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 기자
중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했다.
인수 승인 조건에는 향후 자국 업체가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SK하이닉스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23일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수 승인을 계기로 자국의 ‘반도체 자급’을 도모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전날 SK하이닉스 인수를 승인하면서 6개의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 중 ‘타기업 지원’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국은 공고에서 “한 개의 제3 경쟁자가 기업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SSD는 낸드를 이용한 저장 장치로 자기 방식 저장 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인수하기로 한 중국 다롄(大連) 소재 인텔의 팹(반도체 생산 공장)은 주로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SSD를 제조하는 곳이다.
중국은 이번 공고에서 ‘제3 경쟁자’가 어느 기업이 될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미중 ‘기술 전쟁’ 속에서 반도체 자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중국 기업의 SSD 시장 진출을 도우라는 조건을 내 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SSD의 가장 큰 소비처는 대량의 서버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다. 중국은 작년부터 경기 부양을 위한 ‘신 인프라’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적극적으로 독려 중인데 데이터센터 내 서버의 저장 장치로 SSD가 쓰이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이 내건 이 조건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국 기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중국의 반도체 항모’로 불리는 칭화유니(淸華紫光) 산하의 낸드 제조사인 YMTC(長江存儲)다.
이 회사는 2019년부터 64단 3D 낸드 기반의 256기가바이트급 낸드 양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기술 격차가 커 중국 안팎에서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다.
게다가 SSD는 일반 낸드보다 더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SSD는 양산형 낸드에 데이터 교환 작업을 통제하는 컨트롤러라고 하는 정교한 부품을 결합해 만드는데 낸드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난도가 높은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SSD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 역시 SSD 사업 초기 컨트롤러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단계에서 중국이 SK하이닉스에 요구한 타사 지원 의무가 어디까지일지를 현재로선 추단하기 쉽지 않지만 만일 핵심 기술력 이전에 관한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면 향후 기술 이전 압박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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