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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춘보②] 안철수가 '정치자산'이면 심춘보는 '정치보물' - 심춘보 다산저널 대표 겸 심촌정육식당 사장 인터뷰 ②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18-11-05 17: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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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남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것도 성인 넘자가 자신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역시나 성인 남자를 위해서 울 때는 더더욱…. 심춘보 대표는 정치인 손학규를 위해 눈물을 흘린 대단히 희귀한 인물이다. 그런 심춘보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향한 독설과 쓴소리를 지금은 마다하지 않아오는 중이다. 그 사연의 전말을 들어본다.

네이버는 인터넷 언론에 활짝 문을 열어야


- 공희준 (이하 공) : 작은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우리나라의 대다수 인터넷 매체들이 구태여 진영논리에 편승하지 않고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허심탄회하게 단도직입으로 답변해주세요.


= 심춘보 (이하 심) : 현재로는 없습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겠죠. 그렇지만 운영자가 진짜 제대로 언론을 만들어보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하고서 광고 따위는 건 필요 없다며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재산을 투자하면 모를까, 지금 구조에서는 소규모 인터넷 언론이 독자생존의 길을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왜냐면 거대 포털사이트에 정식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보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으로의 시대는 분명 1인 매체가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한다면 약간의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겠죠.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까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들이 언론사들과 기사제휴를 맺을 때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곤 합니다. 진입장벽을 엄청 높여놓은 것이죠. 저는 이 진입장벽을 낮춰주기를 바랍니다. 가령 네이버에서는 자신들이 편집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페이지에 네이버 직원들이 일일이 글을 배치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들이 그렇게 작업할 바에는 아예 문호를 전면적으로 개방해서 이용자들이 알아서 좋은 기사를 찾아 읽도록 유도하는 편이 더욱더 합리적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포털과의 제휴가 성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가 번듯한 사무실을 내고서 기자까지 채용했다고 가정해보세요. 다산저널이 과연 몇 달이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 공 : 대출받으셔야죠. (웃음)


= 심 : (목소리를 높이며) 못 버터요, 못 버텨. 대부분의 작은 인터넷 매체들도 저희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언론사가 1만 개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 실제로 기사가 계속 올라오는 곳들은 그중 절반 정도인 4~5천 개 수준일 겁니다. 나머지는 만들어만 놓고 운영을 못하는 것이죠.


- 공 : 출판사들 경우도 출판등록만 해놨지 책을 내지 않는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내가 탈당한 바로 다음날 안철수 전 대표도 민주당 탈당


인터뷰 중인 다산저널 심춘보 발행인 (사진=공희준 편집위원)


- 공 : 지금까지는 인터넷 언론의 전반적 부분을 다뤄봤습니다. 이제부터는 다산저널과 관련된 구체적 주제들에 관한 말씀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산저널 창간 초기에는 정당 차원으로는 국민의당에, 정치인 개인 층위에서는 현 바른미래당 대표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때려잡자 안철수’ 논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지경입니다. (웃음) 손학규 대표와 관련해서는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고요. 이렇게 논조가 천양지차로 바뀌겐 된 경위와 계기가 무엇입니까? 


= 심 : (크게 너털웃음을 잠시 짓고는) 그 이야기를 작심하고 하자면 하루 날을 잡아 얘기해도 모자랄 겁니다.


- 공 : 공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압축적으로 말씀해주세요.


= 심 : 저에게는 국민의당과 안철수와 손학규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 공 : 삼위일체의 관계네요.


= 심 : 그렇죠. 이 세 가지 요인들이 서로 맞물리며 제 입장이 변화했습니다. 저는 다산저널을 창간하기 전부터 국민의당에 매우 우호적이었습니다. 저는 다당제주의자입니다. 기존의 거대 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해 기득권을 유지해온 우리나라 정치의 낡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오래전부터 품어왔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생각은 과거에 비해 아주 다양해졌습니다. 지적 수준과 의식수준 또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선거를 해보면 둘 중에 하나를 찍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제가 선호하는 후보는 두 거대 정당이 아닌 정당 소속인데도. 그러니 당선 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저로서는 찍어주고 싶어도 찍어줄 수도 없는 거예요. 한국정치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런 구조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장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다당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야 합니다. 국민의당은 다당제의 착근을 목표로 삼아 출발한 정당이었습니다.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가 컸고요. 저도 그와 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당에 우호적이었습니다. 다당제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것이지요.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같은 정당들은 가만히 놔둬도 자기들이 알아서 생존하는 정당이었니다. 더군다나 저처럼 평범한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기에는 몸집도 너무나 컸습니다. 반면에 국민의당은 신생정당인 데다 다당제 정착의 책무를 어깨에 짊어진 정당이기도 했습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미력이나마 각자 조금씩 힘을 보태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당이었습니다.


