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고하승① “손학규는 한반도 평화주의자이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국정치에 변함없이 필요한 제도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7-02 11:29:27
기사수정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개인들의 비루한 기회주의가 모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진 염량세태를 낳는다. 염량세태에서 승자독식 현상은 한층 더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올해 4월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대표적 패배자로 기록되었다. 필자는 그가 바른미래당이 민생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혼란스러운 행보와 예리하지 못한 정무적 판단력에 여전히 진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인 손학규가 단지 루저(Loser)로만 한국정치사에 자기의 이름을 남겨야만 할까? 고하승 시민일보 주필은 이러한 질문에 단호히 “No!”라고 답변하고 있었다. 고하승 주필이 손학규에게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확신하는 까닭을 고하승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어보았다. 특정한 인물을 주제어로 선정한 독특한 개념의 이번 인터뷰는 2020년 7월 1일 수요일 오후, 서남투데이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스마트폰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성능이 더욱더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와 정반대로 우리나라 국회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히려 질이 더더욱 낮아져왔습니다. 단적으로,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맹활약 아닌 맹활약 덕분에 원구성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20대 국회로부터 벌써 승계한 분위기입니다.


한국정치가 망가진 중요한 원인들 가운데 하나는 권위주의적 꼰대 정치인은 많아도 존경받는 원로 정치가는 없다는 고질적 딜레마에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올드 보이로 불려온 중진 정치인들 스스로의 책임도 작지 않겠지만, 정치를 오래한 사람들을 무조건 구태로 취급해 매도하고 내몰아온 한국사회 특유의 청산주의적 풍토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하승 시민일보 주필님께서는 언론인으로서 지켜야만 할 중립성 훼손 시비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오랫동안 견지해오셨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후신인 민생당의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서 현재 일체의 외부적인 정치적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주필님께서는 손 전 대표를 경색되고 냉랭해진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대북특사로 파견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까지 그의 정치적 역할공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손학규가 그간 걸어온 실패와 착오로 점철된 행보에 비춰볼 때 과연 손 전 대표가 감당할 수 있는 역사적 소명이 있을지 허심탄회한 의견 개진 부탁드립니다.


손학규의 진정한 목적은 제7공화국 실현


고하승 시민일보 주필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꿈은 7공화국이라고 말했다. (사진 최인호 기자)

고하승 : 프랑스는 올드 보이를 대신해 젊은 피인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프랑스가 직면한 심각하고 중차대한 국가적 난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와는 정반대로 미국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올드 보이들이 정국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1946년생입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보다 오히려 1살이 더 많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한 술 더 뜨고 있습니다. 무려 1942년생입니다. 저는 생물학적 나이의 많고 적음이 정치인의 능력이 있고 없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나이가 정치인의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는 유일무이한 잣대라면 김종인 대망론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고하승 주필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얘기가 나오자 조금은 들뜬 목소리가 되었다.

 

저는 김종인 위원장 스스로가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회만 닿으면 본인이 직접 집권을 노리겠다는 자세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금부터 3년 전인 2017년에도 대권에 마음을 두었다가 여건이 여의치 않자 중간에 꿈을 접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3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한번 제대로 시도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요리사이자 기업가인 백종원 씨를 왜 느닷없이 정치권의 관심권 안으로 소환했겠습니까? 자기를 제외하면 현재의 미래통합당 내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산이 있는 인물이 없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에둘러 발신한 것입니다. 김종인이 가위표를 친 인사의 범주에는 당 밖의 홍준표 의원은 물론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포함됨은 굳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저는 만약 김종인 위원장이 능력이 된다면 직접 대선에 출마하는 것도 무조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손학규에게도 김종인이 맞이한 것과 같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냐? 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건 이제는 당사자인 손학규 전 대표에게조차 큰 의미가 부여되는 일은 아니게 됐습니다. 저는 손 전 대표가 강진에서의 오랜 토굴생활을 마감하고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한 이야기를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그는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제7공화국’을 이뤄내겠다는 분명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손학규는 자신이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국민들께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정치로 돌아온 손학규의 목표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더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좌파와 우파로 갈리고,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극단적 대결과 소모적 대치를 이어온 기존의 낡고 무능한 정치를 혁신하는 일을 자기의 소명으로 삼았습니다. 역대 대통령들마다 임기 말이나 퇴임 후에 불행한 결말과 맞닥뜨리는 권위주의적인 제왕적 대통령제에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자신이 떠안을 숙명적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양극화된 정치를 끝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도는 개헌에 있다는 것이 손학규의 절대적 원칙이자 부동의 신념입니다. 이는 손학규 전 대표가 내각제 개헌론자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숙제들은 손학규 대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손학규는 1987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을 바꾸는 일에 지금껏 일관되게 매진해온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지금 형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관해 실패했다는 평가를 서슴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사표의 발생을 최소화함으로써 표의 등가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도입을 위해 목숨을 건 단식마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손학규의 결기에 찬 단식투쟁이 개헌을 위한 분투와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확신합니다. 헌법 개정에 이르는 험난하고 기나긴 대장정의 첫걸음을 손학규는 자신의 생명을 내걸고 뗀 셈이었습니다.

 

손학규의 헌신과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 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강행한 탓입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똑같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피다가 급조해냈습니다. 이로 인해 소수 정당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만 할 의석을 기득권 거대 양당이 가로채기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선거 결과가 초래되고 말았습니다. 분열적이고 망국적인 양당체제로 우리나라 정치가 역주행해고 만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현을 향한 변화의 발걸음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면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음을 국민들께서 통 크게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때에만 진영논리에 찌들고 당리당략에 오염된 양극단의 정치가 바뀔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참다운 민생정치를 실천하는 토대가 비로소 놓일 수가 있습니다. 완전한 연동형 선거제로의 이행을 담당할 적임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저는 손학규 전 대표가 그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손학규는 북한과 얘기가 통하는 정치인


고하승 주필은 손학규는 북한과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정치인인 사실을 강조했다. (사진 최인호 기자)

저는 손학규 전 대표를 대북특사로 안성맞춤인 인물로 소개했습니다. 왜냐? 손학규는 확고한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 도지사를 역임했습니다. 그런데도 경기도지사 시절의 손학규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화해정책, 곧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공개적으로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임진강변에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조성해 북한과의 전면적인 교류협력 시대를 진취적으로 선도하고 준비했습니다.

 

당시는 북한이 극도로 궁핍한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북한 주민 전체가 극심한 식량난으로 고통 받던 때였습니다. 손학규는 휴전선 너머의 북한땅으로 직접 건너가 모내기 자원봉사를 하며 북한 농민들에게 남한의 발달된 이모작 농법을 전수해줬습니다. 한반도 평화론자로서의 손학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장면이었습니다.

 

손학규는 북한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한민국의 현역 정치인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따라서 저는 손학규가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뚫는 특사 역할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손학규는 올드 보이가 맞습니다. 그가 나이 많은 원로 정치인인 사실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손학규는 헌법 개정 같은 큰일을 과감히 성취할 수 있는 올드 보이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역할을 너끈히 소화할 수 있는 원로 정치인입니다. (②회에서 계속됨…)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axnews.co.kr/news/view.php?idx=19558
  • 기사등록 2020-07-02 11:29:27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