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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근 경제 동향에 대해 ‘부진’ 대신 ‘성장 제약’ 판정 ... ‘그린북’에서 8개월만에 ‘부진’ 삭제

김치원 기자

  • 기사등록 2019-11-15 15: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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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은 ‘표현’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음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억지를 부려도 사슴은 사슴인 것이다.


정부가 작금의 우리 경제상황을 ‘부진’으로 진단해 오다가 갑자기 ‘성장 제약’이란 다소 생경한 표현으로 판정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그달 그달의 경제동향을 진단하는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8개월만에 ‘부진’ 표현을 삭제했다. 


기재부 설명에 따르면 주요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현재 경기 전체가 부진하기보다는 대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해서다. 


기재부는 11월호 그린북 을 통해 “3분기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그린북을 통해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라고 표현하며 경기가 ‘부진’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여덟 달만에 처음으로 경제 진단에 부진하다는 표현을 뺀 것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주요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어 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우선 10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2.0% 증가했지만 서비스업이 1.2%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2.9% 증가한 반면 소매판매와 건설투자는 각각 2.2%, 2.7% 감소했다.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2로 전달보다 1포인트 상승했지만 11월 전망은 72로 1포인트 하락했다.


대외여건은 불확실성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세계 경제는 동반 둔화하고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과 반도체 업황의 회복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엄중한 대외여건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등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연내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 집행과 정책·무역금융 집행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문제의 ‘성장 제약’에 대해,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보기보다는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 경로에서 일부 불확실성이 있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3분기까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이나 산업동향 등을 종합 감안하면 수출·투자 감소세가 성장을 제약한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부진’ 표현 쓰면 정부 잘못이 크고 ‘성장 제약’이라고 표현 하면 ‘정부 탓이 아니고 상황이 불가피하게 그렇다’는 뜻으로 들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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