- 공 : 지지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생사 여부가 갈리는 정당이라는 말씀이시네요?


= 심 : 그 국민의당을 탄생시킨 주역이 안철수 전 대표였습니다. 저는 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오기 바로 하루 전날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습니다.


- 공 : 그럼 본래 당원이셨나요?


= 심 : 제가 30년 민주당 당원입니다.


- 공 : 언제부터 당원이셨나요?


= 심 : 1987년에 입당했습니다.


- 공 : 그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로 계실 때부터겠네요?


= 심 : 예.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해신 평화민주당에 그때 입당했습니다. 제가 1987년에 12월에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 평민당 군산․옥구 지역 유세위원이었습니다. 선거유세 활동에 필요한 연설교육을 받으려고 서울의 중당당사에도 자주 올라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살고 계신 동교동 자택에도 갔었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어서 30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민주당이 ‘혁신과통합’과 합쳐지면서 친문세력에게 장악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아니게 된 거죠. 저로서는 탈당을 심각하게 고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즈음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여부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분분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안 전 대표의 거취를 예의주시했고요. 저는 그와 상관없이 민주당이 더는 제가 알고 있는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에 과감히 탈당을 결단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탈당한 바로 그 다음날인 2015년 12월 13일에 안철수 전 대표도 탈당을 했더라고요.


- 공 : 그야말로 선도탈당을 결행하신 셈이네요.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가 수여한 선거유세원 위촉장 (자료제공 : 심춘보 대표)


= 심 : 저는 국민의당 창당대회가 열린 대전 한밭체육관에도 갔습니다. 그때가 2016년 2월 2일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이 창당해 총선을 치를 무렵까지는 나름 괜찮았어요. 그런데 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뭔가가 조금씩 이상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손학규 후보를 경선에서 지지했습니다. 사실 제가 그로부터 10년 전에 치러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손 후보를 편들었었어요.


- 공 : 이른바 ‘박스떼기 사건’으로 악명 높았던 문제의 경선 말씀이시죠? (웃음)


= 심 : 그렇죠. (웃음) 제가 국민의당을 지지한 데는 손학규 대표에 대한 지지의 연장선도 있었습니다. 손학규가 안철수를 경선에 이기는 일은 실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이길 수 있다고 하도 자신만만해하기에 저는 뭔가 필승의 복안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개표를 해보니까 완패였습니다.


- 공 : 손학규 대표께선 경선에 경선이 아닌 보조출연을 한 격이었습니다.


= 심 : 전남지역 경선에서 워낙 참패한지라 저는 전북지역 경선에서는 한 표라도 더 만회하도록 돕기 위해 장사도 쉬고서 전주로 갔습니다. 그렇지만 전북지역 경선에서도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제가 그러고서 서울로 돌아왔는데 너무나 분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 공 : 우시기까지 했다고요? 저는 손학규를 위해 눈물까지 흘렸다는 일반 지지자는 솔직히 제 주변에서 처음 봤습니다.


= 심 : 손학규 대표의 패배도 슬펐지만, 제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내가 이것밖에 할 수 없나 하는…. 그렇지만 솔직히 저는 손학규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이유로 그분을 밀었던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된다는 확신을 갖고 치인을 지지하는 사례가 잦은데, 저는 그런 믿음까지는 갖지 않았습니다. 왜냐? 그 당시에는 누가 봐도 문재인 후보 쪽으로 이미 승패의 저울추가 크게 기울어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 공 : 예선, 본선 전부 다 합쳐서요.


= 심 : 예. 그래도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조금이라도 더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당사자는 안철수 전 대표가 아니라 손학규 대표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 공 : 손학규 대표를 지지하셔야만 했던 또 다른 절박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 심 : 당연히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가 본선에 진출했다가 패배할 경우에는 국민의당이 중대한 존립위기를 맞이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당 자체가 사라질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의당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건재해야만 했습니다.


