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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무관심 도루’를 생각한다 - 더불어민주당, 갈라파고스의 도마뱀이 되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1-10-04 1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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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더불어민주당 경선

 

이재명 경기지사는 예선의 이재명과 본선의 이재명이 싸우는 모순에 봉착해 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그들만의 리그’. 필자처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기득권 양대 정당 모두에 별다른 애정과 귀속감도, 조금의 부채의식이나 채권자 심리도 없는 평범한 유권자들 입장에서 평가한 현재의 대한민국 집권여당 대선후보 선출 경선에 대한 중간결산이자 사실상의 총화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결정적 원인은 날이 가면 갈수록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민심과는 점점 더 동떨어져가고 있는, 통상 권리당원으로 불리는 정치과잉 조직 사이에 형성된 기괴하고 이색적인 당심에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주위로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으로 똘똘 뭉치는 더불어민주당의 당심은 보편적 민심을 견인하지도, 추동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폭넓은 민심에 수렴되거나 합치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만의 민심’에 매몰된 더불어민주당의 작금의 모습은 전 세계 표준과는 높다란 담을 쌓은 채 자신들만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기준만을 고집하다가 결국에는 경쟁력을 상실해버린 일본 유수의 전자회사들을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구아나 도마뱀들에 빗댄 ‘갈라파고스 현상’마저 연상시킬 지경이다. 국민들이 명색이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더욱더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당심의 비좁은 가두리 양식장에 갇히면 죽고, 민심의 광대한 바다로 나가면 산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정치 컨설턴트들이 선거철마다 후보자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해주는 중차대하고 필수적인 조언이다. 본래 이 이야기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진영을 겨냥해 전가의 보도처럼 수시로 휘둘러댄 필살기였다.

 

현실은 정반대 양상으로 귀결되었다. 그 근저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 투표일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한국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게임 체인저로 전격 부상한 화천대유 파문이 자리하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라는 부동산 개발 시행사 주연에, 박영수 전 특검ㆍ권순일 전 대법관ㆍ며칠 전 국민의힘을 어영부영 탈당한 곽상도 의원 등이 조연으로 뒤엉켜 성남시 대장동에 새롭게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무대로 펼쳐진 희대의 부정부패 사건 말이다. 추문에 연루된 인물들이 드러낸 죄질의 불량함과 도덕성 파탄은 노태우 정권 말기에 터진 수서 게이트의 총체적 윤리 붕괴를 이미 능가하고 남는 양상이다.

 

문제는 화천대유를 축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추잡하고 음습한 돈잔치가 한창 질펀하게 벌어진 시기에 성남시장으로 재임한 정치인이 하필이면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라는 점이다. 이로 말미암아 대장동, 즉 판교 남부 지역의 택지 개발과 관련된 주요한 인허가 문서의 최종결재권자로 이재명 당시 시장이 번번이 등장하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 고정 지지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게이트에 얽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시쳇말로 합리적 의심을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심정이다.

 

이재명 지사는 정당한 자기 방어권의 발로 차원에서 이 사건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의 열성 지지자들까지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서 대장동 사건을 덩달아 모르쇠 하는 중이다. 이들은 이재명 지사가 경기관광공사 사장과 성남 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같은 관내의 핵심적 행정요직에 발탁한 유동규 씨가 구속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에 한층 더 열을 올리는 집단적 유체이탈 화법조차 불사하고 있다. 그러니 대다수 남조선 인민대중은 더불어민주당 자체에 극도의 염증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재명의 미로 탈출 가능성은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일종의 무관중 경기처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제는 권리당원들만의 마을잔치가 돼버렸다. 이재명 지사의 득표율이 경선 후반 국면에 다다라 급상승한 배경이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경기를 포기한 듯한 표정이다. 그는 어쩌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이재명의 정치적 유고 사태를 염두에 두고서 플랜 B 가동에 착수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심상찮고 유동적인 정세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재명 지사는 전국 순회경선에서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다. 그의 연전연승은 프로야구 경기에서 양쪽 선수들 전부가 덕아웃에서 일제히 뛰어나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벤치 클리어링의 도화선 구실을 종종 해온 무관심 도루를 급기야 떠올리게 한다. 무관심 도루는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기고 있는 팀의 주자가 누상에서 승패와 무관한 도루를 감행ㆍ성공시킴으로써 상대편을 의도적으로 자극ㆍ도발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재명의 딜레마는 그가 입구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와 반비례해 출구는 좁아지는 미로에 들어선 부분에 있다. 미로의 명칭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는 소속 정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되려면 화천대유와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해야만 한다. 반면에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대장동 사건에 관한 유감 표명이나 대국민 사과를 낮고 겸손한 자세로 너무 늦기 전에 행동에 옮겨야 한다. 미로의 입구인 예선에서 압승을 안겨줄 논리와 태도가 미로의 출구인 본선에서 참패할 위험성을 되레 끌어올리는 역설적 형국인 셈이다.

 

하지만 이재명에게는 내일을 걱정할 여유가 없다. 그는 오늘이 있어야 내일도 있다는 다급한 마음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만 모면하면 장땡이라는 식의 하루살이 정치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그의 극렬 지지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일이 없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진화가 정지되면 내일이 불필요하다.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가 수백만 년째 커다란 도마뱀에서 진화를 멈춘 것은 이 거대 파충류는 오늘이나 내일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 정체된 서식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신속하고 압축적 변화를 경험해온 역동적 사회이다. 어제는 참신한 진보였던 586 세대가 오늘은 구태 기득권 세력이 된 게 대표적 사례다. 오늘만 살고 보자는 이재명 일행의 건투를 빈다. 허나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사는 데 있음을 그들이 부디 깨달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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