엄과 다름없는 비대위 체제가 올린 역사적 개가였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계엄사령관 역할을 수행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민심의 거부감을 초래해온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과감하게 배제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이 중도층 유권자들로의 외연 확장에 성공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했다.

 

한데 작금의 더불어민주당은 박지현 위원장을 마치 전두환의 아류처럼 취급하고 있다. 아니, 박지현이 무슨 쿠데타적인 폭력적이고 비정상적 방법을 동원해 당권을 탈취했다는 말인가? 김종인이 친문세력의 수장 문재인에 의해 영입됐듯이, 박지현은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었다. 더욱이 박지현은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막판 뒷심을 발휘해 국민의힘과 박빙의 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귀중한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 26세의 깜짝 놀랄 만한 젊은 임시 당수로 옹립되었다.

 

그런 박지현이 뇌물을 먹은 것도 아니고, 인사청탁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공천비리를 자행한 것도 아니고, 단지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이유로 다선 의원들을 위시한 더불어민주당의 대다수 구성원들로부터 무자비한 십자포화를 얻어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대국민 사과는 만 50세 이상의 인사만 할 수 있다는 연령제한 제도라도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은 5년 만에 평화적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잃어버리는 초유의 부끄러운 기록에 뒤이어 사과에도 연령제한이 있다는 새로운 신기원을 또다시 써내려간 셈이다.

 

축구는 22명의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공을 차다가 결국에는 독일이 승리하는 경기란 조롱을 한때 받았다. 이러한 조롱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선수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으로 맹활약했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회의 한국과 독일 경기를 계기로 면 이제는 철지난 객쩍은 농담이 되었다.

 

21세기 들어와 민주당 계통의 정당은 각계각층의 내로라하는 수많은 외부 인사들이 차례로 영입돼 당의 혁신과 변화를 목표로 별의별 노력을 다하다가 최종적으로는 학생운동권 출신의 기득권 586 세대 당권파 정치인들이 귀신처럼 살아남는 정당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늘 독일이 이긴다는 축구에서의 불문율은 깨졌지만, 운동권 586 세대는 항상 살아남는다는 민주당 계통 정당의 공식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건재할 전망이다. 며칠 후 치러질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에서 마침내 사무실에서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은 전대협으로 상징되는 노회하고 능글맞은 구태 586 여의도 정치꾼들이 아닌, 새파랗게 젊은 박지현 위원장일 거라고 필자가 자신 있게 예견할 수 있는 경험칙적인 근거이다.

 

한 가지 유난히 씁쓸한 대목은 당의 반성과 쇄신을 부르짖은 1996년생 박지현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광분한 얼굴들이 기득권 586 세력들 푸들 노릇에 충심한 결과로 당내에서 벼락출세한 무늬만 청년정치인들이란 점이다. 1980년생 신현영 의원은 박지현 위원장이 용기 있게 피력한 소신을 일개 개인의 의견으로 폄하하는 움직임에 앞장섰다. 1982년생 김남국 의원은 수십 년 동안 당과 정부와 청와대를 번갈아 오가며 온갖 노른자위 자리를 독식하면서 부와 권력과 명예를 모두 틀어쥔 기득권 586 정치인들을 나이 들어 억울하게 명퇴당하는 평범한 중장년 노동자들과 동일시하는 터무니없는 망언과 궤변을 언죽번죽 선보였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괴이하고 의심스런 명제를 팔아 책장사에 크게 성공했다. 김난도를 부분적으로 차용하자면 “안 바뀌니까 더불어민주당”이다. 박지현의 근본적 죄가 있다면 바뀌지 않을 게 빤히 보이는 집단을 바꿀 수 있다고 만용 반, 요령부득 반으로 착각한 대목에 있다. 세상 만만하지 않다. 기성 정치판은 더더욱 만만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1985년생 원외 당대표 이준석을 갖은 논란과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끝내 집에 보내지 않고 인내심 있게 끌어안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지현을 조만간 집으로 귀가조치를 시킬 게 확실시된다. 이 작지만 본질적 차이가 전자를 5년 만에 집권여당으로 복귀시켰고, 후자를 언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려운 기약 없고 절망적인 만년 야당 신세로 내몰지 모른다. 장강의 앞물이 장강의 뒷물과 싸워서 잠깐 이길 수는 있다. 허나 영원히 이길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제 발로 어이없이 걷어 차버린 복덩어리 박지현이 한국정치에 다시금 뚜렷이 남겨줄 오래갈 묵직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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