- 공 : 건재해야만 한다는 게 무슨 뜻이죠?


= 심 : 대선에 나갔다가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 공 : 일종의 선수보호 차원이었네요.


= 심 : 그렇죠. 안 되더라도 손학규가 안 되는 편이 좀 더 나아 보였습니다. 저는 더욱이 만약에 안철수가 국민의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리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데 성공한다면, 꼴등이 일등이 제친 일이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키듯이 국민의당이 예측불허의 돌풍의 진원지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 공 : 2002년 대선의 극적인 대역전극이 재연되기를 내심 기대하셨던 거네요. 노무현 후보가 예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이긴 동력을 살려 본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승리했던 것처럼.


= 심 : 제가 뇌리에 상정한 시나리오가 다름 아닌 그것이었습니다. 제가 광화문에서 거행된 손학규 후보의 경선 출정식에서 뭐라고 힘주어 말한 줄 아십니까?


- 공 : 내용이 궁금하기에 앞서서 거기에도 동참하셨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거의 출석점검을 방불케 해서요. (웃음)


= 심 : 저는 그곳에서 “문재인 후보의 기세를 꺾는 일은 손학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경선에서 이기는 이변이 연출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호소했습니다. 


- 공 : 본선도 아닌 예선 출정식을 광화문에서 거창하게 개최한다는 점이 상당히 이채롭습니다.


= 심 : 손학규 대표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줄곧 광화문에서 진행해왔습니다.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이 워낙 강하신 분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손학규 대표, 마음에도 없는 소리 계속해


"저는 국민의당 창당대회가 열린 대전 한밭체육관에도 갔습니다. 그때가 2016년 2월 2일이었습니다." 


심춘보 다산저널 대표의 분석을 듣자마자 나는 손학규 대표가 세종대왕 역할을 연기한 배우 한석규 씨에게 자신을 빗대곤 하는 사실이 문득 생각났다. 문제는 세종대왕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왕좌를 쟁취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어지 보면 그는 전형적인 낙점 인사였다.


= 심 : 저의 바람은 잘 아시다시피 무산되었고, 결국 본선에는 안철수 전 대표가 출전했습니다. 그러자 손학규 대표를 지지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의 핵심 지지자들 가운데 저만 유일하게 안철수 지지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 공 : 그건 일종의 경선 불복 행위 아닌가요?


= 심 : 불복은 승패가 엇비슷할 때나 나오는 짓이고,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은 일방적 양상으로 전개된 경기였습니다. 불복하고 말고 할 여지가 아예 없었어요. 깨져도 완벽하게 깨졌죠. 어디 게임이 되어야 파투라도 놓지. (웃음) 최홍만과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배삼룡 선생이 씨름한 것처럼 결과가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토를 달려야 달 수가 없었어요.


- 공 : 그런데 왜 혼자 버티셨나요?


= 심 : 안철수 전 대표가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 도저히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


- 공 : 그럼 투표는 하셨습니까?


= 심 : 그래도 버젓한 공당에서 선출한 대통령 후보 아닙니까? 저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 도봉산에서 진행된 안철수 후보 지지 유세에는 참석했습니다. 한데 막상 그곳에서 손학규 대표를 보니까 갑자기 마음이 짠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저 나이에 다른 사람 지지유세를 하고 계시니 가슴이 먹먹해질 밖에요. 그래서 남들처럼 요란하게 지지는 하지 않겠지만, 표는 줘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선거일에 투표소에 가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찍었습니다.


- 공 : 말씀을 들어보니 저는 대표님께서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심 : 저만 목격한 게 아닐 겁니다. 대통령 후보자들 간의 텔레비전 생방송 토론회에서 벌어진 정말로 기상천외한, 그리고 깜짝 놀랄 만한 모습을. 경천동지할 광경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테고요. 그 일을 전환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깊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젠 ‘안철수’라고 불러주기도 싫어요. 그냥 ‘그 친구’라고 지칭했다고 써주세요.


