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참여연대논평, 이름뿐인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과잉부채 막기에 역부족 - 전세대출과 전세보증금 DSR 규제 없이 집값잡기 어려워 - 은행권/제2금융권 DSR 차등 규제 여전, 풍선효과 계속 발생 우려 - GDP갭 축소 위해선 가계부채 축소 정책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윤승원 기자

  • 기사등록 2021-10-26 14:46:24
기사수정

정부가 오늘(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29일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후에도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이 10%에 이르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자 추가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 역시 ‘강화’방안으로 이름 붙이기에는 빈틈이 많아 과연 과잉부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간 지속적으로 쟁점이 되어온 전세대출 등 DSR 규제 범위 확대 여부와, 은행권/제2금융권 간 규제 일원화 관련 사항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더욱이 가계부채 총량이 아닌 증가율만을 관리 대상으로 삼아 집값급등과 GDP·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 상승을 야기한 이전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물론 정부의 이번 방안은 일부 측면에서는 개선된 내용이 있기는 하다.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한해서만 따로 적용되던 현행 차주별 DSR 규제 한도 범위를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합계 2억원으로 낮춘 것, 카드론 대출도 차주가 상환해야 할 원리금으로 보아 DSR 산정 기준에 포함한 것은 지금 기준으로는 가계부채를 잡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각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약정 이행실태 점검, 적합성·적정성 원칙 준수 여부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 역시 과잉·불공정 대출을 막기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정책 사항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외에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잡기 위한 ‘강화’된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여러 유형의 대출 원리금이 DSR 산정 기준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그동안 말이 많았던 전세대출이 총량한도에서 제외되었다. 정부 대책에는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상환능력 원칙을 적용하고 전세 취급 후 추가 대출 시 전세대출 원금을 DSR에 포함하겠다는 내용을 담기는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세대출의 문제점이 비단 상환불능 우려뿐만 아니라 갭투자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정작 후자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구체적인 방지책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전세대출이 집값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가운데에는 임대인의 전세보증금반환채무가 존재함(전세대출→전세보증금→추가 주택구매)에도 정부는 금융부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손놓고 있다. 정부의 입장이 ‘서민층 실수요자 대출 공급’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주택가격 버블 형성은 불가피하다. 또한, 예적금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할부·리스·현금서비스 등 다른 모든 유형의 대출 역시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을 감소시키므로 DSR 산정기준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출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제2금융권 DSR 기준을 은행권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제2금융권에 적용되는 차주별 DSR 기준은 현행 60%에서 50%로 낮추는데 그쳐 은행권 DSR 기준 40%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약간의 규제 수준 조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은 대출취급 유형, 차주특성, 담보 성격과 소득증빙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차이로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자산가격 급증과 영끌투자 분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약간의 차등조건도 최대한 대출을 동원하려는 투기 수요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 정부는 제2금융권 대출을 통한 부채증가의 길을 열어두지 말고 일관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만기연장 대출에 대해 DSR 미적용하겠다는 입장 역시 현재 가계부채 위험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정부가 이왕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신용대출 분할상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만큼, 연장대출에 대해서도 이러한 상환방식으로의 전환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상회해왔음을 상기한다면 정부의 정책기조가 ‘가계부채 증가율 4~5%대 수준 관리’에 머물러 있는 한, 가계부채와 GDP갭 축소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를 넘어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정책 기조의 과감한 전환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 가계부채의 축소를 위해서는 정부의 중소상공업자를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이전지출(중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확대,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등)을 포함하여 가계의 소득과 소비를 늘릴 수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axnews.co.kr/news/view.php?idx=28375
  • 기사등록 2021-10-26 14:46:24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4·10총선 선거구 획정안 국회 통과…전북 대신 비례 1석 축소 비례대표를 1석 줄여 현행 전북 지역구 10석을 유지하고, 강원도 지역구 8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최종 확정됐다.국회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본회의를 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원안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한 선거구 획정안을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
  2. SKT, ‘퀀텀 얼라이언스’ 설립해 양자 시장 공략 가속화 국내 양자산업 생태계 발전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양자 대표기업들이 손을 잡았다.SK텔레콤은 양자 분야 핵심 기술과 부품을 보유한 기업들과 함께 ‘퀀텀 얼라이언스(Quantum Alliance, 가칭)’ 설립 및 향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퀀텀 얼라이언스’ 회원사로는 SKT를 비롯해 에스오에스랩, ...
  3.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1차 회의 주재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총괄조정관(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1차 회의가 각 중앙 부처 및 17개 시도 담당자와 영상회의로 열렸다.
  4. 버스전용차로, 평일 경부선은 안성나들목까지 연장...영동선은 폐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평일 경부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구간을 안성나들목(총 56.0km)까지 연장하고, 주말 영동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구간을 폐지한다.현행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구간은 평일 경부선의 경우 양재나들목부터 오산나들목(39.7km)까지, 토요일·공휴일 경부선은 양재나들목부터 신탄진나들목(134.1km), 영동선은 신갈...
  5. 현대자동차, 전기차도 스마트폰처럼 `보상판매` 제도 도입한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EV)를 마치 전자기기처럼 살 수 있는 보상판매 제도를 도입했다. EV를 새로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줄이고, 국내 시장에서 EV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다. EV 인증 중고차 판매도 이달 안으로 시작한다.7일 현대자동차는 신형 EV구입 시 기존 차량에 대한 보상판매(트레이드-인)를 이달 1일부터 도입했다고 밝혔다. ..
포커스 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