심춘보 대표의 이 도발적이고 돌발적 소망을 필자는 도무지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심춘보 대표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안철수’ 또는 ‘안철수 전 대표’라는 표기를 기사 내개 계속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 심 : 저는 보잘것없는 인간입니다. 그토록 보잘것없는 제 눈높이에서 봐도 안철수 전 대표는 한 나라의 ‘대통령감’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차분히 성찰하고 공부하며 본인에게 모자란 부분들을 채우기는커녕 외려 한 술 더 떠서 당대표에 출마하더라고요. 안철수 전 대표가 당대표에 다시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건 안 전 대표의 측근들도 잘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무리한 당대표 출마 하나만으로도 안철수에게는 치명타였습니다. 그러나 그게 자충수의 끝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선당후사를 구실로 서울시장 선거 입후보를 강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입지를 지켜야 한다는 고육지책이었겠죠.


이 얘기를 할 때 심춘보 대표의 얼굴은 마치 죄인에게 구형을 하는 검사의 표정처럼 차갑고도 엄숙했다.


= 심 : 저 같은 민초들조차 이쯤 되면 정치인 안철수의 한계가 눈에 훤히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손학규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를 ‘한국정치의 자산’이라며 느닷없이 추켜세우는 것이었습니다.


- 공 : 같은 당에 몸담은 입장에서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립 서비스(lip-service) 아닐까요? 특정 정당의 당대표가 전직 당대표를 겨냥해 저주와 악담을 퍼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 심 : 물론 악담과 저주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되겠죠. 손학규 대표는 매우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확고한 소신이 있는 분이에요. 손학규 대표가 진짜로 생각하는 안철수는 손 대표가 최근에 공개적으로 평가해놓은 안철수와는 한참 다릅니다. 손학규 머릿속의 안철수의 모습과 손학규의 입에서 나온 안철수의 모습은 전혀 일치하지가 않습니다.


- 공 : 손학규 대표가 지금 마음에 없는 말씀을 하고 계시다는 뜻인가요?

 

= 심 : 그렇습니다. 제가 1변 반 동안 가까이서 바라본 손학규는 안철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리 없는 사람이에요.


- 공 : 가까이서 보셨다는 얘기는 두 분이 자주 만나셨다는 말씀인가요?


= 심 : 저희 가게에도 들르셨을 만큼 자주 뵀었습니다. 지인의 추천으로 제가 특보단에 들어간 다음으로는 1주일에 한 차례씩 정례적으로 손 대표님과 면담을 갖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손학규 대표가 굳이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안철수 전 대표를 추켜올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들이 안철수를 생각하는 수준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 공 : 지금은 너무 과하다고 보시는지요?


= 심 : 예. 제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안철수가 정치자산이면, 심춘보는 정치보물이라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웃음) 안빠로 불리는 분들이야 저를 무지 괘씸하게 생각하겠지만요. 제가 극렬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이유입니다. 처음에 주신 질문지에는 “손대표와 데면데면한 관계”라고 쓰여 있는데, 저는 손학규 대표에게 데면데면하지 않습니다. 비판적이지! 손학규 대표의 핵심 지지자들 중에서 현재 저 홀로 그분에게 비판적 입장을 띠고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바론미래당 당대표에 출마한 일을 두고서 제가 매우 비판적 취지의 글을 쓴 탓에 손 대표 측 인사들이 저에 대해 무척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비판도 애정이 있을 때만 하는 겁니다.


- 공 : 애정이 없으면 비판도 안 합니다. 단지 무관심해질 뿐입니다.


= 심 : 애정이 있으니 격한 비판도 나오는 법인데, 몇몇 분들이 심춘보가 안빠들만 자극하지 않았으면 손학규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서 27.02 퍼센트를 훨씬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리라고 분석하는 모양입니다. 왜냐면 30프로 안 되는 저조한 득표율을 올렸으니까요. 이게 얼마나 창피한 일입니까? 명색이 장관에, 경기도지사에, 거대 제1야당의 수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거물이 주먹만 한 정당에 입당해 27.02퍼센트 밖에 못 얻으며 가까스로 당수가 된 것이 말입니다.


바른미래당은 민주평화당 비례대표 3인방 즉각 풀어줘야


심춘보 대표의 손학규 대표에 대한 애정은 더 이상은 애정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사랑이었다. 당신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 관련된 기록을 소수점 아래 숫자까지 줄줄이 기억할 수가 있는가?


= 심 : (다소 계면쩍은 것처럼) 저야 손학규 대표를 주제로 기사고 쓰고, 평론도 하니까 딱히 애정이라고까지 할 건 없을 듯싶습니다. 제가 손학규 대표에게 비판적 성향인 건 단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손 대표님의 입장 때문만은 아닙니다. 당대표 선출 이후에 보여준 정치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에서입니다. 단적으로, 평화민주당과의 관계부터가 여전히 꼬여있어요.


- 공 : 민주평화당인데요.


= 심 : 그 당도 신통한 구석이 없다 보니 자꾸만 헷갈려서. (웃음) 아무리 현재의 지지율이 바닥을 긴다고 해도 평화민주당은 바른미래당에서 아직 놓아주지 않고 있는 비례대표 3석까지 더해 17석의 의석을 가진 원내 제4당의 정당입니다. 현역 국회의원 수만 따지면 정의당과 견줘 두드러지게 많고요.


- 공 : 그러고 보니 민주평화당 의석수와 이용주 의원님이 가진 집의 채수가 공교롭게도 비슷하네요.


= 심 : 안철수 전 대표는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풀어주지 못하겠다고 대못을 박았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당대표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 춘천방송에서 뭐라고 발언했느냐? “우리 당(바른미래당)의 의원은 실질적으로 26명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에 더해서 박선숙 의원까지 아예 전력 외로 분류해놨습니다. 당 소속 의원이 아님을 손 대표 스스로 자인하신 셈이죠. 박선숙 의원의 경우에는 당적만 유지했을 뿐이지,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에서 이미 오래전에 마음이 떠났다고 해석해야죠. 저는 안철수 전 대표가 생각하는 비례대표 3인방 문제와, 손학규 대표가 생각하는 비례대표 3인방 문제는 분명히 성격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손학규 대표 정도 되는 분이라면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마땅한 문제입니다. 비례대표 3인이 자신들의 소신에 따라 정치적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끔 해줘야 맞습니다.


- 공 : 그렇다면 “역시 손학규”라는 탄성 섞인 반응이 도처에서 일제히 터져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심 : 그러면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계열 사람들로부터는 비난을 받았겠지만, 지금 안철수 열혈 지지자들의 숫자가 실제로 몇 명이나 되겠어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대표에게 투표했던 700만 명의 유권자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현재까지도 안철수의 지지자로 남아있겠느냐는 겁니다. 얼마 남지 않은 극소수 안철수 지지자만 보면서 정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그와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많은 다수의 일반 국민들을 바라보며 정치를 할 것인지, 손학규 대표께서는 너무 늦기 전에 올바른 선택을 하서야만 합니다.


- 공 : 심춘보 대표님께서 손학규 대표와 거리가 멀어진 건 결국은 안철수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가 있겠네요?


= 심 : 그렇죠.


- 공 : 그건 지나치게 ‘안철수 중심주의’ 아닌가요? 지구가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도는 것도 아닌데….


심춘보 대표는 이 지점에서 필자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 나는 롯데백화점 미아점 뒷길에 자리한 심촌정육식장을 취조가 아닌 취재를 목적으로 방문한 터라 더 이상의 추가질문을 하지 않았다. 사실 더 깊이 채굴할 필요성이 있을 만큼 영양가 있는 쟁점도 아니었고.


= 심 :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지나차게 후한 평가가 절반, 비례대표 제명처리 문제와 관련해 안철수의 태도와 다름없는 꽉 막힌 경직된 자세가 나머지 절반. 손학규가 안철수와는 다를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빗나간 두 가지 배경입니다. 오죽하면 세간에서 손학규 전 대표를 일컬어 ‘안철수의 아바타’라는 빈정거림마저 나돌겠습니까?


- 공 : ‘MB 아바타’에 뒤이어 ‘안철수 아바타까지’, 그야말로 아바타 풍년이네요. (웃음)


= 심 : 손학규 대표 본인도, 손 대표 주변에 계신 분들도 항상 ‘깊은 뜻’이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깊은 뜻이 진짜로 있기는 있는지 의문입니다. (③편에서 계속 이어짐)



덧붙이는 글

공희준의 대동여인도(大同輿人圖)는? -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인터뷰해 그려나가는 우리 시대 생각의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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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05 17: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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